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6·3 지방선거는 단순한 지역 권력 교체가 아니다. 집권 2년 차 이재명 정부에 대한 첫 전국 단위 중간평가이자, 여야 차기 대권 구도를 가늠하는 예비투표 성격을 띤다. 서울에서는 부동산 민심을 축으로 ‘행정가 정원오 vs 정치인 오세훈’ 구도가 형성되며 여권 대권 지형 재편 가능성이 걸렸다.
수도권 벨트와 부산·충청은 정권 안정과 보수 진영 재편을 가르는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호남은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과의 경쟁과 통합론이 맞물리며 누가 야권의 진정한 심장부와 적통을 차지할 것인지를 가리는 ‘야권 주도권의 재정립’ 무대가 될 전망이다. 투데이신문은 설 특집으로 6·3 지방선거 전국 5대 격전지 판세를 집중 점검한다.
【투데이신문 강지혜 기자】6·3 지방선거를 앞둔 호남의 키워드는 단연 ‘통합’이다. 광주광역시와 전라남도의 행정통합 논의가 국회 입법 절차를 밟으며 급물살을 타자 선거는 단순한 광역단체장 선출을 넘어 ‘첫 통합 행정’을 책임질 리더를 뽑는 전장으로 확장됐다.
전남광주 통합특별법은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를 통과해 법제사법위원회와 본회의 절차만을 남겨두고 있다. 법안이 최종 처리돼 정부 이송과 국무회의 의결, 공포 등의 과정을 거치면 ‘40년 숙원’으로 불린 광주·전남 통합 논의는 선언을 넘어 제도 설계 단계로 진입하게 된다.
광주·전남 통합특별시는 사실상 ‘광역통합 1호’ 모델이 될 가능성이 크다. 초대 통합단체장은 향후 다른 권역 통합 논의의 기준점이 될 수 있고 재정·권한 특례 확보와 균형발전 로드맵을 조율하는 초광역 조정 권력을 쥐게 된다. 단순한 지방선거를 넘어 호남의 정치적 위상과 권력 지형을 다시 짜는 선거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이번 통합 논의의 무게는 호남의 정치적 상징성과도 맞물려 있다. 제21대 대선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광주 84.81%, 전남 85.83%의 압도적 득표율을 기록하며 당선의 기반을 다졌다. 호남의 선택이 정권 출범의 핵심 동력인 것이다. 이 때문에 통합특별시장 선거는 지역 차원을 넘어 정치적 함의가 적지 않다.
호남은 전통적으로 민주 진영의 텃밭이다. 그만큼 이번 초대 통합특별시장 경쟁 역시 민주당 내부에서 가장 뜨겁게 전개되고 있다. 현재 판세는 사실상 민형배 의원과 김영록 현 전남지사의 2파전으로 압축되는 흐름이다.
이 같은 구도는 조국혁신당, 진보당, 국민의힘 등 다른 정당들에는 부담으로 작용한다. 조국혁신당은 합당 논의가 무산된 민주당과의 선거연대를 하겠다고 했지만 구체적인 원칙과 방법은 아직까지 없다. 결국 독자 노선도 염두에 둬야 하는 분위기다.
진보당은 노동·복지 의제를 전면에 내세워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고 국민의힘은 호남 인사를 전면 배치하며 외연 확대 전략을 펴고 있다. 그러나 선거 구도가 민주당 경선 중심으로 형성돼 있다는 점에서 이들 정당이 판세를 흔들 만한 돌파구를 마련하기는 쉽지 않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민형배 vs 김영록 오차범위 접전
현재까지 초대 통합특별시장 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인사는 민주당 소속 민형배·정준호·이개호 의원과 이병훈 민주당 호남발전특위 수석부위원장이다. 설 연휴 이후에는 주철현 의원도 공식 출마 선언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강기정 광주시장과 김영록 전남지사가 출마를 공식화할 경우 선거전은 현역 광역단체장과 현역 의원들의 다자 경쟁 구도로 확전될 전망이다. 관건은 특별법 처리 시점이다. 국회 본회의는 오는 26일 열릴 것으로 예상된다. 특별법이 본회의를 통과하면 조례 개정 등 통합을 위한 실무 작업이 본격화된다.
지역 정치권에서는 두 단체장이 출마 선언과 예비후보 등록 시점을 특별법의 국회 통과 여부와 연동해 결정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강기정 시장과 김영록 지사가 지방선거 예비후보로 등록할 경우 직무가 정지되면서 통합 추진 과정에서 행정 공백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법안 처리 이후 제도적 정당성을 확보한 뒤 정치 행보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특별법이 최종 통과돼 통합이 공식화될 경우 그동안 수면 아래에서 진행되던 경쟁은 본격적인 승부 국면으로 접어들 가능성이 크다. 통합의 절차가 마무리되는 순간 초대 통합특별시장을 둘러싼 정치적 경쟁 역시 사실상 개막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발표된 여론조사 흐름은 비교적 일관되다. 선두권은 민주당 민형배 의원과 김 지사가 오차범위 내에서 엎치락뒤치락하고 3위 이하 후보군은 한 자릿수에 머무르는 구조다.
한국갤럽조사연구소가 지난 8~9일 한국방송공사(KBS) 광주방송총국 의뢰로 광주·전남 만 18세 이상 남녀 1609명에게 통합특별시장 선호도를 물은 결과(무선전화 가상번호 활용 전화면접조사(CATI), 응답률 14.1%,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2.4%p), 민형배 의원 21% 김영록 전남도지사 19%로, 두 후보가 오차범위 안에서 경합하고 있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그 뒤로 강기정 광주시장 9%, 신정훈 의원 8%, 주철현 의원 6%, 이개호 의원 4%, 이병훈 부위원장 4%, 정준호 국회의원 2% 등으로 조사됐다. 지지 후보가 없다는 응답은 14%, 모름이나 무응답은 13%였다.
광주로만 한정한 조사에선 민형배 의원이 30%로 강기정 시장의 15%, 김영록 지사가 13%보다 크게 앞섰으며 전남으로만 한정했을 때는 김영록 지사 24%, 민형배 의원 14%로 나타났다.
KBC광주방송과 광남일보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서치뷰에 의뢰해 지난 2∼3일 광주·전남 지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ARS, 응답률 7.1%,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p)에서도 민형배 의원 19.0%, 김영록 지사 18.6%로 오차범위 내였다. 뒤이어 신정훈 의원 9.2%, 강기정 시장 7.8%, 주철현 의원 6.3%, 이병훈 부위원장 6.2%, 이개호 의원 3.7% 등 순이었다.
광주일보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에 의뢰해 지난 1월 30∼31일 광주·전남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150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ARS 응답률 6.4%,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2.5%p)에서도 통합단체장 적합도에서 민형배 의원은 22.7%, 김영록 지사는 18.1%로 오차범위 내에서 접전이었다. 그밖에 신정훈 의원 9.2%, 주철현 의원 6.8%, 강기정 광주시장 6.5%, 이개호 의원 4.7% 등의 지지율이 나왔다.
눈여겨볼 점은 광주에서는 민형배 의원이, 전남에서는 김영록 지사가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통합 선거가 되면서 광주와 전남을 동시에 설득해야 하는 구조가 됐고 외연 확장성이 승부처로 떠오르고 있다.
후보 전략도 대비된다. 민 의원은 통합특별시를 남해안 신산업 수도이자 미래형 메가 도시권으로 육성하겠다는 구상을 내세우고 있다. AI·에너지·우주·바이오 산업을 연결해 일자리 생태계를 조성하겠다는 전략이다.
특히 민 의원은 대통령과의 긴밀한 협력 관계를 강점으로 내세우며 통합의 적임자임을 강조하고 있다. 그는 출마 선언 자리에서 “초대 특별시장은 이재명 대통령과의 호흡과 신뢰가 매우 중요하다”며 “대통령과 함께 걸어온 16년의 역사가 통합의 실속을 챙기는 데 필수적”이라고 밝혔다.
반면 김 지사는 현직 프리미엄과 풍부한 행정 경험을 앞세운다. 재정·권한 특례를 실질적으로 확보할 협상력을 강조하며 3선 도전을 공식화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을 지낸 그는 그간 친명계로 분류되지는 않았지만 최근 들어 이재명 정부와의 정책 보조를 강화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 지사는 400만 통합특별시를 목표로 ‘전남광주 3+1축 산업 대부흥’ 비전을 제시하며 정책 경쟁에 본격적으로 시동을 걸었다. 전남도청 브리핑룸에서 Y4(Y축·Y-Core) 노믹스 선언과 함께 통합특별시의 권역별 산업 전략과 공간 개발 구상을 공개했다.
수도권 일극 체제에 머물러온 기존의 수평적 확장 모델을 넘어 지방이 주도하는 새로운 성장 축을 구축하겠다는 전략이다. 전남·광주를 대한민국의 ‘수직 성장축’으로 전환하겠다는 이 구상이 통합특별시 논의의 주도권을 쥘 수 있을지 주목된다.
여론이 요구하는 자질을 보면 선거 결과를 쉽게 점치기 어렵다. 앞선 광주일보 조사에서 초대 통합단체장이 갖춰야 할 가장 중요한 자질을 묻는 질문에 ‘경제발전 추진력’이 29.8%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이어 ‘행정 전문성’(25.4%), ‘소통과 통합 리더십’(23.7%) 순이었다. 반면 ‘정치적 영향력’은 15.4%로 상대적으로 낮았다.
이는 통합특별시 수장에게 정치적 상징성보다 경제 성과와 행정 능력을 기대하는 여론이 우세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다만 경제 추진력과 행정 전문성, 통합 리더십을 동시에 갖춘 인물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아 특정 후보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하다고 단정하긴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민주당 경선 룰 역시 주요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아직 중앙당이나 공천관리위원회 차원의 공식 입장은 나오지 않은 상태다. 다만 광주와 전남 간 당원 규모와 유권자 분포가 크게 다른 만큼 기존 경선 방식을 그대로 적용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민주당 경선이 사실상 본선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후보 진영마다 경선 룰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후보군이 다자 구도로 형성된 상황에서 경선 방식에 따라 유불리가 크게 갈릴 수 있고 막판 연합이나 합종연횡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결국 경선 룰과 후보 간 연대 구도가 맞물리며 선거 판세는 끝까지 예측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혁신당, 합당 결렬 뒤 생존 모드…호남서 통할까
민주당 밖의 셈법은 복잡하다. 조국혁신당은 합당 논의가 무산된 이후 강공 모드로 전환했다. 한 여권 관계자는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이 전반적으로 우세를 점할 가능성이 높다”며 “혁신당은 합당·연대 논의에 상당한 시간을 소진했고, 후보군 정비도 늦어 명절 국면에서 이슈를 선점하지 못한 한계가 있다”고 진단했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이 무산된 된 뒤 정청래 민주당 대표의 ‘연대 및 통합 추진준비위원회’ 구성 제안을 수용하며 “지방선거 연대가 필요하다면 추진준비위에서 그 원칙과 방법을 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민주당 측은 통상 ‘연대’라고 하면 선거연대를 떠올리지만 정 대표 발표에는 ‘선거’라는 표현이 명시되지 않았다면서 선거연대를 논의할 계획이 없음을 드러냈다.
이처럼 온도차가 이어지자 조국혁신당은 대여 압박 수위를 끌어올리고 있다. 전북에서는 대립이 한층 격화되는 양상이다. 조국혁신당은 2024년 12월 3일 윤석열 정부의 비상계엄 선포 당시 전북도청과 시·군 청사를 폐쇄한 김관영 전북지사와 기초단체장 8명을 ‘내란 동조’ 및 ‘직무유기’ 혐의로 2차 종합특검에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강경 행보는 혁신당의 절박함을 보여주는 단면으로 해석된다. 민주당과 지지층이 상당 부분 겹치는 구조에서 호남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내지 못할 경우 당의 존재감이 약화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혁신당이 독자 노선을 택할 경우 ‘존재감 증명’이 최대 과제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호남에서 일정 수준 이상의 득표율을 확보하지 못하면 향후 통합이나 연대 논의에서도 협상력을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일부 지역에서 의미 있는 성적을 거둘 경우 민주당 독주 구도에 균열을 내는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결국 이번 지방선거는 조국혁신당에게 단순한 지역 선거를 넘어 당의 정치적 존속 가능성을 가늠하는 시험대가 되고 있다.
진보당에서는 이종욱 후보(민주노총 광주본부장)가 출사표를 던졌다. 그는 통합 논의 과정에서 정부의 특례 축소 움직임을 정면으로 비판하며 이재명 대통령에게 공개 타운홀 미팅을 촉구하는 등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정부 보폭에 맞추기보다 통합의 전제 조건을 재설계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며 차별화에 나선 셈이다. 특히 이 후보는 전남·광주 통합을 넘어 전북까지 아우르는 500만 ‘호남 대통합’을 제시하며 피지컬 AI, 모빌리티, 재생에너지 중심의 미래산업 육성을 핵심 공약으로 내걸었다.
국민의힘은 호남에서 두 차례 국회의원에 당선된 이정현 전 새누리당 대표를 전면에 내세우며 외연 확장에 나서고 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 12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전 대표를 이번 지방선거 중앙당 공천과 국회의원 보궐선거 공천 관리를 책임질 공관위원장에 추천한다”고 밝혔다.
이정현 위원장은 페이스북을 통해 “광주·전남은 더 이상 정치적 배려와 위로의 대상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이어 민주당의 호남 장기 독점 체제를 겨냥해 “예산은 늘었지만 산업과 일자리는 늘지 않았다”며 “경쟁이 사라진 정치가 지역의 활력을 떨어뜨렸다”고 비판했다. 또 “이번 특위는 국민의힘이 전국 정당으로 도약하는 시험대”라며 “현장과 결과로 평가받는 정치를 보여주겠다”고 강조했다.
다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호남 지역 국민의힘 지지율은 한 자릿수에 머무는 경우가 적지 않다. 정치적 메시지와 전략적 배치만으로는 구조적 열세를 단기간에 뒤집기 어렵다는 점에서, 이번 시도가 상징적 의미를 넘어 실질적 확장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평가가 나온다.
정치권이 초대 전남광주특별시장 자리를 두고 치열하게 맞붙는 이유는 분명하다. 통합이 성사될 경우 호남의 정치적 위상이 근본적으로 달라지기 때문이다. 광주와 전남이 하나의 초광역 단위로 재편되면 이는 단순한 행정구역 통합을 넘어 권력의 크기와 무게가 확장되는 변화로 이어진다.
그렇기에 이번 선거는 단순한 지방 권력 경쟁이 아니라 통합 이후 새롭게 재편될 ‘호남 권력지도’를 선점하려는 싸움에 가깝다. 설 연휴 이후 움직일 민심은 통합의 첫 설계자를 선택하는 동시에 호남 정치의 다음 축을 결정하는 분기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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