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 치료제의 나비효과···GLP-1, 의료·제약·식품 판 흔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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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만 치료제의 나비효과···GLP-1, 의료·제약·식품 판 흔들다

이뉴스투데이 2026-02-19 15:00: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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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디파짓포토스]
비만 치료제가 단순한 체중 감량 수단을 넘어 식품 소비 구조와 의료 지형, 제약 산업 전략까지 동시에 흔드는 국면에 들어섰다. [사진=디파짓포토스]

[이뉴스투데이 김진영 기자] 비만 치료제가 단순한 체중 감량 수단을 넘어 식품 소비 구조와 의료 지형, 제약 산업 전략까지 동시에 흔드는 국면에 들어섰다. 고령층 복부비만 증가와 소아·청소년 비만 확산이 겹치는 가운데 GLP-1 계열 치료제가 만성질환 관리의 핵심 축으로 부상, ‘살 빼는 약’으로 인식되던 비만 치료제는 점차 하나의 ‘질병 플랫폼’으로 재정의되는 흐름이다. 이에 산업 전반의 자금 흐름도 서서히 방향을 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한비만학회가 국민건강영양조사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75세 이상 노인의 복부비만 유병률은 50.2%로 10년 전보다 10%포인트 이상 높아졌다. 겉으로는 마른 체형이라도 근육량 감소와 함께 복부에 지방이 몰리는 ‘마른 비만’ 사례가 증가, 고령층 비만은 더 이상 외형 문제가 아닌 제2형 당뇨병·고혈압·심혈관질환 위험을 동시에 키우는 구조적 건강 리스크로 자리 잡고 있다.

소아·청소년도 예외는 아니다. 초중고 학생 비만율은 2019년 15.1%에서 2024년 18.3%로 늘었고, 과체중을 포함한 ‘비만군’ 비율은 29.3%에 달한다. 학생 10명 중 3명이 체중 관리 대상에 오른 셈이다. 식단 조절과 운동을 넘어 비만 클리닉 상담이나 약물 치료 가능성을 문의하는 보호자들도 늘면서, 성장기 비만 관리 역시 생활 습관 영역을 넘어 의료적 판단이 개입되는 단계로 옮겨가고 있는 분위기다.

이 흐름 중심에는 GLP-1 계열 치료제가 있다. 식욕 억제와 혈당 조절뿐 아니라 심혈관 질환 위험 감소, 염증 완화, 인슐린 저항성 개선 효과가 확인되면서 적용 범위가 빠르게 넓어지고 있다. 비만을 만성 염증성 질환의 출발점으로 보는 의료계 인식이 확산되는 상황에서, 하나의 약물로 여러 질환을 함께 관리하는 ‘원 드럭 멀티 베네핏’ 접근도 실제 치료 현장에서 활용되고 있는 모습이다.

실제 GLP-1과 GIP를 동시에 활성화하는 티르제파타이드가 당뇨망막병증의 신규 발생과 진행 위험을 낮춘다는 연구 결과가 보고됐다. 또 다른 대규모 분석에서는 GLP-1 수용체 작용제를 프로게스틴 요법과 병용할 경우 자궁내막암 발생 위험이 66%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체중 감량 효과를 넘어 호르몬 신호 체계와 염증 경로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비만이 감염병 위험을 높인다는 연구 결과도 산업적 파장을 넓히고 있다. 유럽 공동 연구에 따르면 BMI 30 이상 비만군의 중증 감염 위험은 정상 체중 대비 1.7배, 고도 비만군은 약 3배 높았다. 체중을 줄인 집단에서는 감염 위험이 20% 낮아진 것으로 집계되면서, 비만 관리가 공중보건 영역뿐 아니라 의료 비용과 생산성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이 같은 의료적 확장은 소비 구조 변화로 직결되고 있는 양상이다. 해외에서는 GLP-1 계열 치료제 확산 이후 설탕 소비가 줄고 단백질 중심 식품 매출이 늘어나는 흐름이 가시화됐다. 미국 원당 선물 가격은 파운드당 13센트대까지 하락하며 2020년 이후 5년 만의 최저치를 기록. 탄산음료 수요 둔화가 현실화되면서 코카콜라도 제로·기능성 음료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전환, 최근 실적 발표 이후 주가가 약 5% 조정됐다.

반면 GLP-1 복용 가구의 식료품 지출은 5% 이상 감소한 가운데, 요거트·신선 과일·고단백 제품 구매는 증가세로 전환됐다. 코넬대가 15만 가구의 신용카드 데이터를 추적 분석한 결과, GLP-1 복용 가구의 스낵 구매는 10% 이상 줄었고 패스트푸드·커피숍 지출도 약 8% 감소했다. 반대로 고단백 식품과 신선식품 지출은 늘며, 단맛과 스낵 소비가 줄어든 자리를 ‘영양 밀도’ 중심 소비가 대체하는 구조적 이동이 시작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국내에서도 유사한 방향 전환이 감지된다. 고령층 복부비만과 소아·청소년 비만이 동시에 늘면서 정부와 정치권에서는 가당음료 등에 부담금을 부과하는, 이른바 ‘설탕세(설탕부담금)’ 논의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왔다. 초중고 비만군 비율이 이미 29.3%에 달하는 상황에서, 비만 치료제 확산과 설탕 규제가 맞물릴 경우 식품 소비의 무게중심이 고당 간식에서 건강식·고단백·기능성 제품으로 이동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제약산업 내부의 경쟁 구도도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다. GLP-1 계열 치료제는 더 이상 ‘비만 약’이 아닌 심혈관·대사·안과·여성질환까지 연결되는 복합 치료 축으로 진화 중이다. 비만 치료제가 각종 합병증과 암 예방 영역까지 파고들며 하나의 약물이 여러 질환을 동시에 관리하는 구조가 현실화되고 있는 셈이다.

이 같은 흐름은 약물 설계의 중심축을 ‘단기 처방’에서 ‘장기 관리’로 옮기고 있다. 주사제 위주였던 투여 방식은 경구제로 확장, 단일 기전 대신 GLP-1·GIP 복합 작용 약물이 빠르게 늘어나는 추세다. 노보 노디스크와 일라이 릴리 등 글로벌 제약사들이 차세대 복합 신약과 복용 편의성 개선에 경쟁적으로 투자하는 배경이다. 업계에서는 비만 치료제가 당뇨병처럼 장기 투여를 전제로 한 만성질환 관리 시장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관건은 지속성이다. 일부 연구에서는 약물 중단 이후 체중과 소비 패턴이 일정 기간 내 원래 수준으로 돌아가는 경향이 확인됐다. 이는 비만 치료제가 일시적 유행에 그칠지, 장기 관리 모델로 안착할지의 분기점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매월 비용을 지급하며 체내 호르몬 작용을 조절하는 구조가 고착될 경우, 식품·유통·헬스케어 산업 전반의 매출 구조에도 중장기적 변화가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는 시각도 제기된다.

이 같은 장기 관리 모델을 전제로 국내에서도 치료 접근성을 둘러싼 시도가 시작됐다. 희귀질환이나 저소득층 비만 환자 약 300명을 대상으로 위고비를 1년간 무상 지원하는 프로그램이 추진, 전국 의료기관이 참여해 치료 시작부터 유지·관리 단계까지 연계하는 구조다. 아직 보험 급여 적용은 제한적인 수준이지만, 공공·민간 협력을 통해 비만을 의료적 관리 영역으로 편입하려는 움직임이 제도권 안에서 본격화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전문가들은 이런 변화가 의료와 소비, 산업을 동시에 묶는 장기 구조 전환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고 본다. 고령층 복부비만과 청소년 비만이 함께 늘고, 비만이 당뇨·심혈관질환·감염 위험까지 증폭시키는 상황에서 치료제는 선택이 아니라 관리 인프라로 편입되고 있다는 것이다. 한 헬스케어 업계 관계자는 “GLP-1 치료제는 체중 감량을 넘어 만성질환 관리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다”며 “향후 보험 적용과 장기 안전성 데이터가 쌓이면 의료 체계 전반의 비용 구조와 산업 투자 방향까지 바꿀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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