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소현의 주주톡]상폐 목적 공개매수 늘었지만 성사는 '숙제'…주주권리 시대의 새 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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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소현의 주주톡]상폐 목적 공개매수 늘었지만 성사는 '숙제'…주주권리 시대의 새 변수

아주경제 2026-02-19 17:25:06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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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연초부터 상장폐지를 목적으로 한 공개매수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다만 성사까지 이어지는 사례는 많지 않아요. 공정한 수익을 보장받길 원하는 주주들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공개매수를 둘러싼 줄다리기도 길어지는 분위기입니다. 공개매수 이후 포괄적 주식교환으로 방향을 트는 전략이 대두되면서 논쟁은 한층 복잡해질 전망입니다.

1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상장폐지를 목적으로 공개매수를 진행한 기업 가운데 1차 공개매수에서 상장폐지 요건인 지분 95%를 확보한 곳은 현재까지 전무한 상태입니다. 중국계 기업 로스웰은 이달 10일까지 2차 공개매수를 진행했으나 95% 확보에는 이르지 못했습니다. 에코마케팅은 1차 공개매수에서 지분율 확보에 실패하고 2차 공개매수를 오는 25일까지 진행할 예정입니다. 

신세계푸드 역시 1차 공개매수만으로는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어요. 신세계푸드는 공개매수를 통해 기존 최대주주인 이마트의 지분 55.47%에 더해 10%대 지분을 추가 확보하는 데 그쳤습니다. 이후 2차 공개매수 대신 포괄적 주식교환을 통해 완전자회사로 편입한 뒤 상장폐지를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논란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포괄적 주식교환은 상법상 제도입니다. 주주총회 특별 결의 사안으로 의결권의 3분의 2 이상 동의를 얻으면 모회사와 자회사 간 주식을 교환하거나 현금을 지급해 잔여 지분을 취득할 수 있습니다. 원칙적으로 대주주는 상장폐지를 위해 95% 이상 지분을 확보해야 하지만 포괄적 주식교환을 활용하면 3분의 2(66.7%) 동의만으로도 사실상 동일한 효과를 낼 수 있게 된 것입니다. 

포괄적 주식교환 제도는 모회사와 자회사 간 이해상충을 해소하기 위한 취지였으나 2016년 상법 개정으로 현금교부가 가능해지면서 이같은 편법이 가능해진 것이지요. 소액주주 입장에서는 공개매수에 응하지 않았더라도 주식이 현금이나 모회사 주식으로 교환될 수 있어 반발이 나옵니다.

지난해 사모펀드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가 락앤락 상장폐지를 추진하는 과정에서도 유사한 장면이 연출됐습니다. 2차 공개매수에서 목표 지분을 확보하지 못하자 포괄적 주식교환 방식을 병행하는 방안을 택했습니다. 당시에도 “공개매수 실패를 우회하는 방식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어요.

공개매수를 둘러싼 갈등의 핵심은 결국 가격입니다. 자본시장법상 공개매수가 산정은 일정 기간의 시가를 기준으로 합니다. 기업의 장기 성장 가능성이나 잠재 가치보다는 최근 주가 흐름이 반영됩니다. 기업의 저평가 국면에서 공개매수가가 제시될 경우 장기 투자자들은 정당한 보상을 받지 못한다고 느끼기 쉽습니다.

예컨대 신세계푸드의 공개매수가를 기준으로 한 주가순자산비율(PBR)은 1배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으로 평가됐습니다. 이는 장부상 순자산 가치 대비 시가총액이 낮다는 의미입니다. 일부 주주들은 “기업가치가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최근 이마트 주가가 상승세를 보이면서 향후 합병 비율이 불리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상장폐지 목적 공개매수는 통계상으로도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공개매수 신고서 기준 연간 공개매수 건수는 2010년 10건, 2011년 2건, 2012년 15건, 2013년 7건, 2014년 14건, 2015년 17건, 2016년 11건, 2017년 22건, 2018년 19건, 2019년 5건, 2020년 7건, 2021년 21건, 2022년 5건, 2023년 19건으로 집계됐습니다. 2024년에는 26건으로 최대치를 기록했고, 2025년에도 21건으로 높은 수준을 유지했습니다. 

배경에는 주주권리 강화 흐름이 있습니다. 행동주의 펀드와 소액주주 연대가 확산되면서 상장사의 의사결정에 대한 감시가 강화됐습니다. 상장사 입장에서는 공시, 내부통제, 주주 대응에 따른 비용 부담이 커졌다고 말합니다. 비상장사로 전환해 경영 자율성을 높이려는 유인이 커진 것이죠. 반면 주주들은 과거보다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고 있고 공개매수가에 대한 눈높이도 높아졌습니다.

주주권리 강화 흐름이 지속되면서 이같은 논란은 계속 커질 것으로 예상돼요. 천준범 와이즈포레스트 대표변호사는 "상법개정이 이뤄졌지만 이를 뒷받침하는 구체적인 법령이나 판례가 부족한 등 입법 미비로 실질적인 공백이 있다고 볼 수 있다"면서도 "향후 적극적인 주주행동을 통해 전향적인 판례가 나올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최근 정치권과 금융당국이 검토 중인 의무공개매수제도 역시 변수입니다. 경영권을 확보하는 인수자가 일정 지분 이상을 취득할 경우 나머지 주주 지분도 동일 가격에 의무적으로 매수하도록 하는 제도입니다. 지배주주와 일반주주의 평등한 대우를 강화하겠다는 취지입니다. 제도가 도입되면 M&A와 공개매수를 둘러싼 가격 논쟁은 더 치열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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