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는 로봇이 온다. 인간의 신체 형태를 닮은 휴머노이드(Humanoid) 로봇이 생산현장 실전 투입을 앞뒀다. 제조·물류 현장은 물론 원자력발전소와 같은 고위험 현장에도 투입돼 인간 노동을 보완·대체할 것으로 기대된다. 공장 담을 넘게 될 날도 멀지 않았다. 안전성 증명을 전제로 아동 돌봄과 노인 복지에 로봇이 활용되는 미래가 그려지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산업도 분주한 모습이다. 로봇 생태계 구축과 상용화를 목표로 각 산업군에서 전략적인 투자를 감행하고 있다. 바야흐로 ‘로봇 시대’다. <편집자주>편집자주>
【투데이신문 전효재 기자】 국내 철강업계가 고온과 고중량물 취급 등 위험 요소가 많은 공정에 로봇 기술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인공지능(AI)과 로봇을 결합한 자동화를 통해 생산 효율을 높이고 안전사고를 예방하는 데 주력하는 모습이다. 안전 중심의 효율화를 목표로 했던 로봇 도입은 공정 지능화로 제조 혁신을 이끌어가고 있다.
19일 본사 취재를 종합하면 포스코·현대제철·동국제강은 휴머노이드 로봇 도입, 공정 지능화, 스마트 물류 등 각 사의 공정 특성에 맞는 자동화 전략을 펴고 있다.
포스코그룹은 휴머노이드 로봇의 현장 투입을 구체화했다. 포스코·포스코DX·포스코기술투자와 미국 휴머노이드 로봇 기업 페르소나 AI가 협력 체계를 구축했다. 제철소 내 철강 제품 물류 관리에 휴머노이드 로봇을 투입하는 사전 검증에 돌입했다. 페르소나 AI는 미세부품 조립부터 고중량물 처리까지 가능한 산업용 휴머노이드 로봇을 개발하고 있다.
포스코와 페르소나 AI는 제철소 산업 현장에 맞춰 설계된 휴머노이드 로봇 플랫폼을 구현할 예정이다. 가장 주목하는 분야는 철강 코일 하역 공정이다. 무게가 수십톤(t)에 달하는 철강 코일을 하역하기 위해서는 크레인 작업이 필요하다. 크레인 벨트를 코일에 체결하는 작업을 휴머노이드 로봇과 현장 작업자가 협업할 계획이다.
철강 제품의 물류 작업은 중량물을 취급하는 특성상 사고 위험이 크고 작업자의 근골격계 질환 발생 가능성도 높다. 비정형 작업이 가능한 휴머노이드 로봇 도입을 통해 이와 같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게 포스코 측 설명이다.
포스코DX 관계자는 “일반적인 산업용 로봇은 특정 작업만 수행할 수 있지만, 휴머노이드 로봇은 범용적인 작업을 할 수 있다”며 “휴머노이드의 안전성과 협업 가능성이 확인되면 고위험 현장을 중심으로 확대 적용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포스코는 휴머노이드 로봇 도입으로 제조 현장 피지컬 AI 도입을 가속화하는 한편 인텔리전트 팩토리 구축에도 속도를 낼 방침이다. 인텔리전트 팩토리는 공정 전체의 데이터를 연결하고 AI와 로봇을 기반으로 의사결정까지 자동으로 진행하는 공장을 의미한다.
포스코 관계자는 “쇳물을 만드는 고로 공정, 쇳물에서 불순물을 제거하는 제강 공정, 쇳물을 코일 제품이나 후판으로 가공하는 압연 라인 등 공장 전반에 인텔리전트 팩토리를 순차적으로 반영하고 있다”며 “AI와 자동화 시스템을 계속해서 적용하며 생산 효율을 높일 것”이라고 밝혔다.
현대제철은 로봇을 통해 안전 관리 역량을 높이고 고위험 공정을 자동화해 중대재해 가능성을 차단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보스턴다이나믹스의 4족 보행 로봇 ‘스팟’을 사람이 접근하기 어려운 고열 환경이나 밀폐 공간 등의 설비 점검에 투입했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스팟은 위험 현장을 대신 순찰하는 ‘안전 지킴이’ 역할을 수행한다”며 “점진적으로 적용 범위를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제철은 공정별 특화 로봇 운영 체계를 연동해 생산 라인의 효율을 극대화할 방침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충남 당진 특수강 공장의 선재 태깅 로봇이다. 철강재를 코일 형태로 감은 선재를 로봇이 스캔해 제품 정보를 담은 태그를 부착한다. 쇳물에서 나온 뜨거운 선재를 다루는 작업에 로봇을 투입하고, 나아가 태그 오부착으로 인한 강종 혼재 등 품질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또한 현대제철은 인천 공장에 고온 상태인 제품의 치수와 표면 온도를 실시간으로 검사하는 형상 분석 로봇을 투입했다. 생산부터 검사, 출하로 이어지는 로봇 작업 체계를 구축해 작업자의 직접 개입을 최소화하고, 고위험 작업을 구조적으로 줄이는 전략이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고온·고중량·고위험 작업이 산재한 제철 공장은 설비가 가동되는 곳 어디든 안전사고의 위험이 있다”며 “현장의 안전성을 강화하고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공정 지능화와 로봇 도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동국제강은 물류·포장·운송·크레인 등 고위험·중노동 현장을 중심으로 자동화 수준을 끌어올리고 있다. 사람의 손이 많이 가거나 위험한 공정을 먼저 개선해 작업 환경을 안정화하고, 스마트팩토리 전환과 AI를 통한 공정 최적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동국제강그룹의 냉연도금·컬러강판 전문 회사인 동국씨엠은 부산공장을 중심으로 ▲자동 포장 설비 ▲자율주행 운송 설비 ▲무인 자동 크레인을 도입해 스마트 물류를 고도화하고 있다. 자동 포장 설비는 수작업으로 진행하던 코일 포장 공정을 자동화한 설비다. 시간당 최대 20개까지 포장이 가능하다. 현재 부산공장 생산 물량의 절반가량을 해당 설비를 통해 포장하고 있다.
자율주행 운송 설비는 자율주행 기술을 활용해 주변 도로나 건물, 사물 등을 인식해 코일을 안전하게 운송하는 로봇이다. 주로 10t 이상의 코일을 운반한다. 기존에는 사람이 전용 차량과 크레인을 동원해 운송했지만, 로봇이 이를 대신하며 안전성과 작업 효율성을 높였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수십에서 수백t에 달하는 무게를 드는 크레인 역시 100% 무인화를 추진하고 있다. 건물 천장에서 중량물을 집어 올려 지정된 위치에 내리는 설비다. 현재 27대를 도입했으며 2027년까지 9대를 추가 도입해 공장 내 모든 크레인의 100% 무인화를 달성할 계획이다.
동국씨엠은 물류 자동화에서 나아가 AI 기반 지능형 공장을 실현할 계획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AI 기반 강판 표면 결함 검출 기술이다. 생산 라인에 설치된 고해상 카메라가 생산 중인 컬러강판을 연속 촬영해 이미지를 실시간으로 검사한다.
표면 결함 검출은 숙련 인력의 육안 검사에 의존했다. 20t 코일 1개의 길이는 약 5000m로 연간 수백만t 에 달하는 생산량을 담당 검사자가 눈으로 확인해야 했다. 동국씨엠은 결함 판정을 AI로 대체해 ▲품질 경쟁력 향상 ▲이상 징후 사전 감지 및 예방 ▲품질 이력 축적 관리 등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동국씨엠은 스마트물류를 넘어 세계경제포럼이 선정하는 ‘등대공장’ 등재를 목표로 설비 자동화와 공정 지능화를 추진하고 있다. 올해 조직개편을 통해 기술연구소 산하 설비기술팀 명칭을 공정솔루션팀으로 변경하고 AI, 스마트물류, 공정혁신 개발 등 역할을 부여했다.
동국홀딩스 관계자는 “AI가 센서와 데이터를 활용해 공장을 최적화해 운영하고, 사람이 판단하고 조작하던 부분들을 AI가 도와 정밀한 판단을 지원한다”며 “공장마다 TF를 구성해 현장 중심으로 적용 가능한 부분들을 발굴해 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철강업계는 AI와 로봇 도입을 통해 단순한 자동화를 넘어 중대재해 예방과 생산성 향상, 비용 절감 효과를 동시에 노리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공정 고도화와 로봇 도입은 제조업체의 시대적 과제가 됐다”며 “AI의 결합으로 로봇의 발전 속도가 빨라지고 활용 범위가 넓어지는 만큼 계속해서 로봇 도입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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