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한스경제 전시현 기자 | 토큰증권(STO) 조각투자 장외거래소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시장을 개척해온 스타트업 루센트블록이 최종 탈락한 가운데 하태경 보험연수원장이 비판하고 나섰다.
하 원장은 지난 14일 메타(옛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혁신은 스타트업이 하고 과실은 기득권이 따먹는 현실"이라고 비판했다. 하 원장은 "대통령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혁신창업 국가, 규제혁신, 신산업 육성을 강조한다"며 "디지털자산과 토큰증권 역시 미래 금융 인프라의 한 축으로 육성하겠다고 천명해 왔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러나 정작 제도권 진입의 관문에서 오랜 기간 시장을 개척해 온 스타트업이 탈락했다면 이 메시지는 어떻게 읽어야 할까"라고 반문했다.
루센트블록은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2022년부터 토큰화 부동산 시장을 실험해 온 대표적 STO 플랫폼으로 현재까지 50만명의 고객과 300억원 규모의 자산을 유치했다. 제한된 환경이지만 실제 투자자와 거래 데이터를 축적하며 시장 가능성을 입증해 왔다. 그럼에도 최종 제도화 단계에서 탈락하면서 대통령의 혁신정책과 금융당국의 인가 결정 사이의 괴리가 드러났다는 지적이다.
스타트업 업계에서도 반발이 거세다. 예비 인가를 받은 두 기업은 모두 금융위 출신이 수장이라는 점에서 '금피아 카르텔'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 "금피아 카르텔" 비판 확산
이에 대해 스타트업 업계 관계자는 "스타트업을 키우고 지원하겠다면서 막상 스타트업에 기회를 줘야 할 때 소외시켰다"며 "혁신 서비스의 실증에 참여한 기업이 제도화 과정에서 보호받지 못한다면 혁신에 도전하는 스타트업이 나오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 핀테크 스타트업 업계에서는 "여론의 관심이 설 연휴와 올림픽으로 분산되는 시점을 노려 안건을 처리한 것 같다"는 반응도 나왔다. 이 업계 관계자는 "금피아에 찍히지 않으려면 금융위 과장 출신이라도 채용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자조 섞인 말까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정치권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5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여러 허들을 만들어서 신생 혁신 기업의 서비스 진입을 못하게 하는 것은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것"이라며 "이재명 대통령의 혁신성장이 가장 중요한데 이같은 정부 정책과도 맞지 않다. 혁신 정신에 반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샌드박스 형태로 신산업을 발굴해서 성장하겠다는 것인데 이같은 싹을 자르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 원장은 규제 샌드박스의 본래 취지를 거론하며 "실험은 스타트업이 했고 시장 검증도 스타트업이 했는데 과실은 다른 주체가 가져갔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 경우 샌드박스는 혁신을 촉진하는 제도가 아니라 결과적으로 기존 금융 기득권의 리스크를 줄여주는 생쥐실험으로 전락할 수 있다"며 "이는 단지 한 기업의 탈락 문제가 아니라 혁신정책의 구조적 신뢰 문제"라고 꼬집었다.
금융위는 루센트블록이 자기자본 규모가 상대적으로 낮고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지분이 51%로 개인 중심 지배 구조를 갖고 있다는 점을 탈락 사유로 들었다. 이에 대해 허세영 루센트블록 대표는 13일 입장문을 통해 "내 지분은 35% 수준이고 2대 주주인 개인 투자 조합의 지분은 전혀 보유하고 있지 않다"며 금융위 평가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하 원장은 "혁신에 불을 붙이는 것은 구호가 아니라 제도적 선택"이라며 "청와대가 이번 사태를 가볍게 보지 않았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본인은 일관되게 STO거래소 세 개를 허가할 것을 주장했다"며 "금융위는 왜 굳이 혁신의 씨앗을 죽이면서까지 두 개를 고집해야 했을까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금융위원회는 지난 13일 정례회의를 열고 조각투자 장외거래소 사업자로 NXT컨소시엄과 KDX를 선정했다. 외부평가위원회 점수는 NXT컨소시엄이 750점, KDX가 725점을 받았으며 루센트블록은 653점으로 탈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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