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로드] 미국 뉴욕증시의 3대 지수가 19일(현지시간) 동반 하락 마감했다. 미군의 이란 공습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커지며 지정학적 리스크가 고조된 데다, 사모신용 투자사 블루아울이 일부 펀드의 환매를 영구 중단하면서 AI(인공지능) 투자 심리에 찬물을 끼얹었다.
이날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 대비 267.50포인트(0.54%) 떨어진 4만9,395.16에 거래를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19.42포인트(0.28%) 내린 6,861.89, 나스닥종합지수는 70.91포인트(0.31%) 밀린 2만2,682.73에 장을 마감했다.
시장을 짓누른 것은 중동발 긴장감이다. 미군이 이르면 이번 주말 이란 공습을 단행할 수 있다는 전망 속에, 미국은 2003년 이라크 침공 이후 최대 규모의 공군 전력을 중동 지역에 집결시킨 상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란과의 대화 의지를 재차 강조하며 “앞으로 15일 정도는 더 대화할 수 있다”는 여지를 남겼지만, 전면전 수준의 병력이 이미 이란을 사정권에 둔 만큼 언제든 타격이 가능하다는 인식이 투자 심리를 위축시켰다.
여기에 사모신용 시장의 대표 플레이어 가운데 하나인 블루아울의 결정이 금융시장 전반의 경계심을 키웠다. 블루아울은 개인 투자자 대상 펀드인 ‘블루아울 캐피털 코프 II’의 분기별 정기 환매를 중단하고, 향후 자산 매각 시점에 맞춰 수익을 간헐적으로 돌려주는 방식으로 전환하겠다고 발표했다. 사실상 해당 펀드의 상시 환매를 영구적으로 막겠다는 의미다.
블루아울은 그간 AI 붐의 대표적 수혜 투자사로 꼽혀왔다. AI용 데이터센터 건설에 공격적으로 자금을 공급해온 이 회사는, 막대한 부채를 동원해 데이터센터를 짓고 있는 오라클의 핵심 파트너이자 자금줄 역할을 해왔다. 오라클뿐 아니라 주요 빅테크 기업들의 AI 설비투자 프로젝트에도 잇달아 이름을 올리며 AI 인프라 투자 생태계의 한 축을 담당해왔다.
이런 블루아울이 개인 대상 사모신용 펀드에서 환매 중단 카드를 꺼내 들자, AI 투자 사이클 전반에 대한 의구심이 증폭됐다. AI 설비투자 영역에서 이미 유동성 경색이 진행 중인 것 아니냐는 우려가 빠르게 확산한 것이다. 일부에선 이번 조치가 2007년 글로벌 금융위기 전야에 베어스턴스 헤지펀드 붕괴가 던졌던 경고음과 유사한 ‘초기 신호’일 수 있다는 비유까지 나왔다.
알리안츠의 모하메드 엘-에리언 수석 경제 고문은 “이번 조치가 2007년 8월과 유사한 ‘탄광 속의 카나리아’ 순간일까”라고 반문하며 “일부 투자자와 정책 결정자들은 블루아울이 개인 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첫 번째 사모신용 펀드의 환매를 영구 제한한다는 소식을 접한 뒤 이 질문을 떠올릴 것”이라고 지적했다.
우려가 커지면서 블루아울 주가는 6% 하락했다. 장중 한때 낙폭은 10%까지 확대됐다. 불안감은 사모펀드·사모신용 업계 전반으로 번져 블랙스톤이 5.37%, 아폴로글로벌매니지먼트가 5.21% 떨어지는 등 관련 종목이 일제히 약세를 보였다.
섹터별로는 전통적인 방어주 성격이 강한 유틸리티가 1% 이상 상승했고, 에너지와 산업주도 오름세를 기록했다. 지정학적 리스크 확대와 금리 동결 기조 속에서 위험 회피 심리가 강해지자, 경기 민감 성장주보다는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 여겨지는 업종으로 수급이 이동한 모습이다.
시가총액 1조달러를 웃도는 초대형 기술주들은 대체로 보합권에서 좁은 폭의 등락에 그쳤다. 이들 종목 가운데 눈에 띄는 급등락은 나타나지 않았다. AI와 클라우드, 전자상거래 등 성장 스토리가 여전히 유효하다는 인식이 하방을 지지했지만, 블루아울 사태로 AI 투자에 대한 불안이 커진 탓에 공격적인 매수세도 제한됐다.
소비 관련 종목 가운데선 월마트가 눈에 띄었다. 이 회사는 전날 발표한 지난해 4분기 실적에서 시장 기대를 웃도는 호실적을 내놨음에도 불구하고 이날까지 사흘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올해 순매출 전망치가 월가 컨센서스를 소폭 밑돌면서 실적 이후 차익 실현 매물이 계속 쏟아진 것으로 해석된다.
반면 아마존은 지난해 매출 기준으로 월마트를 제치고 세계 최대 매출 기업 자리에 올랐다. 아마존이 글로벌 매출 1위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전자상거래와 클라우드, 광고 등 다각화된 사업 포트폴리오가 외형 성장을 견인했다.
통화정책 기대를 가늠하는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FF) 금리 선물시장은 3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동결 가능성을 94.1%로 반영했다. 조기 인하 기대는 이미 상당 부분 꺾인 상태에서, 지정학적 불확실성과 금융시장 내 유동성 우려가 겹치며 위험자산 선호 심리를 더욱 제약하는 양상이다.
시장 변동성을 보여주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변동성지수(VIX)는 전장 대비 0.61포인트(3.11%) 오른 20.23을 기록했다. VIX가 20선을 상회하며 투자자들의 불안 심리가 한층 고조되고 있음을 시사했다.
Copyright ⓒ 뉴스로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