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이 도시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과연 어디까지일까. 이제 공항은 단순한 여객의 이동 통로를 넘어 도시의 생존과 성장을 결정짓는 거대한 경제 엔진으로 진화했다. 2024년 기준 인천국제공항이 인천지역 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는 실로 막대하다. 항공 운송과 공항 운영은 물론이고 관광, 레저 등 연관 산업을 포함한 경제적 가치는 약 51조원에 달한다. 이는 인천지역 명목 지역내총생산(GRDP)의 약 41%에 육박하는 수치다. 취업 유발 효과 또한 약 21만명으로 인천 전체 취업자의 12%가 공항과 직간접적으로 연결돼 있다. 인천공항은 단순한 기반시설이 아니라 지역경제를 떠받치는 거대한 산업 플랫폼이자 최대의 고용처인 셈이다.
이제 인천시는 이 거대한 동력을 지역경제 전반으로 확산시키고 도시의 삶과 유기적으로 융합할 수 있는 전략적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사실 지금까지 인천공항의 비약적인 성장은 정부의 국제선 집중 정책과 내국인 항공 수요의 폭발적 증가, 그리고 저비용항공사(LCC)의 급성장이라는 삼박자가 맞물린 결과였다. 하지만 이러한 ‘여객 중심’의 수익 구조는 외부 환경 변화에 대단히 취약하다는 치명적인 약점을 안고 있다.
우리는 이미 사스(SARS), 글로벌 금융위기, 그리고 전 세계를 멈춰 세운 코로나19 팬데믹을 통해 그 취약성을 뼈저리게 경험했다. 특히 코로나19 시기 공항 여객 수요는 무려 98% 급감했다. 연간 수천억원 규모의 흑자를 기록하던 공항이 하루아침에 대규모 적자의 늪에 빠지는 것을 목격하며 우리는 공항의 역할에 대한 근본적인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함을 깨달았다. 단순히 사람과 짐을 실어 나르는 공간을 넘어 스스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공항경제권’으로의 진화가 절실해진 것이다.
세계 주요 공항은 이미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공항을 중심에 두고 다양한 산업을 융복합하고 있다. 싱가포르 창이공항은 초대형 복합문화공간 ‘주얼 창이’를 통해 공항 자체를 세계인이 찾는 목적지로 만들었다. 네덜란드 스키폴공항은 고도화된 물류 네트워크와 첨단 산업 클러스터를 결합해 글로벌 기업을 불러 모으고 있으며 일본 하네다공항 역시 공항 인접 지역을 연구개발(R&D)과 혁신 산업의 거점인 ‘하네다 이노베이션 시티’로 육성 중이다. 이들에게 공항은 비행기를 타기 위해 거쳐 가는 경유지가 아니라 비즈니스가 일어나고 문화가 소비되는 도시 그 자체다.
인천 역시 공항이 주도하고 민간이 동반 성장하는 비즈니스 허브로 거듭나야 한다. 항공기정비(MRO), 관광·마이스(MICE), 스마트 물류, 첨단 항공산업 클러스터를 공항경제권 내에 집적시켜야 한다. 공항을 중심으로 한 창업 생태계와 고용 시장이 활성화될 때 인천공항은 비로소 인천을 넘어 대한민국 경제의 실질적인 중심으로 기능할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를 찾는 외국인의 약 70%가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들이 인천에 머무는 비율은 단 6.3%에 불과하다. 서울, 경상, 경기, 제주에 이어 전국 5위에 그치는 초라한 성적표다. 대한민국 최대의 경제자유구역을 보유하고 전 세계 190여개 도시를 연결하며 비행시간 3시간 이내에 61개 핵심 도시가 포진해 있는 천혜의 요충지 인천으로서는 실로 뼈아픈 현실이다.
인천은 이제 ‘관문’이라는 이름 뒤에 숨겨진 기회비용을 되찾아 와야 한다. 단순히 통과하는 도시가 아니라 사람이 머물고 산업이 꽃피며 양질의 일자리가 쏟아지는 ‘공항 중심 도시’로 변모해야 한다. 공항의 경쟁력이 곧 도시의 경쟁력이 되는 시대다. 인천 경제의 심장을 다시 뛰게 할 미래지향적인 선택이 필요한 시점이다. 인천공항이 인천의 자부심을 넘어 글로벌 경제의 표준이 되는 길, 그 길 위에 인천의 내일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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