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고가를 경신하며 승승장구하던 비트코인이 급격히 식어버린 시장 분위기 속에 방향성을 잃고 있다. 한때 12만달러를 훌쩍 넘기며 강세장을 이끌었던 가격은 최근 6만달러대 중반까지 밀리며 고점 대비 절반 수준으로 후퇴했다. 표면적으로는 단순 조정처럼 보이지만, 시장 내부에서는 ‘돈의 주체’가 이미 바뀌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기관 자금의 이탈이다. 지난해 현물 ETF 승인 이후 본격적으로 유입됐던 월가 자금은 최근 빠르게 몸집을 줄이고 있다. 일부 대형 헤지펀드는 비트코인 현물 ETF 보유 비중을 80% 이상 축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정 운용사는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관련 익스포저를 사실상 전면 정리하며 현금 비중을 극대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이 다시 불안정 국면에 접어들자 위험자산 노출을 선제적으로 줄였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차익거래 붕괴…기관 자금 썰물처럼 빠져
기관의 이탈 배경에는 수익 구조 변화가 자리하고 있다. 현물 ETF와 선물 가격 간 괴리를 활용하던 차익거래 전략의 매력이 약해지면서 대규모 자금을 운용하던 플레이어들의 투자 유인이 크게 줄어들었다. 변동성 확대 속에서 레버리지 청산이 연쇄적으로 발생한 점도 부담으로 작용했다. 기대했던 안정적 수익이 사라지자, 월가는 망설임 없이 출구를 선택했다는 평가다.
반면 개인 투자자들은 여전히 시장에 남아 있다. 고점 돌파 기대감에 매수에 나섰던 투자자 상당수는 급락 이후 손실 구간에 머물러 있다. 일부는 추가 반등을 기다리며 버티기에 들어갔지만, 거래량은 이전 강세장에 비해 눈에 띄게 위축된 모습이다. 시장 주도 세력이 빠져나간 자리를 개인이 떠안는 구조가 형성됐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알트코인 시장의 상황은 더욱 냉혹하다. 최근 1년여 동안 주요 거래소에서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을 제외한 코인들은 매도 우위 흐름이 지속됐다. 누적 순매도 규모는 수백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테마와 기대감에 기반해 급등했던 프로젝트 상당수가 투자심리 위축과 함께 급격히 가격을 반납했다. 자금이 빠져나간 자리는 공백으로 남았고, 유동성은 크게 줄어들었다.
위험 회피 심리는 스테이블코인 시장에서 확인된다. 최근 들어 달러 연동 스테이블코인으로의 자금 유입이 늘어나며 관망 기조가 짙어졌다. 공격적인 신규 매수보다는 현금성 자산으로 대기하는 선택이 늘고 있다는 의미다. 이는 투자자들이 단기 방향성에 대한 확신을 갖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시장 전문가들은 이번 조정 국면이 단순한 가격 하락을 넘어 구조 재편의 신호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과거와 달리 기관 자금이 적극적으로 가격 방어에 나서지 않고 있으며, 프로젝트의 실질적 수익성과 사용자 기반이 더욱 중요해졌다는 분석이다. 단순한 기대감이나 서사만으로는 자금을 끌어들이기 어려운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를 ‘옥석 가리기’의 시작으로 해석한다. 실제 수익을 창출하고 구체적 사용처를 입증하는 프로젝트만이 생존할 수 있는 국면에 들어섰다는 주장이다. 반대로 과도한 밸류에이션과 마케팅 중심의 토큰은 투자 매력을 잃어가고 있다.
비트코인은 현재 6만달러대에서 등락을 거듭하며 뚜렷한 추세를 만들지 못하고 있다. 반등 기대와 추가 하락 우려가 맞서는 가운데, 시장의 무게추는 점차 신중론으로 기울고 있다. 과거 강세장을 이끌었던 ‘큰손’의 발걸음이 멀어진 자리에서, 개인 투자자들은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이번 조정이 또 한 번의 도약을 위한 숨 고르기가 될지, 혹은 긴 침체의 서막이 될지는 아직 누구도 단언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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