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메이커=손보승 기자]
핀테크 스타트업의 교과서로 불리는 금융 ‘슈퍼앱’
영국의 핀테크 기업 레볼루트(Revolut)는 최근 향후 5년간 영국에 30억 파운드를 투자하고 1,000명 이상을 신규 채용한다고 밝힌 바 있다. 레볼루트는 이를 계기로 런던 안에 글로벌 본사를 신설할 방침이며, 동시에 미국과 유럽 등 글로벌 시장 확장도 병행하면서 영국 금융 시장과 핀테크 생태계를 활성화하겠다는 목표다. 초기 투자금이 기업 성장으로 이어지고 그 성과가 다시 자국으로 환원되는 선순환은 유럽에서도 보기 드문 사례다.
“금융의 주인은 소비자”
레볼루트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하나로 계좌와 송금 및 결제, 투자, 보험상품 가입까지 가능한 종합 금융 플랫폼으로, 전통 은행 대비 저렴한 수수료와 실시간 송금 서비스를 차별화 포인트로 내세우고 있다. 투자사들은 이러한 레볼루트의 혁신성을 보고 막대한 자금을 투자했고, 그 결과 레볼루트는 전 세계 6,500만 명 이상의 사용자를 확보하면서 몸집을 키워 유니콘 반열에 올랐다. 실적도 탄탄해 2024년 매출은 전년 대비 72% 늘어난 40억 달러, 세전이익은 149% 급증한 14억 달러를 기록했다. 암호화폐 거래소 레볼루트X를 포함한 웰스 부문은 2023년 1억 5,800만 달러에서 2024년 6억 4,700만 달러로 298% 뛰었다.
그간 레볼루트는 영국 내 풀뱅크 라이선스를 확보하기 위해 금융당국과 긴 줄다리기를 이어왔다. 이에 현재 ‘모빌라이제이션’ 단계에 진입, 고객당 5만 파운드로 제한된 상태에서 제한적으로 금융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모빌라이제이션 단계는 은행 면허를 부분적으로만 승인받은 초기 단계로, 신규 은행이나 핀테크 기업이 시스템과 절차, 리스크 관리 체계를 안정적으로 갖췄는지 시험하는 의미로 종종 부여된다. 이에 따라 업계에선 레볼루트가 단계적으로 최종 승인을 이끌고 금융당국과의 신경전에 마침표를 찍기 위해 투자를 택했다고 보고 있다. 마침 영국 정부도 금융혁신과 고용창출을 강조하고 있는 만큼, 타이밍이 잘 맞았다는 평가다.
레볼루트의 니콜라이 스토론스키 최고경영자(CEO)는 “영국 은행으로 거듭나는 것이 레볼루트의 가장 중요한 목표”라며 영국 내 은행 면허 취득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이번 투자는 세계 최초 글로벌 모바일 은행이 되고자 하는 레볼루트의 비전을 실현하기 위한 핵심 기반”이라며 “2027년까지 1억 명 이상의 고객을 확보하겠다”고 전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 시민권 포기
스토론스키 CEO는 러시아인이다. 이 때문에 2022년 러시아의 침략으로 시작된 우크라이나와의 전쟁 국면에서 상징적인 기업으로 꼽히며 관심을 받기도 했다. 당시 그는 “이번 전쟁은 분명 잘못됐고 정말 혐오스럽다”며 “러시아와 벨라루스 사업을 중단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와 함께 레볼루트는 우크라이나 적십자에 200만 달러를 기부한 바 있다.
러시아 모스크바 물리공과대에서 물리학 석사 학위를 받았던 그는 리먼브러더스에서 근무하며 모스크바 뉴이코노믹스쿨에서 경제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리먼브러더스가 파산하기 직전인 2008년 초 유럽계 투자은행 크레디트스위스로 자리를 옮겼다. 크레디트스위스에서 글로벌 금융위기의 파고를 겪은 그는 2013년 자신만의 금융기업을 설립하기 위해 전통 은행업계를 떠났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스토론스키는 역사적으로 기술 혁신에 의한 혼란을 피해온 은행업도 곧 대규모 변화에 직면할 것이라 확신했다. 그러면서 2015년 레볼루트를 설립해 전통적인 은행과는 정반대의 길을 걷기로 했다. ‘금융의 주인은 소비자’라는 기치 아래 사람들이 모바일 앱에서 환전과 송금, 주식 거래 등을 저렴하고 손쉽게 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스토론스키의 출신이 문제가 됐던 적도 있다. 레볼루트는 2018년 유럽중앙은행(ECB)의 특수은행 면허, 리투아니아 은행의 전자화폐기관(EMI) 인증을 받았는데, 당시 리투아니아 정부가 스토론스키 아버지의 경력을 문제 삼은 적이 있다. 러시아가 2014년 우크라이나 크림반도를 강제로 합병한 뒤 러시아 에너지기업 가스프롬 등은 미국의 제재를 받았던 무렵 그의 아버지가 가스프롬의 임원으로 재직한 사실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이에 리투아니아 정부와 의회는 국가안보를 이유로 레볼루트에 대해 정밀 조사를 했다. 조사 결과 러시아 크렘린궁과의 연결성은 밝혀지지 않았으나 당시 스토론스키는 “아버지를 둘러싼 논쟁이 어이없다”며 상처를 드러내기도 했다.
우여곡절 끝에 ‘금융 및 경제 생활의 A부터 Z까지 가능한 슈퍼 앱’으로 자리 잡았으나 살인적인 근무 스타일로 도마 위에 오르기도 했다. 하루 14시간을 일하기 일쑤였던 스토론스키는 직원들의 주말 근무, 초과 근무 등을 당연시하며 직원들을 압박했다는 사실이 폭로되기도 했다. 이후 그는 회사 관행을 바꾸고 이미지를 회복하기 위해 노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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