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스3세 영국 국왕의 동생 앤드루 마운트배튼-윈저 전 왕자가 19일(현지시간) 공직 중 위법행위 혐의로 영국 경찰에 체포됐다. 믿기지 않는다는 듯 충격에 휩싸인 그의 얼굴은 이번 체포를 상징하는 이미지로 사람들의 기억 속에 오래 남을 것이다.
결코 품위 있는 광경은 아니다. 구금에서 풀려난 마운트배튼-윈저는 차 뒷좌석에 털썩 기대고 앉아 손가락을 모으고 있다. 기도인지 방어 자세인지는 분간하기 어렵다.
옷깃은 누군가 만진 듯 세워져 있다. 경찰에 의해 구금된 뒤 머그샷을 촬영할 때도 그는 저런 충격적인 표정을 지었을까.
이 모습은 거의 25년 전 촬영된 그의 또 다른 유명한 사진과 극명한 대비를 이룬다. 런던의 어느 타운하우스에서 당시 17세였던 버지니아 주프레 옆에 선 그는 그야말로 자신감 넘치는 왕자의 미소를 짓고 있다. 런던이 그의 놀이터이던 시절이었다.
마운트배튼-윈저는 현대 영국 역사상 왕실 고위 인사로는 최초로 당국에 의해 체포됐다. 숨을 죽이고 지켜보게 만드는 순간이었다.
이후 찰스 3세는 "분명히 말하건대, 법은 정해진 절차대로 진행돼야 한다"는 이례적인 성명을 발표했다. 왕실 인사라 할지라도 어디든 도망치거나 특권을 누릴 수 없다는 왕의 분명한 메시지였다.
공직 중 위법행위 혐의가 적용된 이번 체포는 앤드루 전 왕자가 2001~2011년 영국 무역 대표로 활동했던 시기와 관련이 있다. 앞서 엡스타인 파일이 연이어 공개되며 그가 공문서를 유출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현재 마운트배튼-윈저는 통상 사절단 방문 보고서와 아프가니스탄 투자 관련 기밀 브리핑 자료를 성범죄자 제프리 엡스타인과 공유하고, 영국 재무부 브리핑 자료를 개인적 사업 지인에게 전달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왕실 구성원이라는 지위가 그의 사건에 대한 법적 판단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다.
그는 엡스타인과 교류하는 동안 그 어떠한 불법 행위도 저지르지 않았다며 줄곧 주장해왔다.
그리고 지난 19일, 경찰은 마치 지진처럼 간단명료하고 단호한 성명을 발표했다.
"이 남성은 현재 경찰 구금 상태입니다."
여전히 왕위 계승 서열에 올라와 있으며, 이론적으로나마 국왕 대리인 중 한 명인 그가 이러한 문장 속 주어가 되리라 그 누군가 상상이나 했을까.
마운트배튼-윈저의 이번 해명은 TV 인터뷰 형식이 아닐 것이다. 물론 대중은 그가 엡스타인과의 관계에 대해 마지막으로 공개 발언을 했던 BBC '뉴스나이트' 인터뷰를 여전히 기억할 것이다.
이번에는 TV 방송 조명 대신, 변호사와 수사관들이 참석한 가운데 그는 해명하게 될 것이며, 만약 그 과정에서 거짓말을 할 경우 그 대가는 훨씬 더 심각할 것이다.
겨울 아침 진행된 노퍽 현지 경찰의 이번 조치는 많은 이들에게 충격으로 다가왔다. 국왕조차 예상치 못한 듯하다.
하지만 앤드루 전 왕자와 엡스타인과의 관계도, 그의 몰락도 수십 년간 걸쳐 누적돼 온 일이다. 그의 명성은 처음에는 서서히 깎이는 듯하더니 결국 불명예는 눈덩이처럼 거대해졌다.
엡스타인과의 관계로 인해 그는 2011년 무역 특사직을 잃었으며, 재앙과도 같았던 2019년 뉴스나이트와의 인터뷰 이후에는 왕실 공식 업무에서 제외됐다.
2022년에는 자신을 고소한 버지니아 주프레와 합의했으며, 이후에는 대중의 앞에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러던 작년 10월, 이메일 기록을 통해 그의 기존 주장과는 달리 엡스타인과의 관계를 끊지 않고 유지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그는 왕자 및 '요크 공작' 작위와 경칭을 박탈당했고, 결국 윈저성 인근 '로열 로지' 저택에서도 퇴거했다.
이는 왕족으로서의 흔적을 사실상 완전히 삭제하는 강도 높은 제재였다.
한편 일각에서 앤드루 전 왕자를 보호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면서 영국 왕실은 다소 불안한 순간을 겪었다.
국왕은 이번에 성명을 발표하며 이러한 사안에 마침표를 찍는 한편, 동생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든 왕실은 이와 무관하다는 점을 분명히 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 또 다른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바로 대중의 정서이다. 엡스타인 파일과 함께 화려한 인맥을 자랑하나 도덕의식이 결여된 주요 인사들의 네트워크가 드러났고, 이는 책임지지 않는 권력과 부에 대한 대중의 분노를 키웠다.
성적 문이든 금전 문제든, 부와 영향력을 지닌 이들이 자신의 잘못에 대해 책임지지 않아 온 듯한 모습에 시민들은 모욕감마저 느끼고 있다. 부패가 결국 보상받는 것처럼 비쳤기 때문이다.
한편 이번 체포가 더욱 큰 파장을 일으킨 이유 중 하나는 그의 66번째 생일날 이루어졌다는 점이다. 생일 축하 촛불은 잠시 미루어야 했을 것이다.
엡스타인 사건 파일에는 앤드루 전 왕자의 생일에 대한 언급도 있다. 예를 들어 그의 50번째 생일파티는 런던의 세인트제임스궁에서 화려하게 열렸다고 한다.
그날 밤 열린 "미스터리한 장난"의 초대를 거절해야 했던 인물 중 하나는 바로 엡스타인이었다. 당시 미성년자 매춘을 알선한 혐의로 가택연금 상태였기 때문이다.
불과 12개월 전만 해도 마운트배튼-윈저는 앤드루 왕자, 요크 공작, 인버네스 백작, 가터 기사로서 생일을 맞았다.
그의 다음 생일에는 과연 무엇이 달라져 있을까.
- 영국 왕실, '앤드루 왕자 칭호 박탈'…왕실 거주지에서도 퇴거 예정
- '미성년자 성폭행 의혹' 영국 앤드루 왕자 군 직함 박탈
- 영국 언론은 왜 앤드루 왕자 인터뷰를 '부끄러운 일', '끔찍한 쇼'라고 부르는가?
- 엡스타인 파일에는 누가 포함돼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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