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김효인 기자】 병원마다 가격과 진료 횟수가 제각각이었던 비급여 도수치료 등 주요 치료에 대해 정부가 처음으로 공적 관리 체계를 가동했다. 사실상 민간 의료시장의 자율 영역으로 남아 있던 비급여 시장에 국가가 기준을 제시하며 통제에 나선 첫 사례라는 점에서 의료·보험 시장 전반에 적지 않은 변화가 예상된다.
보건복지부는 도수치료, 경피적 경막외강 신경성형술, 방사선 온열치료 등 3개 항목을 ‘관리급여’로 지정하는 국민건강보험법 시행령 개정안을 19일부터 시행한다. 관리급여는 기존 비급여와 달리 정부가 적정 가격인 ‘표준수가’와 이용 기준을 설정해 관리하는 새로운 중간 단계의 급여 체계다.
의료기관마다 가격이 달랐던 비급여 진료에 공적 기준이 적용되는 것은 사실상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조치는 과잉 진료 논란과 실손보험 재정 악화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돼 온 비급여 시장을 직접 관리하겠다는 정부의 첫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가격과 횟수 ‘이중관리’...비급여 시장 구조 흔든다
관리급여의 핵심은 병·의원이 자율적으로 책정해 온 비급여 가격에 공적 기준을 적용하고, 진료 횟수까지 제한한다는 점이다.
그동안 도수치료는 의료기관별로 1회 비용이 수만 원에서 10만원 이상까지 크게 차이가 났고, 실손보험 보장을 전제로 한 반복 진료가 성행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새 제도에서는 건강보험이 진료비의 5%를 부담하고 환자가 95%를 부담한다. 겉으로는 환자 부담이 여전히 크지만, 표준수가 적용으로 전체 진료비 자체가 낮아질 가능성이 크다.
예컨대 기존에 1회 10만원이던 치료가 표준수가 5만원으로 책정되면 환자 부담은 4만7500원으로 줄어든다. 여기에 건강보험 기준을 초과한 진료는 급여 인정이 되지 않아 반복 진료 유인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이를 통해 의료기관의 과다 권유와 환자의 ‘의료 쇼핑’을 동시에 억제하겠다는 구상이다.
‘비급여 3종’ 첫 규제 대상…과잉진료 논란 중심
이번에 관리급여로 지정된 항목들은 비급여 진료비 상승을 주도해 온 대표적 치료들이다.
도수치료는 근골격계 통증 완화를 위해 손이나 도구를 사용하는 치료로, 효과 검증 논란과 과잉 시행 문제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일부 환자가 연간 수십 회에서 수백 회까지 치료를 받는 사례도 보고됐다.
경피적 경막외강 신경성형술은 척추 통증 치료 시술로 고가임에도 비급여라는 이유로 시행 기준이 느슨했다. 방사선 온열치료 역시 암 환자의 보완 치료로 널리 쓰이지만, 병원 간 가격 편차가 컸다.
정부는 이들 항목이 의학적 필수성보다는 실손보험 보장 구조와 결합해 시장 규모가 비정상적으로 확대됐다고 판단하고 있다.
관리급여 시행은 실손보험 가입자 구조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1~4세대 실손보험 가입자에게는 표준수가 적용으로 진료비가 낮아지고 급여 항목으로 전환되면서 보험 혜택이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반면 올해 출시된 5세대 실손보험은 관리급여 항목에 대해 건강보험 본인부담률(95%)과 연동되도록 설계돼 있어 사실상 보장 혜택이 거의 없다. 환자가 대부분 비용을 부담해야 하므로 이용 문턱이 높아질 전망이다.
“필수와 선택 사이 영역, 공적 관리 필요”
전문가는 이번 정책이 의료 서비스의 ‘필수성과 선택성’ 사이에 놓인 영역을 공적 관리 체계 안으로 편입하는 첫 단계라고 평가한다.
정형선 연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는 “의료 서비스에는 생명과 직결된 필수 영역과 개인 선택에 가까운 영역이 함께 존재한다”며 “비급여 항목 중 이용량이 많고 실손보험과 결합해 남용 가능성이 큰 서비스에 대해 공적 기관이 관찰과 관리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특히 도수치료를 첫 대상에 포함한 배경에 대해 “개인 선택에 맡겨둘 경우 과도한 이용과 도덕적 해이가 발생하기 쉬운 대표적 사례”라며 “관리급여 도입은 공적 관리의 출발점이라는 의미가 있다”고 제언했다.
다만 의료계는 정부의 가격 통제 조치가 진료 자율성을 침해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관리급여 지정 등에 대해 지난해 말 대한의사협회는 헌법소원 검토까지 언급하며 대응 수위를 높였던 바 있다.
반면 정부는 환자 의료비 부담 완화와 건강보험 재정 안정화를 위해 관리급여 적용 대상을 단계적으로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
복지부는 “이번 시행령 개정을 통해 과잉 우려가 있는 비급여를 적정하게 관리할 수 있는 제도적 기틀이 마련됐다”며 “도수치료 등 관리급여 대상으로 선정된 항목에 대해 수가 및 급여기준을 마련하는 등 후속 절차를 차질없이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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