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재판 1심에서 무기징역이 선고된 1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앞은 윤 어게인 세력과 진보단체 둘로 나뉘어 상반된 반응을 보였다.
19일 오전 법원종합청사 인근에는 일찌감치 윤 전 대통령 지지세력과 반대세력이 몰려들어 집회를 열었다.
촛불행동 집회 참석자들은 윤 전 대통령 사형을 촉구하며 '내란은 끝나지 않았다', '내란 타도', '사형 선고' 등의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내걸고 집회에 나섰다. '비열한 쿠데타범', '내란수괴 윤석열', '사형선고' 등이 쓰인 종이팻말을 들고 집회를 이어갔다.
다른 한편에선 신자유연대와 부정선거방지대 등 윤 전 대통령 지지 단체들이 연 집회가 이어졌다. 이들은 "공소기각하라", "내란은 없었다" 등이 적힌 종이팻말과 태극기, 성조기를 든 지지자 1000여 명이 이른 오전부터 모여 들었다.
오후 3시가 가까워지자 "윤 어게인", "공소기각" 등을 연호하는 목소리는 더욱 커졌고, 12·3 비상계엄에서 윤 전 대통령의 범죄 혐의를 인정하는 1심 법원 판단이 전해지자 재판 시작 전부터 법원 앞에 모여 '윤석열 대통령 무죄 정치재판 중단하라'고 외치던 1000여 명(경찰 비공식 추산)의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 사이에선 욕설과 탄식이 터져나왔다.
경찰은 물리적 충돌 사태에 대비해 전날부터 법원 주변을 차벽으로 둘러싸고, 기동대 16개 부대를 투입해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서부지법 난동 사태가 재발할 수 있다는 우려와는 달리 재판이 끝난 뒤엔 두 단체 모두 조용히 해산했다.
진보단체, 환호성 지르며 판결 환영…눈물 보이기도
시민단체 촛불행동은 이날 오후 2시부터 지하철 서초역 8번 출구 인근 서울중앙지검 서문 앞에서 집회를 열었다. 주최 측 추산 3600여명이 모인 가운데 이들은 윤 전 대통령 사형 선고를 촉구했다.
촛불행동은 '내란수괴 윤석열 사형'과 '조희대를 탄핵하라' 등 조이팻말을 들고 "내란수괴 윤석열에게 사형을 선고하라"는 구호를 외쳤다.
연단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 주변으로 '내란수괴 윤석열을 엄벌하라', '법치파괴 조희대를 탄핵하라' 등 문구가 적힌 깃발을 게시하고 대형 스크린을 통해 재판을 시청했다.
내란죄를 인정한다는 재판부 발언이 나오자 집회 참석자 사이에서 환호성과 박수가 쏟아져 나왔다. '노상원 수첩' 부분에선 잠시 "뭐야? 무죄라는 거야?"라는 말소리가 들렸지만 "유죄판단을 하기에 충분하다"고 한 부분에선 재차 박수와 환호성이 나왔다.
다만 법정 최고형이 아닌 무기징역을 선고하는 데 그친 데 대해선 아쉬움의 목소리도 있었다. 이들은 무기징역을 선고한다는 지 부장판사의 말에 기뻐한 것도 잠시 "왜 사형이 아니야", "말도 안 돼"라며 재판부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잇따랐다.
사형 선고가 아닌 무기징역이 선고된 데 대한 아쉬움은 있었지만 계엄이 내란이라는 1심의 유죄 판단이 유지된 데 대해선 기쁨을 나누며 집회 참석자 일부는 경찰 차벽 앞에서 음악을 틀고 춤을 추며 무기징역 선고를 자축하는 모습도 보였다.
법원, 무기징역 선고하자 생중계 지켜보던 보수단체 '고성'
황교안·전한길 "정치적 재판, 尹이 무얼 잘못했나"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받는 윤 전 대통령이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자 지지자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고성을 내질렀다.
극우 인사인 유튜버 전한길 씨는 재판 시작 시간인 3시 이전부터 라이브 방송을 통해 집회를 중계했다.
연단에 오른 전 씨는 "무죄 선고가 나오면 이재명 대통령과 민주당은 역사의 심판을 받을 것"이라고 외치자 지지자들은 박수를 치며 "독재타도"와 "공소 기각"을 외쳤다.
이후 3시 재판이 생중계되자 재판에 집중하던 지지자들은 지귀연 부장판사(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가 "노상원 수첩을 중요 근거로 삼기는 어렵다"고 말하자 박수를 치며 무죄를 확신한 듯 "윤석열 대통령", "무죄, 무죄"라고 외치기도 했다.
하지만 "비상계엄 선포가 국회 권한을 침해했다면 내란죄에 해당한다"는 지 부장판사의 말에 "정치 판사 물러가라", "지귀연 뭐하는 거야", "지귀연 야 이 개XX야"라고 고함쳤다.
시간이 지날수록 유지 취지의 선고문 낭독이 이어지자 지지자는 연단에 올라 취재진의 카메라를 향해 위협하며 태극기를 휘두르다 경찰에 제지당했으며, 이어 다른 지지자들도 자신들을 비추는 방송사 카메라를 향해 욕설을 하거나 팔을 휘두르는 등의 위협적인 행동을 보였다.
오후 4시 2분 지 부장판사가 "주문을 선고하도록 하겠습니다. 피고인 윤석열을 무기징역에 처합니다"라고 하자 흥분한 지지자들은 "아악"하고 외치며, "대한민국은 망했다", "정치 재판이다, 다시 하라", "거짓말이야", "이재명 독재자" 등의 고성을 내질러 혼잡한 모습을 보였다.
일부는 들고 나온 성조기로 가로수를 내리치거나 눈물을 흘리며 비명을 질렀고, 전한길 씨는 눈을 꼭 감은 채 고개를 숙였다. 이어 자유와혁신 대표를 맡고 있는 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독재타도"를 외치자 참가한 지지자들도 같이 연호했다.
이어 전 씨도 자리에서 일어나 "사법부의 정치적 재판을 받아들일 수 없다. 미국에서도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하자 지지자들은 박수를 치기도 했다.
연단에 오른 전 씨는 "참담하고 슬프고 분노를 동시에 느낀다. 오늘 재판은 정치적인 재판이다. 저는 이 재판에 대해 받아들일 수 없다"며 "오늘 이 재판 결과는 자유 안보와 윤석열 대통령을 지키고자 하는 우리의 힘이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목숨 걸고 투쟁하겠습니다. 윤석열 대통령님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합니다"라며 "국민의힘 의원들도 나와야 합니다. 뭉치고, 싸우고, 이깁시다. 자유헌정 질서를 지키고자 했던 계엄은 정당합니다"라고 주장했다.
시민단체 "尹 무기징역, 최소한의 단죄" "끝이 아닌 시작"
"유죄 당연하다" 성명 잇따라…특검보다 낮은 형량엔 유감
시민단체들도 잇따라 성명을 내며 윤 전 대통령의 유죄가 당연하다고 표명했다. 다만 특검 구형보다 낮은 형랑에 선고된 데 대해선 유감을 표하기도 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선고 직후 성명을 내고 "재판부는 비상계엄이 권한 행사라 하더라도 헌법기관의 권한을 마비시키려는 실력 행사라면 내란죄가 성립함을 분명히 했다"며 "대한민국 민주주의에 더 이상의 후퇴는 없어야 한다. 사법부의 판결은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번 사태가 남긴 상처를 치유하고 다시는 어떤 권력자도 헌법 위에 군림해 국민을 위협하지 못하도록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며 "제2의 친위 쿠데타를 원천 봉쇄하려면 대통령과 행정부에 과도하게 집중된 권한을 분산하고 권력 구조를 근본적으로 개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참여연대도 19일 선고 후 성명을 통해 "주권자가 위임한 권력을 남용해 민주주의와 헌정질서를 유린하고, 대한민국 공동체를 위험에 빠뜨린 일당에 대한 역사적 단죄"라며 다만 "그 계획이 치밀하지 못했다는 등 내란 과정에 대한 판단은 동의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다"고 지적했다.
이어 "12·3 내란의 궁극적 목표가 윤 전 대통령의 독재 구축에 있음을 인정하지 않은 것도 큰 비판 지점"이라며 "사법적 심판과는 별개로 독립적 조사기구를 설치해 재발 방지 대책을 제도화하기 위한 '내란 종식 특별법' 제정을 서둘러야 한다"고 촉구했다.
촛불행동 역시 19일 "민주공화국의 근간을 뒤흔든 특급 범죄자임에도 '공직에 있었다', '고령이다', '전과가 없다' 등의 이유로 사형이 아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며 "이번 선고는 법률이 규정한 책임을 물은 최소한의 결과일 뿐"이라며 재판부를 향한 비판의 말을 전했다.
이어 "비록 절반의 승리이지만 주권자 국민이 이룬 내란 청산 의지의 성과"라며 "이후 윤 전 대통령에게 사형을 선고하게 만들어 내란을 완전 단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도 이날 성명을 통해 "국가 권력을 사유화해 국민을 총칼로 위협한 범죄에 '관용'은 있을 수 없다"며 "무기징역은 그가 저지른 죄악에 비하면 오히려 가벼운 형량이자 내란에 대한 최소한의 사법적 단죄"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국민의 주권과 노동자의 기본권을 짓밟은 행위에 역사와 법이 책임을 물은 것으로, 권력이 헌법 위에 설 수 없다는 민주공화국의 원칙을 재확인했다"고 피력했다.
일부 혐의에 무죄가 나온 것과 관련해선 "내란의 전모와 책임 구조가 온전히 밝혀졌는지 엄정한 사회적 평가가 이어져야 한다"며 "내란을 기획·동조·비호한 세력에 대한 철저한 수사와 책임 추궁이 뒤따라야 한다"고 규탄했다.
이어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은 "국민이 위임한 권력을 헌정 질서를 파괴하는 데 사용한 행위는 민주공화국의 근간을 부정한 것으로 결코 관용이나 선처가 있을 수 없다"며 "국가 권력이 헌법과 민주주의의 테두리를 벗어날 때 반드시 책임이 뒤따른다는 것을 분명히 한 의미 있는 판결"이라고 전했다.
[폴리뉴스 김성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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