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희준 기자= 미국 메이저리그사커(MLS)는 손흥민의 농담까지 허투루 흘리지 않고 재활용한다. 그만큼 손흥민이 슈퍼스타라는 방증이다.
20일(한국시간) MLS는 “손흥민vs메시: 로스앤젤레스FC(LAFC)와 인터마이애미 슈퍼스타들이 팀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방법”이라는 제호 아래 손흥민과 리오넬 메시의 영향력을 분석했다.
해당 게시글은 다음 문장으로 시작한다. “손흥민은 아마 오랜 친구와 편안한 분위기에서 농담을 주고받을 걸 테다. 하지만 슈퍼스타의 일거수일투족이 허투루 나오지 않는다고 믿는 사람이라면, 이 농담은 의미심장한 선언처럼 들릴 것이다.”
여기서 손흥민의 농담이란 손흥민이 지난해 12월 토트넘홋스퍼 스타디움을 방문했을 때 크리스티안 로메로와 나눈 대화를 말한다. 당시 손흥민은 자신의 옛 동료이자 메시의 국가대표 동료인 로메로에게 “2025년에는 메시에게 져줬지만, 2026년에는 우리가 정상에 오를 거야”라고 말했다. 로메로가 메시의 친밀도를 활용한 유머였다.
어쩌면 MLS의 추측대로 손흥민의 야망을 은연중에 드러낸 걸지도 모른다. 지난 시즌 MLS컵 정상에 오르며 미국을 제패한 인터마이애미는 이번 시즌에도 유력한 MLS컵 우승 후보로 꼽힌다. 세르히오 부스케츠와 조르디 알바가 은퇴하긴 했지만 메시를 비롯해 루이스 수아레스, 로드리고 데폴 등 수준급 선수들이 건재하다. 골키퍼로 지난 시즌 MLS 베스트 11에 선정된 데인 세인트클레어를 데려왔고, 최전방 보강을 위해 멕시코 국가대표 출신 헤르만 베르테라메를 1,500만 달러(약 217억 원)에 모셔왔다. 토트넘홋스퍼 출신으로 유럽 무대 잔뼈가 굵은 레프트백 세르히오 레길론도 영입하는 등 전 포지션을 더욱 두텁게 했다.
인터마이애미의 2연패를 저지할 유력 후보로는 LAFC가 꼽힌다. 손흥민의 건재가 증명됐고, LAFC 득점을 책임졌던 드니 부앙가도 팀에 남았다. LAFC는 올겨울 부앙가를 플루미넨시로 보내는 것에 합의했는데, 대체자를 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으면서 이적이 지연됐다. 그 사이 플루미넨시는 겨울에 부앙가를 영입하는 걸 포기했다. 부앙가는 여전히 이적을 열망하는 걸로 알려졌지만, 적어도 올여름까지는 LAFC에서 손흥민과 발을 맞춘다. 둘은 지난 18일 레알에스파냐와 북중미카리브축구연맹(CONCACAF) 챔피언스컵 1라운드 1차전에 나란히 선발로 나서 손흥민이 1골 3도움, 부앙가가 3골로 변함없는 파괴력을 자랑했다.
인터마이애미에 비해 LAFC는 겨울 이적시장에서 착실한 보강을 하지는 못했다. 그래도 포르투에서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까지 경험한 미드필더 스테픈 유스타키오를 영입해 중원을 보강했다. 유스타키오는 챔피언스컵에 선발로 나서 날카로운 패스들로 진가를 입증했다. 아민 부드리와 타일러 보이드 등도 LAFC에 합류했고, 제이콥 샤펠버그는 이적 후 수술을 받고 복귀 시기를 조율 중이다.
손흥민은 분명 우승을 원한다. LAFC 이적 직후부터 ‘우승하기 위해 왔다’라는 말을 인터뷰에서 공공연히 해왔다. 라이언 홀링스헤드도 손흥민의 이적 직후 “손흥민은 승부욕이 강하며, 라커룸에서 동료들과 금방 친해지는 선수”라며 “그는 LAFC라는 클럽과 그 정체성, 그밖에 모든 것에 완전히 녹아들고 싶어하는 성격”이라며 손흥민의 비전이 무엇인지 암시했다.
존 토링턴 LAFC 단장 역시 “손흥민의 인기는 두말할 것도 없다. 선수단과 구단 스태프 사이에서도 능력과 긍정적인 영향력을 발휘한다. 그 정도 인기를 누리는 스타가 그토록 겸손하게 임하는 건 정말이지 독보적이다. 손흥민이 팀에 미친 영향은 엄청났다. 이제 우리는 그와 함께 한 시즌을 온전히 보내면서 계속해서 성장할 것”이라며 손흥민을 칭찬했다.
아울러 “인터마이애미가 리그에 기여하는 바는 인상적이다. 그들이 투자하는 금액과 영입하는 선수들을 보면, 아르헨티나 출신은 물론 전 세계 선수들이 메시와 함께 뛰고 싶어한다는 걸 느낀다. 많은 이들이 메시를 역대 최고의 선수로 인정하며, 마이애미는 이러한 점을 잘 활용하고 있다. 새 경기장 개장을 비롯한 여러 좋은 일들도 많다”라며 “우리도 손흥민, 위고 요리스, 부앙가, 과거에는 카를로스 벨라까지 그 이점을 활용하려 한다. 인터마이애미의 경쟁자로서 우리의 방식은 다음과 같다. 기준이 아무리 높아져도 그 기준에 도달하고, 그걸 마침내 뛰어넘는 것”이라며 인터마이애미의 대항마를 넘어 MLS 최고로 LAFC를 올려놓겠다고 강조했다.
인터마이애미와 LAFC는 최근 미국 경제지 ‘포브스’가 발표한 MLS 구단 가치 1, 2위에 나란히 올랐다. 인터마이애미는 13억 5천만 달러(약 1조 9,537억 원), LAFC는 13억 2천만 달러(약 1조 9,103억 원) 가치를 지녔다. 3위 LA갤럭시가 10억 8천만 달러(약 1조 5,630억 원)임을 감안할 때 MLS의 패권은 인터마이애미와 LAFC가 양분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다르게 표현하면 ‘동부의 메시, 서부의 손흥민’이라는 표현도 결코 과장된 것만은 아니다.
올 시즌 MLS MVP 유력 후보도 두 선수다. 최근 MLS에서 조사한 MVP 예상에 따르면 투표인단 15인 중 메시를 고른 사람은 9명, 손흥민을 고른 사람은 5명이었다. 나머지 1명은 샌디에이고 에이스인 안데르스 드레이어를 꼽았다. 사실상 손흥민과 메시의 양강대전이다. 2025시즌 메시가 47분당 1공격포인트, 손흥민이 68.9분당 1공격포인트로 나란히 MLS 1, 2위에 올랐음을 감안하면 당연한 귀결이다.
득점왕 예상 역시 메시가 5표로 가장 우위를 점했다. 손흥민은 부앙가, 베르테라메와 함께 3표를 받아 공동 2위에 올랐다. 정규시즌 우승 예측 역시 동부 컨퍼런스는 메시의 인터마이애미가, 서부 컨퍼런스는 손흥민의 LAFC가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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