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김진영 기자] 세계 최초로 6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4) 양산 출하를 시작한 삼성전자가 메모리 시장의 ‘슈퍼 을(乙)’로 부상하고 있다. HBM4 기술 경쟁력 회복과 범용 D램 가격 급등이 맞물리며, 삼성전자가 올해 글로벌 메모리 가격과 공급 흐름을 좌우하는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는 평가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최근 양산 출하한 HBM4의 공급가는 개당 약 700달러(약 100만원) 수준으로, 전작인 HBM3E 대비 20~30% 높은 가격에서 협상이 진행되고 있다. 불과 반년 전 SK하이닉스가 엔비디아에 공급하는 HBM4 가격을 500달러 중반대로 책정했던 것과 비교하면 큰 폭의 상승이다.
범용 D램 가격 급등이 HBM과의 수익성 격차를 좁히면서, 메모리 업체들의 가격 협상력도 빠르게 강화되고 있다. 실제 삼성전자는 HBM 물량을 무리하게 늘리기보다 범용 D램과 HBM 간 생산능력(캐파)을 재조정하며 수익성 극대화 전략을 택한 것으로 전해진다.
한 업계 관계자는 “범용 D램 수익성이 HBM과 비슷해지면서 HBM4 물량을 최대치로 확대할 필요가 없어졌다”며 “세계 최초 양산으로 기술력을 입증한 만큼, 이제는 수익성 중심으로 캐파를 정교하게 조절하는 단계”라고 말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1분기 PC용 범용 D램 가격은 전 분기 대비 91% 상승할 전망이며, 서버용 DDR5 역시 지난해 4분기 76% 상승에 이어 1분기 99% 추가 상승이 예상된다. 지난 1년간 스마트폰용 메모리 가격은 약 3배, 라우터·셋톱박스 등 브로드밴드 장비용 메모리는 최대 7배 가까이 뛰었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3사 가운데 가장 많은 캐파를 보유하고 있고, 매출에서 범용 D램 비중도 여전히 높다. D램과 낸드를 포함한 전반적인 메모리 가격 상승세가 이어질 경우 연간 영업이익이 250조원 안팎까지 가능하다는 전망도 나온다.
실적 기대감은 경쟁사로도 확산되고 있다. HBM4 양산을 앞둔 SK하이닉스 역시 삼성전자와 비슷한 가격대 형성이 유력하다는 관측이 나오며, 증권가에서는 올해 1분기 삼성전자가 약 32조원, SK하이닉스가 28조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기록해 ‘분기 영업이익 30조원 시대’가 열릴 가능성까지 거론하고 있다.
HBM 수요 구조는 아직 제한적이다. 업계에 따르면 올해 HBM4 공급을 공식 요청한 빅테크는 현재 엔비디아 한 곳뿐이며, 구글과 브로드컴은 올해도 HBM3E를 주력으로 채택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AMD가 차세대 AI 가속기에 HBM4를 적용할 경우, 장기간 협력 관계를 이어온 삼성전자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도 나온다.
삼성전자는 올해 글로벌 HBM 시장에서 약 30% 점유율을 확보할 것으로 예측된다. HBM 매출이 전년 대비 3배 가까이 늘어난 가운데 선두를 달리는 SK하이닉스와의 격차도 빠르게 좁혀질 것이란 관측이다.
한편, 삼성전자 HBM4가 탑재된 AI 가속기는 오는 3월 16일 개막하는 엔비디아의 연례 기술 콘퍼런스 GTC 2026에서 공개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가 메모리 3사 가운데 가장 먼저 HBM4 납품에 성공한 만큼,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가 기조연설에서 차세대 ‘루빈(Rubin)’ GPU를 소개하며 삼성전자를 직접 언급할지에도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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