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트기류 붕괴와 시베리아 고기압의 결합, 지구의 방어선이 무너졌다
올겨울 한반도와 아시아권에 나타나는 기후 양상은 한 문장으로 정리하기 어렵다. 영하 두 자릿수 한파가 기승을 부리던 날로부터 며칠 지나지 않아 영상권 고온이 이어지는 이례적 변동이 반복되고 있다.
시민들은 “겨울이 맞느냐”는 반응을 보이지만, 기후 과학자들은 이를 단순한 이상 현상이 아닌 ‘변동성 확대’의 신호로 해석한다. 평균 기온은 상승하는 추세를 보이지만, 계절 내부의 기온 출렁임은 더욱 거칠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 기후위기와 북극
기상 관측 자료에 따르면 최근 수년간 한국의 겨울은 평년 대비 평균 기온이 상승하는 경향을 보였다. 그러나 동시에 단기적 한파 강도는 약화되지 않았다.
오히려 특정 시기에는 북극권 냉기가 급격히 남하하며 기록적인 저온을 형성한다. 이후 제트기류가 재배치되면서 남서쪽 따뜻한 공기가 북상해 짧은 기간 급격한 기온 반등을 보인다. 이 과정이 반복되면서 체감상 ‘추위와 더위가 함께 존재하는 겨울’이 형성된다.
아시아 전체로 시야를 넓히면 양상은 더욱 극명하다. 동아시아는 시베리아 고기압의 영향으로 강력한 한랭 공기 유입이 빈번해지고 있다. 반면 남아시아와 동남아 지역에서는 겨울 말부터 이른 고온 현상이 관측된다.
일부 지역은 봄철 폭염 수준의 기온을 기록하기도 한다. 같은 시기 아시아 대륙에서 한파와 고온이 동시에 진행되는 이중 구조가 형성되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변동성의 배경에는 복합적 기후 요인이 작용한다. 열대 태평양의 엘니뇨·라니냐 주기 변화는 대기 순환 패턴에 영향을 준다. 최근 라니냐가 약화 국면에 접어들면서 대기 흐름이 재조정되고 있다.
북극 진동(AO)의 위상 변화 역시 동아시아 한파 발생과 밀접하다. 북극권의 차가운 공기가 남하할 수 있는 ‘통로’가 열리면 단기간 강력한 한파가 나타난다. 동시에 해수면 온도 상승은 대기 중 수증기량을 늘려 기온 반등과 강수 강화를 촉진한다.
기후 전문가들은 “지구온난화가 곧 추위의 소멸을 의미하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평균 온도 상승은 대기의 에너지 총량 증가를 의미한다.
에너지가 많아질수록 대기 순환은 더욱 불안정해지고 극단값이 자주 나타날 수 있다. 즉, 따뜻한 배경 위에서 강한 한파가 더 날카롭게 나타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전 세계적으로도 유사한 흐름이 확인된다. 북미 일부 지역에서는 기록적 한파가 보고되는 반면, 남반구에서는 폭염과 대형 산불이 동시 발생한다. 유럽에서는 겨울 폭풍과 집중호우가 이어지는 가운데 일부 지역은 건조 현상에 시달린다. 기후 위기는 단일 현상이 아닌 복합 재난 구조로 전환되고 있다.
한국 사회에 미치는 영향도 적지 않다. 급격한 기온 변화는 전력 수요를 급등시킨다. 한파 시 난방 수요가 증가하고, 이후 고온 반등 시 전력 부하가 다시 재조정된다. 도로와 시설물은 결빙과 해빙이 반복되며 안전 위험이 높아진다. 보건 측면에서는 심뇌혈관 질환, 호흡기 질환, 독감 유행 등이 기온 변동과 맞물려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 기후위기로 인해 고통받는 국가들이 늘어나고 있다.
농업 분야 역시 예외가 아니다. 겨울철 이상 고온은 과수의 휴면기를 교란한다. 따뜻한 날씨에 생육이 앞당겨졌다가 뒤늦은 한파가 오면 큰 피해를 입는다. 병해충 월동률이 높아지는 것도 문제다. 기후 변동성은 단순한 기온 변화가 아니라 생산 체계 전체의 불확실성을 키운다.
도시 인프라와 재난 대응 체계도 재설계를 요구받고 있다. 과거에는 ‘평년 수준’ 대비 준비가 가능했지만, 이제는 단기간 급변을 전제로 한 복합 대응 체계가 필요하다. 에너지 공급망, 제설 시스템, 취약계층 보호 정책, 농업 보험 체계 등이 동시에 보완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절 패턴을 경험하고 있다. 이는 일시적 변덕이 아니라 기후 체계 전반의 불안정성이 반영된 결과다. 평균 기온 상승이라는 장기 추세 위에서 변동성 확대가 겹치며 계절 내부의 대비가 극단화되고 있다.
▲ 중위도에서 한파와 폭풍을 몰고 오는 극 제트기류(Polar Jet),그리고 좀 더 남쪽에서 아열대 상공을 흐르는 아열대 제트기류(Subtropical Jet)다.
기후위기 시대의 겨울은 더 이상 고정된 풍경이 아니다. 영하의 바람과 봄 같은 햇살이 며칠 간격으로 교차하는 시대, 사회 전반의 대응 능력이 곧 안전과 직결된다. 한겨울에 찾아오는 갑작스러운 온기와 냉기의 공존은, 지구 기후 시스템이 새로운 균형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거친 파동일 가능성이 높다.
이제 질문은 단순하다. “이번 겨울이 이상한가”가 아니라 “이러한 겨울이 새로운 표준이 되는가”다. 기후의 변동성은 이미 우리 곁에 와 있다. 대응의 속도와 준비의 깊이가 향후 사회적 충격을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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