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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0억 시간 자산, 메지온 가치가 달라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4일(현지시간) '우선심사 바우처'(PRV·Priority Review Voucher) 제도에 최종 서명했다. 이 서명으로 일몰을 앞두고 있던 PRV 제도는 오는 2029년 9월 30일까지 유지될 수 있게 됐다.
해당 법안은 지난해 12월 미 하원을 통과한 데 이어 올해 1월 30일 상원에서 일부 수정안이 가결됐다. 이번 대통령 승인으로 이번 PRV 제도 연장은 미 의회와 행정부의 입법 절차를 모두 통과한 셈이다.
PRV 제도란 희귀 소아 질환 치료제 개발을 장려하기 위한 미국 정부의 대표적인 인센티브 정책을 말한다. 임상적·상업적 난이도가 높아 민간 투자가 위축되기 쉬운 영역에 대해 신약 개발 성공 시 심사 기간 단축이라는 실질적 보상을 제공하는 구조다. PRV를 보유한 기업은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신약 허가 심사 기간을 기존 평균 11개월에서 약 6개월로 줄일 수 있다.
이번 PRV 제도 연장 통과로 메지온은 3000억원의 현금티켓을 넣은 것과 다를 바 없다. 메지온의 중장기 기업가치 재평가가 불가피해졌다.
메지온 관계자는 "메지온은 선천성 심장질환 환자를 대상으로 한 치료제 유데나필을 개발하고 있다"라며 "향후 유데나필 신약 승인 시 PRV를 지급받을 수 있는 법적 기반이 확정됐다"고 강조했다. 이어 "FDA는 유데나필 신약 승인 시 PRV를 지급하기로 약속했다"고 덧붙였다.
PRV의 가장 큰 특징은 치료제 종류와 무관하게 사용할 수 있고 제3자에게 양도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즉 희귀 소아 질환 치료제로 PRV를 획득한 뒤 이를 전혀 다른 적응증의 신약 개발에 활용하거나 글로벌 제약사에 매각할 수 있다. 이 때문에 PRV는 ‘시간을 사는 티켓’, ‘FDA 패스트패스’로 불리며 글로벌 제약·바이오 업계에서 높은 가치를 인정받아 왔다.
실제 PRV는 글로벌 시장에서 수천억원에 거래돼왔다. 최근 수년간의 사례를 보면 PRV 매매가격은 대체로 2억~3억달러 수준에서 형성돼 왔다. 이를 원화로 환산하면 3000억원 안팎에 해당한다.
경쟁이 치열한 항암제나 블록버스터 잠재력을 가진 신약의 경우 수개월의 출시 시점 차이가 시장 선점과 매출 규모를 좌우할 수 있다는 점에서 PRV의 전략적 가치는 매우 크다.
◇"PRV, ‘다음 승부’를 유리하게 만드는 시간 자산"
다음은 메지온 관계자와 일문일답이다.
-PRV는 왜 ‘우선심사권’인데 신약 승인 후에 받는 것인가
△PRV는 앞선 신약을 빨리 심사해주는 제도 자체가 아니라 ‘보상’이다. 희귀 소아질환 치료제처럼 공공적 가치가 높은 신약을 개발해 FDA 허가를 실제로 획득한 기업에게 사후적으로 지급된다.
-그렇다면 PRV를 받기 전엔 우선심사를 받지 못하나
△아니다. 여기서 많은 혼란이 생긴다. PRV와 FDA의 ‘신속심사 제도’는 완전히 다른 제도다. 희귀질환, 중증질환, 미충족 의료수요 영역의 신약은 질환 특성만으로도 신속심사를 받을 수 있다. 예를 들어 메지온 임상은 희귀질환 대상이기 때문에 현재 신약 자체가 신속심사 대상이다.
반면 PRV는 신약 승인 후 추가로 받는 보상권이다. 정리하면, '현재 신약 → 질환 특성으로 신속심사', '미래 보상 → 승인 성공 시 PRV 지급' 이다.
-이미 신약 승인을 받은 뒤 PRV를 받는 게 기업에 무슨 의미가 있나
△PRV 핵심 가치는 ‘다음 신약을 위한 무기’라는 점이다. PRV는 치료제 종류와 무관하게 사용 가능하다. 다른 파이프라인에 적용 가능하고 제3자에게 양도·매각 가능하다. 즉, 하나의 금융자산이자 전략 자산으로 취급된다.
-그런데 심사 4~5개월 단축에 왜 3000억원이나 지불하나
△표면적으로 보면 짧아 보인다. 하지만 신약 시장에서는 이 기간이 수조 원의 매출 격차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시장 규모가 큰 항암제, 경쟁 약물이 동시에 개발 중인 치료제, 글로벌 선점 효과가 큰 분야에서는 몇 개월 먼저 출시가 시장 지배력을 결정한다.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가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선발 주자는 글로벌 공급 계약을 독점했다. 후발 주자는 시장 진입 자체가 어려워졌다. 그래서 PRV를 사는 기업은 단순히 심사를 빠르게 받는 게 아니라, 시장 선점, 경쟁 약물 대비 우위 확보, 조기 매출 인식을 함께 사는 것이다.
제약업계에서는 연 매출 2조원 규모 신약의 출시가 6개월만 빨라져도 조기 매출만 약 1조원에 달해 현재 시장에서 형성된 PRV 가격 3000억원은 충분히 경제성이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 결과, PRV는 희귀 소아질환 치료제 개발에 대한 인센티브로 부여된다. 하지만 실제 사용 대상은 암·비만·치매 등 질환 제한 없이 모든 신약으로 확장된다. 이에 따라 글로벌 제약사들은 상업성이 높은 블록버스터 후보물질의 출시 시점을 앞당기기 위해 PRV를 현금으로 매입하는 전략을 택하고 있다.
-메지온이 PRV를 받으면 무엇을 할 수 있나
△선택지는 크게 두 가지다. 첫 째는 직접 사용이다. 이를 통해 후속 파이프라인 FDA 심사 기간 단축하고 글로벌 출시 시점 앞당길 수 있다. 다음은 매각이다. 글로벌 제약사에 수천억원 현금화해 연구개발 자금 확보 및 재무구조 개선할 수 있다. 어느 쪽이든 PRV는 신약 승인 이후에 추가로 생기는 옵션 가치다.
-결국 PRV의 본질은 무엇인가
△PRV는 이미 끝난 신약 절차의 보너스가 아니라 다음 경쟁을 위한 시간과 선택권에 대한 보상이다. 희귀질환 신약이라는 고위험·저수익 영역에 도전한 기업에게 미국 정부가 제공하는 가장 강력한 인센티브가 바로 PRV다. 정리하자면 PRV는 ‘이미 승인된 약을 빠르게 해주는 권리’가 아니라 ‘성공한 기업에게 다음 승부를 유리하게 만들어주는 시간 자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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