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한민하 기자] 뜻 모를 각종 할인전과 정체불명의 쿠폰들로 소비자들의 ‘세일 피로’를 불러 일으켜 온 뷰티업계의 마케팅 방식에 변화가 일고 있다.
들쭉날쭉한 가격 비교 경쟁에서 벗어나 어디서 구매하든 정해진 가격에 제품을 구할 수 있는 균일가 채널을 선호하는 소비 트렌드가 뚜렷해지면서 관련 플랫폼과 오프라인 채널들의 마케팅 방식도 변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유통 채널을 중심으로 가격 장벽을 낮춘 균일가(고정가) 뷰티가 확산되면서 관련 매출도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성다이소 매출 추이를 살펴보면 전 제품을 균일가로 운영하는 가운데 뷰티 카테고리 매출이 전년 대비 70% 이상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2024년 144% 성장에 이어 지난해에도 두 자릿수 성장세를 이어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GS25도 최근 ‘손앤박 하티’ 시즌을 확장하는 등 3000원대 균일가 뷰티 시장 진입을 본격화하고 있다. 균일가 구조가 소비자의 구매 결정을 단순화한 데 더해 협업 브랜드 효과까지 맞물리며 성장세를 키운 것이라는 분석이다.
대형마트 역시 균일가 뷰티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마트는 지난해 12월 4950원 균일가 화장품을 확대해 선보인 바 있다. 롯데마트도 뷰티 코너에 기능성 스킨케어 9종을 4950원에 출시했으며, 지난해 9~10월 기준 ‘4950원 화장품’ 매출이 운영 초기 대비 세 배 이상 증가했다.
업계에서는 균일가 뷰티 확산이 저가 경쟁을 넘어 소비 방식 자체가 바뀌고 있다는 신호로 보고 있다.
기존 뷰티 유통의 전형은 정가+할인 구조였다. 제품을 정가에 올려둔 뒤 특정 기간 세일을 진행하거나 쿠폰·카드 혜택·멤버십 적립을 조합해 최종 결제 가격을 낮추는 방식이다.
다만 할인 빈도가 높아질수록 소비자 입장에서는 ‘혜택’보다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같은 제품도 구매 시점과 할인 조건에 따라 가격이 달라지면서, 즉시 구매보다 최저가를 기다리는 심리가 강화되는 흐름이 나타났다는 것이다.
특히 온라인 환경에서는 가격 비교가 상시화되면서 피로도가 누적됐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쿠폰 유효기간, 중복 적용 여부, 최소 구매 금액, 배송비 조건 등을 따져야 실질 가격이 나오고, 플랫폼별 혜택 구조도 달라 “어디서 언제 사야 가장 싸게 살 수 있는지”를 계산하는 과정이 하나의 노동처럼 굳어졌다는 지적이다.
이 틈을 파고든 것이 균일가다. 균일가 채널은 가격 변수를 제거하면서 소비자가 제품의 성분·기능·사용감 같은 핵심 요소에 더 빠르게 집중할 수 있도록 만들고 실패 비용을 낮춰 ‘저비용 체험’ 수요를 흡수하는 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균일가 뷰티의 경쟁력이 저렴한 가격 자체보다 구매 결정 과정의 단순화에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같은 변화는 뷰티 시장의 구조적 양극화를 강화할 수 있다는 관측으로 이어진다. 균일가 기반 채널이 생활 소비재형·체험형 시장을 확대하는 한편 프리미엄 시장은 검증된 브랜드 중심으로 수요를 유지하며 독립적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즉 한쪽에서는 실패하더라도 부담이 덜한 균일가 소비가 확대되고 다른 한쪽에서는 효능·기술·브랜드 신뢰를 기반으로 한 고가 제품이 계속 팔리는 이중 구조가 강화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가장 압박을 받는 구간은 중간 가격대로 분석된다. 균일가 채널이 ‘체험의 입구’를 장악할수록 중저가·인디 브랜드는 기존처럼 가성비만으로 차별화하기 어려워지고 동시에 프리미엄 시장의 신뢰 경쟁과도 맞물리며 설득력의 기준이 높아질 수 있다. 이에 따라 중저가 브랜드는 기능성 강화, 체험형 상품 구성, 투트랙 가격 전략 등 새로운 생존 방식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뷰티업계 관계자는 “균일가 채널이 입문용 수요를 빠르게 흡수하면서 중간 가격대 브랜드는 예전처럼 할인만으로 버티기 어려운 환경이 되고 있다”며 “결국 중저가 브랜드도 기능성 근거를 강화하거나, 체험형 구성으로 소비자를 설득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바꾸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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