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탈탄소 역행 계속…IEA에 "넷제로 발표 그만둬" 압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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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탈탄소 역행 계속…IEA에 "넷제로 발표 그만둬" 압박

이데일리 2026-02-20 10:21:52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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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임유경 기자] 국제적인 탈탄소 움직임을 역행하고 있는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대해 넷제로 시나리오 발표를 중단하라고 압박하고 있다. 넷제로 시나리오는 2050년까지 기후 변화의 원인인 탄소 순배출량을 ‘0’으로 만들기 위해 필요한 기술적·경제적 경로를 제시한 로드맵이다. IEA가 기후 변화 대응을 중요시 하는 기조를 바꾸지 않으면 탈퇴하겠다는 위협도 가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AFP)


19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미 에너지부가 IEA에 대해 넷제로 시나리오 발표 중단을 촉구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유럽국가들과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크리스 라이트 에너지부 장관은 지난 17일 파리에서 열린 IEA 에너지장관 연례회의 부대행사에서 “넷제로 시나리오는 필요도 없고 실현될 일도 없다”고 발표 중단을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그러면서 그는 “IEA는 에너지 안보에 집중해야 한다”며 “기후 문제에 과도하게 지배되고 있다면 미국은 탈퇴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은 32개 회원국 중 하나로, IEA 예산의 약 14%를 분담하고 있다.

IEA는 1974년 글로벌 석유 위기 이후 설립돼 원유 공급을 감시하고 가격 급등을 방지하는 역할을 맡아왔다. 2015년 이후부터는 활동 범위를 확대해 원유 비축량 데이터뿐 아니라 태양광, 전기차 등 급성장하는 에너지 기술과 지구온난화 위험에 대한 분석을 제공하는 역할도 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IEA에 대해 기조 변화를 계속 압박해왔다. 지난해 미국 측의 강한 요구로 IEA는 연례 전망에 각국이 자동차 연비 기준 강화 등 새로운 정책을 도입하지 않을 경우를 가정한 ‘현행 정책 시나리오’를 다시 포함시켰고, 이 시나리오에서는 세계 석유·가스 수요가 수십 년간 증가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파티 비롤 IEA 사무총장 19일 기자회견에서 “IEA가 넷제로 시나리오를 계속 제공할지 여부는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미국의 이 같은 조치는 기후변화 대응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는 유럽국가들과 긴장을 초래하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IEA의 활동을 높이 평가하며, 유럽은 화석연료에서 벗어나 풍력·태양광·원자력 등 저배출 에너지 확대를 계속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18일 연설에서 “과학자들은 매일 기후변화의 심각한 위험을 경고하고 있다”며 “질서 있고 점진적인 화석연료 전환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이 IEA에 기조 변화를 요구하는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보여 온 탈탄소 역행 움직임의 연장선에 있다. 그는 화석연료 사용에 따른 기후 위기를 “사기(hoax)”라고 일축해왔다. 미국은 세계 최대 석유·가스 생산국으로, 자신이 주창하는 ‘미국 우선주의’와도 궤를 같이하는 주장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국제기구를 상대로 기후변화 대응 노력을 축소하고, 대신 석유·가스·석탄 등 화석연료 의존을 유지하도록 압박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집권 2기 출범 직후인 지난해 1월 미국은 전 세계 대부분 국가가 온실가스 감축에 합의한 파리기후협정에서도 탈퇴했다. 지난해 10월에는 각국을 압박해 국제해사기구(IMO)가 2050년 넷제로 달성을 위해 추진해온 국제 감축 규제 합의를 가로막기도 했다.

더불어 미국 내에선 온실가스 배출 규제의 근거로 활용돼 온 ‘위해성 판단’을 공식적으로 철회해 연방 기후변화 규제를 근본적으로 무력화했다. 경·중·대형 차량의 모든 온실가스 배출 기준도 함께 폐지했다. 앞으로 석탄·가스 발전소에 대한 환경 규제 등 더 많은 연방 기후변화 규제를 되돌릴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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