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경제가 수출 중심 성장의 한계를 드러내면서 소비 주도 모델로의 전환이 최대 정책 과제로 부상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사회보장 확대와 재정 구조 전환이 병행되지 않으면 높은 저축률과 낮은 소비 비중이라는 구조적 불균형이 지속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19일(현지시간) IMF 분석에 따르면 중국의 민간 소비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비중이 OECD 중간값보다 크게 낮은 반면 가계 저축률은 월등히 높다. 사회보장 지출 역시 주요 선진국 대비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어, 가계가 의료·노후·실업 위험에 대비해 과도한 저축을 유지하는 구조가 고착화돼 있다는 평가다.
중국 경제는 여전히 견조한 수출과 정책 부양에 힘입어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IMF는 2025년 성장률을 약 5%로 평가했고, 2026년 성장률 전망치는 4.5%로 제시했다. 그러나 장기 부동산 침체와 취약한 사회 안전망이 소비 심리를 제약하면서 디플레이션 압력과 대외 수요 의존도가 높아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정책 방향은 이미 소비 확대 쪽으로 움직이고 있다. 중국 정부는 확장적 재정 정책과 통화 완화를 병행하고 있으며, 제15차 5개년 계획(2026~2030)에서도 소비 확대를 핵심 목표로 설정했다. 점진적인 정년 연장 역시 노동력 감소 부담을 완화하는 장치로 평가된다.
IMF는 보다 적극적인 정책 조합을 권고한다. 재정 지출을 산업 지원 중심에서 사회 지출 중심으로 재배분하고, 통화 완화와 환율 유연성을 병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부동산 부문 안정화와 미완공 주택 문제 해결이 소비 심리 회복의 선결 조건으로 지목된다.
소날리 자인-찬드라 IMF 중국 대표단장은 “사회보장 확대는 단순한 복지 정책이 아니라 소비를 촉진하는 핵심 거시경제 수단”이라며 “가계가 불확실성에 대비해 과도하게 저축할 필요가 줄어들 때 소비 회복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시다르트 코타리 IMF 부국장은 “재정 지출 구조를 산업 보조금에서 가계 지원으로 전환하면 내수 기반이 강화되고 성장의 질도 개선될 것”이라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농촌 사회지출을 두 배로 늘릴 경우 5년간 누적 소비 증가 효과가 GDP의 약 2.4%포인트에 달할 것으로 IMF는 추정했다. 후커우(호구) 제도 완화로 약 2억 명의 농촌 이주민에게 도시 지위를 부여하면 소비 비중이 추가로 0.6%포인트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 여기에 세제 개편과 소득 재분배 정책까지 병행하면 소비 비중은 5년간 약 4%포인트 확대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결국 중국 경제의 과제는 성장률 자체가 아니라 성장 구조의 재설계에 가깝다. 내수 기반이 강화되지 않는 한 수출 의존 구조는 경기 변동에 취약할 수밖에 없고, 부동산 조정 국면도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 IMF는 중국이 소비 중심 모델로의 전환에 성공할 경우 세계 성장의 약 30%를 차지하는 중국 경제의 특성상 글로벌 경기 안정성도 함께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니엘 가르시아-마시아 IMF 아시아태평양국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이 내수 잠재력을 충분히 활용한다면 성장의 회복력은 훨씬 커질 것”이라며 “균형 잡힌 구조 전환은 중국뿐 아니라 세계 경제에도 긍정적 파급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로드] 최지훈 기자 jhchoi@newsroa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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