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 기간 청령포를 찾은 한 관광객의 말이다. 영화 ‘왕과 사는 남자’(왕사남)의 흥행이 지역 관광 지형까지 바꾸고 있다. 설 연휴 극장가를 장악한 이 작품의 주요 배경지인 강원 영월 청령포를 찾는 방문객이 지난해보다 5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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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월군에 따르면 설 연휴 기간(14~18일) 청령포 방문객은 총 1만 641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2006명과 비교해 5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조선 6대 임금 단종의 유배지로 알려진 청령포는 영화 흥행과 맞물려 관광 수요 증가로 이어진 셈이다.
현장 분위기도 평소와 달랐다. 설 연휴 내내 청령포 선착장에는 단종이 머물던 섬 청령포를 들어가기 위한 관광객들의 대기 줄이 이어졌다. 영월 지역 상권도 명절 특수를 누렸다. 청령포와 가까운 장릉 주변 식당과 시장에는 관광객들이 몰리며 점심시간 대기열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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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과 사는 남자’는 단종과 실존 인물 엄흥도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그룹 워너원 출신 박지훈이 비운의 왕 단종을, 배우 유해진이 끝까지 곁을 지킨 엄흥도를 연기하며 호평을 받고 있다. 설 연휴에만 267만 명을 동원했고, 19일까지 누적 관객수 441만 명을 기록했다. 개봉 3주차에도 박스오피스와 예매율 1위를 지키며 이번 주말 500만 관객 돌파가 예상된다.
영화의 정서적 중심 공간이 바로 청령포다. 동·남·북 3면이 강물로 둘러싸여 섬처럼 보이는 이곳은 단종이 유배 생활을 했던 장소다. 배를 타고 들어가야 닿을 수 있는 구조는 유배지의 상징성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영화 속 나룻배 장면은 단종의 운명을 암시하는 상징적 장면으로 관객의 기억에 남았다.
강을 건너 들어가면 단종어소가 자리하고, 그 앞에는 절을 하듯 굽은 ‘엄홍도소나무’가 서 있다. 단종의 시신을 수습해 장릉에 묻은 엄흥도의 충절을 기려 붙여진 이름이다. 세월을 견딘 소나무와 고요한 강변 풍경은 영화의 비극적 정서를 떠올리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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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촬영은 청령포 내부가 아닌 인근 지역에서 진행됐다. 관광지로 지정된 청령포에서는 촬영이 어려웠기 때문이다. 제작진은 청령포와 멀지 않은 곳에 오픈 세트를 조성해 작품을 완성했다.
장항준 감독은 “청령포는 관광지라 촬영이 불가해 실제 청령포와 가까운 곳에서 촬영했다”며 “고립되면서도 아름다운 분위기를 온전히 담기 위해 험준한 산세를 뒤져 최적의 장소를 찾았다”고 밝혔다.
촬영지는 달랐지만, 관객들은 영화 속 장면을 떠올리며 청령포를 찾고 있다. 특히 해 질 무렵 붉게 물드는 강변과 산 능선은 사극의 한 장면처럼 장엄한 분위기를 자아내며 방문객들의 발길을 붙잡는다. 영월군은 영화 인기에 힘입어 단종문화제 등 지역 문화 행사와 연계한 관광 활성화 방안을 모색 중이다.
흥행 열기를 이어가고 있는 ‘왕사남’은 해외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오는 4월 열리는 제28회 우디네극동영화제 메인 경쟁 섹션에 공식 초청됐다. 이탈리아 북부 도시 우디네에서 매년 개최되는 우디네극동영화제는 독보적인 색채를 지닌 아시아 영화를 소개하는 유럽 최대 규모의 영화제다. 장항준 감독은 영화 ‘리바운드’로 관객상을 수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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