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닝]
여러분 최근에 혹시 그 뉴스 보셨나요? 이번에 SK하이닉스에서 직원들한테 성과급 2964%를 줬다고 합니다. 그니까 연봉이 1억인 직원한테 성과급으로 1억 5천을 준 거예요. 진짜 월급보다 성과급이 더 많은 거죠. 너무 부럽지 않나요? 근데 지금 이렇게 '꿈의 기업'이라고 불리는 SK하이닉스가 한때는 주가가 100원대였던 진짜 망할 뻔했던 회사였습니다. 오늘 4인용 책상에서는 SK하이닉스 이야기, 한번 풀어보겠습니다.
[1983년 현대전자 출범]
자, 이 SK 하이닉스 이름부터가 살짝 반전입니다. 원래는 SK가 아니었거든요. 시작은 1983년 현대전자입니다. 현대전자라니 이름이 좀 생소하죠? 혹시 여러분 걸면 걸리는 걸리버 전화기 아세요? 어쨌든 이 걸리버 전화기가 현대전자 제품입니다. 자, 이때 1980년대 초반이 어떤 상황이었냐면요. 당시 일본 반도체가 전 세계를 휩쓸고 있었습니다. 한국에서도 TV, 냉장고, 자동차 전부 다 일제 반도체가 들어간 거죠. 근데 이걸 보고 한국 정부가 위기감을 느낍니다. "이러다 우리 전자산업 일본한테 완전 밀리겠는데? 우리도 반도체 국산화 해야겠다." 이때 정부가 당시 전두환 정부입니다. 그때 대기업들 삼성, 현대, 금성, 지금의 LG죠? 얘네한테 "우리도 반도체 같은 핵심 부품들 우리가 직접 만들 줄 알아야 된다, 나라에서 밀어줄 테니까 너네가 한번 한국 반도체 개발해봐라" 이렇게 부탁을 합니다. 그때 이제 현대에서 '그러면 반도체 사업 제대로 한번 해볼까?'하고 열었던 게 이 현대전자입니다. 자 근데 문제는 현대는 사실 이 반도체가 주력 사업이 아니었잖아요. 사실 삼성이나 금성은 이미 전자 분야에 진출을 해 있었단 말이죠. 근데 그에 비해서 현대는 전자나 반도체 기반이 좀 약했어요. 게다가 현대는 다른 큰 계열사들이 많잖아요. 지금도 유명한 여러분들이 아시는 거 뭐 있어요? 현대자동차, 현대중공업, 현대건설 이런 다른 중요한 사업들이 더 많았던 거죠. 그러다 보니까 당시 현대전자는 기술 확보나 제품 개발 속도가 좀 느려서 한동안 빛을 못 봅니다. 자, 그러다가 1987년 현대전자는 자체 기술로 256K 디램 개발에 성공하면서 양산체제를 갖춥니다. 이게 무슨 뜻이냐면요, 이젠 단순히 조립 수준이 아니라 핵심 부품을 직접 만들 수 있는 단계까지 올라선 거예요. 이어서 4메가 디램, 하이퍼 1메가 디램 등도 개발하면서 이때부터 좀 승승장구하면서 몸집을 키우게 됩니다.
[1997년 IMF외환위기]
자 근데 여러분 1997년에 뭐가 터지죠? IMF가 터지죠. 자 여러분 여기서 질문 하나 할게요. 만약에 여러분들이 놀이공원 사장이에요. 막 대출 받아가지고 놀이기구도 쫙 깔아놓고 직원들도 싹 다 뽑아놨어. 근데 어느 날 갑자기 손님 수가 반토막이 났어요. 이거 버틸 수 있을까요? 놀이공원 특성상 손님이 좀 적게 오더라도 놀이기구 그래도 돌려야 되고 그 놀이기구 사고 안 나게 정비도 해야 되고 또 놀이기구 작동시키는 직원도 여전히 있어야 되잖아요. 수입이 줄어들더라도 나가는 고정비, 유지비는 거의 그대로 든단 말이죠. 근데 이 반도체 산업이 딱 그런 구조입니다. 반도체는 공장이 핵심인데 공장 한 번 지으면 돈이 어마어마하게 들어가잖아요. 또 지으면 끝이냐? 지어놓으면 유지비, 감가상각, 대출이자 이런 게 계속 나간단 말이에요. 그래서 반도체 사업은 잘 팔릴 땐 진짜 많이 버는데 안 팔릴 땐 진짜 손해가 크다고 해요. 근데 IMF 때 이렇게 반도체처럼 설비 투자가 큰 산업이 직격타를 맞습니다. 게다가 아까 현대전자가 디램, 메모리 만들면서 회사가 컸다고 했잖아요. 근데 외환위기 때 디램 가격이 급락합니다. 아니 공장에 들어가는 유지비는 그대로인데 이 디램 가격은 떨어지니까 팔면 팔수록 점점 남는 게 없는 그런 상황이 닥친 거죠. 그럼 IMF가 터졌을 때 정부는 뭘 했느냐? 한마디로 "살릴 건 살리고 죽일 건 죽이자." 이때 당시 정부가 김대중 대통령 때였어요. IMF 조기 탈출을 목표로 금융권부터 산업 전반까지 통폐합, 완전 대규모 구조조정을 밀어붙입니다. 그때 대표적인 예시가 현대자동차가 기아자동차 인수한 거죠. "너도 자동차 할 거고 너도 자동차 할 거면 괜히 둘이 중복투자 하지 말고 한 팀으로 합쳐서 해"라는 논리입니다. 이 반도체도 예외는 아니었어요. 정부가 이렇게 팔짱끼고 딱 보니까 뭐 삼성은 알아서 잘하는 것 같은데 밑에서 LG랑 현대가 좀 허덕허덕하고 있어요. 그래서 정부가 "둘이 각자 공장 늘리다가 둘 다 망하면 어떡할 거냐, 그냥 너네도 중복 투자하지 말고 한 팀으로 키워서 삼성 다음가는 2등 팀을 한번 만들어봐라" 이런 논리로 '반도체 빅딜'을 추진합니다. 결과적으로는 현대전자가 LG 반도체를 흡수합병하는 식으로 결론이 나요. 이 과정에서 LG 반도체가 굉장히 반대가 심했는데 이 이야기는 다음에 LG 이야기할 때 자세히 또 풀어보도록 하겠습니다.
[2001년 하이닉스 반도체 출범]
그런데 이 합병이 사실 현대전자한테도 좋은 일만은 아니었어요. LG 반도체를 삼키면서 덩치랑 몸집이 확실히 커지긴 커졌는데 2000년에서 2001년 디램 가격이 또 급락하거든요. 그때 이제 합병으로 커졌던 고정비나 부채를 현대전자가 감당하기 너무 어려워진 거예요. 그래서 결국 현대전자는 2001년 현대전자라는 이름을 아예 내려놓습니다. 대신에 하이닉스 반도체라는 이름으로 사명을 바꾸고요. 같은 해 8월 공정위 승인으로 하이닉스 반도체는 현대 계열에서 분리가 됩니다. 사실상 현대가 경영권을 거의 내려놓은 거죠. 워크아웃이라고 하는데 이때 하이닉스 반도체는 채권단으로 넘어가면서 주인 없는 기업이 됩니다. 이 하이닉스 반도체가 처음 출범했을 때요. 주가가 4만 원대였어요. 지금 SK 하이닉스 주가 얼마죠? 촬영일 기준으로 한 주당 86만 원 정도 해요. 근데 이때 4만 원으로 출범했던 주가가 최저 135원을 찍기도 합니다.(감자 전 거래주가) 대박이죠? 지금 86만 원인데? 근데 이때 주가가 이렇게 135원을 찍을 정도로 회사 운영이 많이 어려웠습니다. 근데 이런 정체절명의 위기의 순간! 하이닉스가 헝그리 정신을 발휘합니다. 이때 상황이 남들은 막 다 좋은 기기 써가지고 반도체 찍을 때 하이닉스는 돈이 없으니까 진짜 막 폐기 예정인 낡은 기계를 이용하고 있었거든요. 근데 이 낡은 기계로 고품질 기술을 뽑아내는데 성공한 거예요. 진짜 의지의 한국인 너무 대단합니다. 저예산으로 고품질을 뽑아낼 수 있게 되니까 2004년에 하이닉스 반도체는 드디어 흑자로 전환이 되고요. 2005년에 워크아웃을 졸업하게 됩니다. 와, 한때 135원까지 보던 기업인데 진짜 기적이죠?
[2012년 SK하이닉스 출범]
자, 2012년 드디어 채권단이 하이닉스를 팝니다. 누가 사가나요? SK텔레콤이 3조 4,267억 원에 단독 입찰합니다. 이때 사명도 우리가 아는 SK하이닉스로 바뀌죠. 당시 SK 최태원 회장이 반도체에 관심이 많았어요. 이때 임원들이 반대를 좀 했거든요. "큰 돈 주고 반도체 사왔다가반도체 불황 오면 어떡할 거냐", "그냥 우리가 원래 하던 SK에너지, SK텔레콤 이런 거에 좀 더 집중을 하자". 근데 최태원 회장은 '이 반도체가 우리의 미래 먹거리가 될 것이다'라는 확신이 있었어요. 또 공부를 실제로 좀 하긴 했나 봐요. 2012년에 사왔다고 했는데 2013년 바로 반도체 호황이 터집니다. 이때 뭐가 보급됐나요? 스마트폰이 대중화되면서 모바일 메모리 수요가 급증한 거예요. 게다가 아까 원래 반도체는 일본이 휩쓸고 있었다 했잖아요. 이때 일본 반도체 기업인 엘피다가 파산하면서 국내 기업의 활동 범위가 조금 더 넓어지게 됩니다. 그리고 2017년 이때는 보급화된 스마트폰으로 콘텐츠 사업이 부흥합니다. 우리가 아는 유튜브, SNS들 그런데 이 방대한 양의 메모리를 처리하고 전송하고 저장하려면 또 반도체가 필요하죠. 이때 2017년을 그냥 호황기도 아니고 반도체 슈퍼 호황기라고 부릅니다. 슈퍼 호황기 SK가 하이닉스를 품고 나서 처음으로 했던 건 "삼성처럼 이것저것 다 해보자" 이게 아니었어요. 오히려 메모리, 특히 디램 메모리에 칼같이 집중합니다. 반도체는 한 번 삐끗하면 그 공장값이 그대로 빚이 되니까 몸집 늘리기보다는 회전에 좀 더 집중한 거죠.
[HBM 개발]
하이닉스 하면 또 이 얘기를 빼먹을 수가 없는데 여러분 HBM이라고 들어보셨어요? 이게 메모리의 일종인데 쉽게 말해서 메모리를 옆으로 넓게 펴는 게 아니라 여러 장을 수직으로 쌓고 통로를 뚫어서 대역폭을 미친듯이 뽑아주는 방식이에요. 하이닉스가 미국 반도체 대기업인 AMD랑 이 TSV HBM을 공동 개발합니다. 비유하자면 층층이 쌓인 HBM이라는 아파트에 TBV라는 엘리베이터를 수직으로 뚫은 거예요. 그럼 이 엘리베이터를 통해서 데이터들이 엄청 빨리 왔다 갔다 할 수 있겠죠? 이 TSV HBM은 훗날 AI 시대의 핵심 부품이 됩니다. 자, 2021년 SK 하이닉스가 업계 최초로 HBM3 개발을 공식 발표합니다. 이 메모리가 엔디비아 AI 주력 제품군에 들어가면서 둘은 플랫폼 동반자 포지션이 돼요. 아니 처음에는 SK 임원들이 하이닉스 반도체 들여오지 말자고 망한다고 말렸는데 어느새 이 SK(그룹) 영업이익의 80%를 SK하이닉스가 물어다주게 됩니다. 대박이죠? (주가)135원 보던 기업이었다니까요.
[2025년 성과]
자 그리고 작년 2025년 무슨 열풍이 불었죠? AI 열풍이 불었죠. AI 반도체 매출이 폭증합니다. 작년 2025년 한 해 동안 매출이 97조 1467억 원, 영업이익은 47조 2063억원이라는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합니다. 이게 어느 정도냐면요. 매출은 전년 대비 47%,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101% 증가한 수치라고 해요. 사실 하이닉스가 이렇게까지 성과를 내면서 성장할 수 있었던 데는 또 이유가 있습니다. 뭐 대기업이 다 복지가 좋다고는 하지만 이 SK하이닉스의 복지가 최상급이었거든요. 공장이 24시간 돌아가니까 국내 최초로 24시간 국·공립 보육시설을 만들기도 하고요. 또 해피프라이데이라고 매달 한 번씩 금요일 하루를 통째로 쉬게 하는 그런 이벤트도 만듭니다. 또 난임휴가를 유급으로 늘려주기도 하고 하여튼 직원복지에 엄청나게 신경을 썼어요. 또 그 일환으로 SK하이닉스는 영업이익의 10%를 성과급 재원으로 사용하는데요. 아까 2025년 영업이익이 얼마라고 했었죠? 47조원. 그래서 이번에 이 10%인 4조7000억원을 성과급으로 쓰게 된 겁니다. 여기까지가 이번에 SK하이닉스에서 그 엄청난 성과급이 가능했던 이유입니다.
[클로징]
앞으로도 반도체가 들어가는 제품과 산업은 더 빠르게 늘어날 겁니다. 전기차, AI 등을 위한 데이터 센터도 더 많이 필요할 거고 그로 인한 반도체 수요도 구조적으로 커질 것으로 보입니다. 이 드라마 같은 굴곡을 지나온 SK하이닉스, 그 미래는 또 어떻게 성장할지 앞으로 함께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시청해주신 여러분 고맙습니다. 다음 수업에 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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