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희준 기자= K리그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아시아 무대에서 웃어넘기기 힘든 성적을 거뒀다. 여러 측면에서 시대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한 까닭이다.
18일 경기를 끝으로 2025-2026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엘리트(ACLE) 리그 스테이지가 종료됐다. 동아시아 권역에서는 일본 J리그 3팀, 한국 K리그 2팀, 호주 A리그·타이 리그1·말레이시아 슈퍼 리그에서 각 1팀이 16강에 진출했다. 수치상으로는 K리그의 선전처럼 보이지만 16강에 진출한 다른 리그는 ACLE 본선에 오른 모든 팀이 16강까지 오른 반면 K리그는 3팀 중 2팀만 16강에 갈 수 있었다.
실제 순위표에도 K리그의 부진이 드러난다. 일본 J리그는 마치다젤비아, 비셀고베, 산프레체히로시마가 동아시아권역 1, 2, 3위를 독식했다. 4위는 태국의 부리람유나이티드, 5위는 호주의 멜버른시티, 6위는 말레이시아의 조호르다룰탁짐이다. FC서울, 강원FC, 울산HD는 각각 7, 8, 9위에 자리했다. 세 팀 중 골득실에서 상위 6팀보다 우위에 서는 팀은 없다.
K리그 팀들은 지난 시즌에도 ACLE에서 부진했다. 광주FC가 동아시아 권역 4위로 선전하고 8강까지 진출했을 뿐 포항스틸러스와 울산은 각각 9위, 10위로 16강에 오르지 못했다. 지금의 상황은 K리그가 아시아 무대 경쟁력을 점차 잃어가고 있다는 위기 신호일 수도 있다.
▲ 외국인 쿼터와 추춘제, 확실히 ACLE에 영향을 주고 있다
AFC는 2022년을 끝으로 ACL을 춘추제에서 추춘제로 전환했다. 2023-2024시즌부터는 ACLE와 ACL2로 형태를 변화하면서 외국인 쿼터를 아예 없앴다. 당시 막대한 국가 자본을 끌어들여 외국인 선수를 사들이던 사우디아라비아의 입맛에 맞춘 변화라는 비판은 있었지만, 장기적으로 필요한 변화임에는 분명했다.
상기한 두 규정은 확실히 ACLE 성적에 영향을 주고 있다. 우선 외국인 쿼터와 관련해서는 동남아시아 강호 부리람과 조호르가 혜택을 봤다. 이들은 넘치는 자금력을 바탕으로 매 경기 외국인 선수들을 대거 기용했다. 일례로 리그 스테이지 최종전에서 선발로 기용한 외국인 선수는 부리람이 10명, 조호르가 7명이었다. 부리람의 상대인 상하이선화가 6명, 조호르의 상대인 비셀고베가 2명을 선발로 내세운 것과 대조적이었다. 후보에도 부리람은 외국인 4명을, 조호르는 외국인 7명을 보유하는 여유를 보여줬다.
최종적으로 부리람은 4승 2무 2패, 조호르는 3승 2무 3패로 준수한 성적을 거뒀다. 두 팀은 지난 시즌에도 각각 6위, 3위로 ACLE 16강에 오른 바 있으며 그중 부리람은 8강에도 올랐다.
추춘제도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7, 8차전은 K리그가 시즌을 개막하기 전인 2월 초중순에 치러지기 때문에 지난 시즌에도 K리그 팀들이 곤혹을 치른 바 있다. 실제로 추춘제를 하고 있는 부리람은 마지막 2경기에서 2승을 거뒀고 멜버른은 1승 1무, 조호르는 1승 1패로 최소 승점 3점을 챙겼다. 반면 K리그 3팀은 리그 스테이지 마지막 2경기에서 전혀 승리하지 못했다.
K리그도 아시아와 세계 무대 변화에 발맞춰 규정을 바꿔나가고 있다. 올 시즌 K리그 팀이 보유할 수 있는 외국인 쿼터 제한은 사라졌다. 경기 명단 등록 및 출전은 K리그1 5명, K리그2 4명으로 제한되더라도 ACLE 진출 팀에는 외국인을 충원할 강력한 동인이 생겼다. 추춘제에 대해서는 아직 명확한 결과가 나오진 않았지만, 올해부터 코리아컵이 추춘제로 개편되며 변화의 시작점에 섰다.
▲ 하지만, J리그 팀은 어째서 잘하는 걸까?
앞서 언급한 규정상 문제로 설명되지 않는 곳이 있다. 바로 J리그다. J리그는 올해에야 추춘제로 전환하며, 이번 상반기는 ‘백년구상 리그’로 반 시즌짜리 임시 리그를 운영 중이다. 외국인 쿼터 제한은 없지만, 실제로 ACLE에서 선발로 나서는 외국인 선수는 5명도 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J리그 팀들은 상위권을 독식하며 ACLE에서 막강한 경기력을 보였다.
K리그 팀과 J리그 팀이 맞붙는 경기를 보면 그 차이가 어디서 오는지 짐작할 수 있다. K리그 팀에 비해 J리그 팀은 압박 강도와 템포 면에서 우위를 보인다. 일례로 지난 17일 열린 서울과 히로시마 경기에서 히로시마는 전반에 2실점을 하긴 했지만, 초반부터 강렬한 압박과 빠른 템포로 서울 수비진을 곤란하게 만들었다. 또한 후반 추가시간에만 2골을 넣어 그러한 강도를 경기 내내 유지할 수 있다는 것도 보였다. 히로시마가 로테이션을 돌렸다는 사실은 주전과 후보를 가리지 않고 전술 수행 능력이 뛰어나다는 걸 입증한다.
J리그는 상대 페널티박스 안으로 최대한 공을 투입해 보다 확실한 득점 기회를 만들려 노력한다. ACLE에서 상대 페널티박스 안 터치 횟수를 보면 히로시마가 242회로 전체 2위, 고베가 207회로 전체 3위, 마치다가 202회로 전체 4위에 올랐다. K리그에서 가장 높은 울산이 172회로 전체 11위인 것과 대조적이다. 강원은 159회로 전체 13위, 서울은 148회로 전체 15위에 불과하다.
점유율은 중요치 않다. 강원은 대회 내내 점유율이 59.1%로 전체 2위지만, 상대 페널티박스 안 터치는 그에 비해 매우 적다. 반면 마치다는 점유율 46.7%로 전체 17위지만, 상대 페널티박스 안 터치는 훨씬 많다. 마치다가 15골로 동아시아 권역 득점 1위까지 차지한 걸 감안하면 그들이 훨씬 유의미한 공 소유를 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최근 들어 축구계에서는 공 소유보다 높은 강도와 빠른 템포가 중요시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K리그는 강도와 템포 측면에서 다른 아시아 리그에 비해 뒤처지고 있다. 현재 유의미한 지표로 보기는 어려워도, 2024년 통계에서 K리그는 고강도 러닝, 스프린트 횟수, 고강도 압박 등 여러 항목에서 J리그는 물론 사우디, 카타르, 아랍에미리트 등 중동 주요 리그에 뒤처지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스프린트 횟수는 인플레이 시간당 J리그가 8.3회를 기록한 반면 K리그는 6.8회에 그쳤다. 1년 반이 지난 시점에서 수치는 개선됐을 수도 있다. 다만 실제 경기에서 보여지는 양상에는 큰 차이가 없다.
K리그에서 해외로 직행한 선수들도 너 나 할 것 없이 강도와 템포의 차이를 이야기한다. ‘풋볼리스트’와 인터뷰를 진행한 엄지성, 설영우 등은 유럽 무대의 템포와 강도가 K리그와 차원이 다르다고 말했다. 독일 무대를 경험하고 K리그에 입성한 최경록 역시 올해 초 인터뷰를 통해 한국과 독일은 강도 면에서 훈련 때부터 차이가 명확하다고 증언했다.
두 시즌을 놓고 K리그의 아시아 경쟁력을 이야기하는 건 섣부른 짐작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하위권에 몰린 중국 슈퍼리그 3팀이 획득한 총 승점이 14점인데, 이 중 K리그 팀을 상대로 획득한 승점이 10점이나 된다는 사실은 많은 시사점을 안긴다. 아시아 축구는 어느 때보다 강한 변화의 바람을 맞고 있고, K리그는 그 바람에 올라타느냐 아니면 도태되느냐의 기로에 서있다.
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풋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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