한미약품이 국내 최초로 악성 피부암인 흑색종 치료를 위한 경구용(입으로 먹는) 표적 항암신약 벨바라페닙의 국내 임상 2상 환자 투약을 시작하며 난치성 암 치료제 시장 선점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한미사이언스 핵심 사업회사 한미약품은 지난 12일 국내 대학병원에서 NRAS 돌연변이를 보유한 국소 진행성 또는 전이성 흑색종 환자를 대상으로 벨바라페닙(Belvarafenib)을 평가하는 2상 임상시험에 참여하는 첫 번째 환자를 등록하고 첫 투약을 완료했다. 지난 1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임상 2상 시험계획서(IND)를 승인받은 이후 실제 환자 투약까지 불과 한 달여 만에 신속하게 이뤄진 성과다. 이번 임상은 총 45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벨바라페닙과 MEK 억제제인 코비메티닙(Cobimetinib) 병용요법의 유효성과 안전성을 평가하는 다기관, 단일군 시험으로 전개된다.
단순 자료 사진.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제작한 이미지.
흑색종(멜라닌 세포의 악성 변화로 생기는 피부암)은 치료 옵션이 제한적이고 재발 위험이 매우 높은 난치성 질환으로 분류된다. 현재 국내외에서 사용되는 치료제 대부분은 해외 대형 제약사를 통해 공급되고 있어 국산 신약의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특히 NRAS 돌연변이 흑색종은 예후(병의 경과)가 불량하고 전 세계적으로 허가된 표준 치료제가 존재하지 않아 의료적 미충족 수요가 극도로 높은 영역이다. 의료 현장에서는 벨바라페닙이 치료목적사용 승인을 통해 일부 환자에게 제한적으로 투약되며 그 가능성을 타진해 왔다.
한미약품이 독자 개발한 벨바라페닙은 종양 세포의 성장과 증식에 깊이 관여하는 미토겐 활성화 단백질 키나아제(MAPK, 세포의 분화와 사멸을 조절하는 신호 전달 경로) 경로 중 RAF 및 RAS 유전자 돌연변이를 타깃해 억제하는 기전을 가진다. 벨바라페닙은 RAF 이합체(Dimer, 두 개의 분자가 결합한 형태)를 선택적으로 저해하는 차별화된 설계를 토대로 BRAF Class Ⅱ/Ⅲ 변이와 RAS 변이를 보유한 종양을 정밀 타격한다. 기존의 BRAF 저해제가 주로 단일체(Monomer, 단일 분자 단위)만을 억제해 내성 문제에 취약했던 것과 달리, 벨바라페닙은 BRAF 및 CRAF 이합체까지 동시에 억제하며 기존 치료제의 한계를 극복했다.
벨바라페닙과 코비메티닙의 병용요법은 기존 BRAF 단일체 및 MEK 억제제 조합이 가진 기전적 결함을 보완하는 전략으로 평가받는다. 보다 폭넓은 유전자 변이 환자군에게 임상적 이점을 제공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둔 셈이다. 한미약품 ONCO임상팀 노영수 이사는 이번 임상 2상을 통해 NRAS 변이 흑색종 환자군에서 치료 효력을 면밀히 확인하고 임상 개발을 체계적이고 속도감 있게 수행해 유의미한 결과물을 도출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벨바라페닙과 코비메티닙 병용요법 임상시험에서 시간 경과에 따른 병변 변화가 관찰된 복부 CT 영상 / 미국임상종양학회(ASCO) 2021 구연 발표
신약 개발을 진두지휘하는 한미약품 박재현 대표이사는 적절한 치료 수단이 없어 고통받는 암 환자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줄 수 있는 혁신 신약 개발에 매진하겠다는 방침을 거듭 확인했다. 벨바라페닙이 흑색종뿐만 아니라 다양한 희귀 및 난치암 분야에서 장기간 지속된 치료 공백을 실질적으로 해소하는 핵심 치료 옵션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전사적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다. 한미약품은 이번 국내 임상 2상을 발판 삼아 벨바라페닙의 임상적 가치를 입증하고 글로벌 시장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전망된다.
흑색종 환자들에게 벨바라페닙 투약이 본격화되면서 국내 제약 바이오 산업의 항암제 개발 역량도 한 단계 격상될 것으로 보인다. 고가 외산 항암제에 의존하던 환자들에게 국산 표적 항암제가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을지 업계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한미약품은 임상 데이터의 정밀 분석을 통해 글로벌 라이선스 아웃(기술 수출) 및 허가 절차를 위한 근거 자료를 확보하는 데 주력하며 향후 암 치료의 패러다임 변화를 주도할 채비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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