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로주의' 내세워 中 견제…"美, 실질적 대안 제시 못하면 설득력 없어"
(서울=연합뉴스) 김승욱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중남미 국가들을 향해 사실상 "미국이냐, 중국이냐"의 선택을 요구하는 강경 외교 노선을 펴고 있다고 미국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가 19일(현지시간) 진단했다.
중국의 서반구(남북 아메리카 대륙과 그 주변) 영향력을 차단하는 것이 백악관과 국무부, 국방부 핵심 인사들을 관통하는 공통 목표라는 것이 이 매체의 분석이다.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에는 "서반구에서 우위를 확보하지 못하면 본토 방어도 불가능하다. 본토를 방어해야만 또 다른 경쟁 무대인 인도·태평양에서도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다"는 공통 인식이 퍼져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아메리카 대륙을 미국의 세력권으로 선언하고 유럽의 개입 배제를 선언한 19세기 '먼로주의'의 트럼프 버전인 '돈로주의'를 내세워 서반구에서 배타적 영향력 확대를 강조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러한 기조 아래 JD 밴스 부통령과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엘브리지 콜비 국방부 정책차관 등은 중국을 미국의 최대 위협으로 규정해왔다고 폴리티코는 전했다.
백악관은 지난해 12월 발표한 국가안보전략(NSS)에서 "서반구에서 미국의 우위를 회복하고 적대 세력을 억제하겠다"고 밝혔는데, 중국이 시진핑 국가주석의 핵심 대외전략인 '일대일로 프로젝트'를 통해 중동·아프리카를 넘어 중남미에서 세력을 확장해나가는 것을 두고 볼 수 없다는 의도를 담은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해 1월 출범 이후 중국의 중남미 입지를 약화하는 조치를 잇달아 단행했다.
중국의 최대 원유 공급처였던 베네수엘라를 급습해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을 체포한 것이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쿠바에 대한 압박 강화, 일대일로에 참여한 파나마에 대한 경고, 중국의 최대 교역국 중 하나인 브라질을 향한 견제도 병행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덴마크 자치령 그린란드를 미국이 소유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중국과 러시아의 북극 진출 가능성을 차단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중국의 중남미 내 경제 확장이 이러한 행보의 배경이 된 것으로 보인다. 폴리티코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과 중남미 간 교역액은 5천650억 달러로, 미국(3천460억 달러)을 크게 웃돈다. 중남미·카리브해 33개국 중 22개국은 일대일로 인프라 투자 프로젝트에 서명한 상태다.
이에 맞서 미국은 국제개발금융공사(DFC) 자금 확대, 무역개발처(USTDA) 예산 방어 등으로 대안을 모색하고 있지만, 수십억 달러 규모 인프라 사업을 신속히 추진하는 중국과 달리 미국 기업들은 중남미 대형 프로젝트에 소극적이라고 이 매체는 지적했다.
그러나 중국 겨냥에 초점을 맞춘 '돈로주의'가 오히려 중국에 이익이 될 거라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단기적으로는 효과를 낼 수 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서반구에서 반미 정서를 자극해 오히려 중국에 기회를 열어줄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캐나다는 대미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중국과의 교역 다변화를 모색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트럼프 행정부는 대중 강경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 견제를 목적으로 다음 달 7일 중남미 6개국 정상들을 플로리다주 마이애미로 초청한다. 이어 4월에는 중국 베이징을 방문해 시 주석과 정상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폴리티코는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중국은 중남미 국가들에 매력적 파트너"라며 "미국이 실질적이고 지속 가능한 경제적 대안을 제시하지 못할 경우, '미국이냐 중국이냐'라는 이분법은 설득력을 얻기 어려울 수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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