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물은 전통적인 K-드라마 시장의 '스테디셀러'다. 하지만 최근의 흐름은 단순히 법전과 증거를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판타지적 상상력과 메디컬 스릴러, 심지어 초자연적 현상까지 법정 안으로 끌어들여 변주하는 중이다. 익숙한 문법에 이질적인 장르를 한 방울 가미해 시청자의 감각을 자극하는, 이른바 '장르 혼종' 법정물들의 활약을 짚어본다.
회귀+법정물 〈판사 이한영〉
최근 종영한 MBC 드라마 〈판사 이한영〉은 '인생 2회차'라는 회귀물의 서사를 법정에 성공적으로 이식했다. 억울한 죽음 이후 과거로 돌아간 판사 이한영(지성)이 미래의 정보를 바탕으로 부패한 권력을 단죄하는 과정은 시청자들에게 압도적인 카타르시스를 선사했다. 자칫 정적일 수 있는 법리 다툼에 회귀라는 동적인 엔진을 달아 '지체 없는 정의'를 구현한 결과, 4%대로 시작한 시청률이 13%까지 수직 상승하며 법정물 변주의 성공 사례로 남았다.
범죄+의학+법정물 〈블러디 플라워〉
디즈니+ 시리즈 〈블러디 플라워〉는 범죄 스릴러와 메디컬을 법정물이라는 틀 안에 영리하게 엮어낸 시도다. 모든 불치병을 치료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연쇄살인범 이우겸(려운)이라는 파격적인 캐릭터를 전면에 내세웠다. 그를 둘러싼 변호사와 검사의 치열한 공방은 물론, 법의 테두리를 벗어나 요동치는 여론의 변화까지 다각도로 조명한다. 여러 장르가 정교하게 맞물린 이 작품은 '전문직 드라마의 끝판왕'이라 불러도 손색없는 복합적인 재미를 선사한다.
워맨스+법정물 〈아너: 그녀들의 법정〉
남성 중심 서사가 주류였던 법정물의 공식을 기분 좋게 배반한 ENA 월화드라마 〈아너: 그녀들의 법정〉도 눈길을 끈다. 이나영, 정은채, 이청아라는 강렬한 존재감의 세 여배우가 변호사로 합을 맞춰 성범죄와 결탁한 거대 악에 맞선다. 빠른 전개와 매회 허를 찌르는 엔딩은 시청자들을 단숨에 매료시켰다. 12부작의 반환점을 도는 현재, 채널의 제약을 넘어 3%대 시청률을 유지하며 '워맨스 법정물'의 독보적인 저력을 증명하는 중이다.
오컬트+법정물 〈신이랑 법률사무소〉
오는 3월 방영을 앞둔 SBS 새 금토드라마 〈신이랑 법률사무소〉는 법정물에 오컬트를 끼얹었다. 귀신을 보는 '신들린 변호사' 신이랑(유연석)이 주인공이다. 퇴마를 하는 중개업자(〈대박부동산〉)나 귀신을 보고 빙의까지 했던 노무사(〈노무사 노무진〉)의 계보를 잇되, 그 무대를 법정으로 옮겨왔다. 산 자의 법리로는 증명할 수 없던 망자의 억울함을 대변한다는 설정은 기존 법정물의 영역을 현실 너머로 확장한다. 비현실적 능력을 지닌 신이랑과 냉혈한 엘리트 변호사 한나현(이솜)이 빚어낼 시너지가 또 다른 관전 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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