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가 세계 최대 니켈 공급국 지위를 앞세워 자원 통제를 강화하고 있다. 전기차 산업을 자국 내에서 육성하겠다는 국가 전략의 연장선이지만, 글로벌 배터리 기술이 니켈 의존도를 낮추는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어 국제 원자재 시장에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인도네시아는 수년 전부터 니켈을 중심축으로 채굴부터 제련, 배터리 생산, 완성차 조립에 이르는 전기차 가치사슬을 자국 내에 구축하겠다는 청사진을 추진해왔다. 특히 2020년 조코 위도도 전 대통령이 니켈 원광 수출을 전면 금지한 이후, 중국 자본이 현지 제련 산업에 대거 유입되면서 인도네시아는 글로벌 니켈 공급망의 핵심 허브로 부상했다.
S&P 글로벌 마켓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인도네시아의 글로벌 니켈 공급 비중은 2020년 31.5%에서 2024년 약 60%로 급증했다. 불과 4년 만에 세계 시장 점유율을 두 배 가까이 끌어올린 셈이다. 현재 인도네시아는 세계 최대 니켈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으며, 특히 술라웨시섬 일대에서 전 세계 니켈 광산 생산의 절반 이상이 이뤄지고 있다.
최근 인도네시아 정부는 불법 자원 개발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에 나섰다. 광산과 팜유 농장, 가공시설의 인허가 과정에서 뇌물 수수나 부적절한 승인 절차가 있었다고 보고, 국가 통제를 확대하고 있다. 정부는 2025년 들어 400만 헥타르(ha) 이상의 광산과 플랜테이션, 가공시설을 압류하고 약 17억 달러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추가로 450만 ha를 더 압류할 계획이다.
정부는 니켈 통제를 통해 완전한 국내 전기차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목표를 강조하고 있다. 니켈은 미국과 중국이 전략적으로 확보를 추진하는 핵심 광물로, 스테인리스강과 배터리, 청정에너지 산업에 필수적인 자원이다. 특히 중국은 인도네시아 니켈 산업에서 핵심 투자자로 자리 잡았다. 2020년 원광 수출 금지 이후 제련소 투자에 집중하면서 양국 간 자원 연계는 더욱 강화됐다.
무역 통계에 따르면 배터리 화학물질과 합금에 사용되는 반가공 제품인 니켈 매트의 대중국 수출은 2020년부터 2023년 사이 거의 28배 증가했다. 이 가운데 90% 이상이 인도네시아산으로 집계된다. 인도네시아가 단순 원광 수출국에서 부가가치가 높은 중간재 생산국으로 변모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러나 시장 환경은 변화하고 있다. 최근 중국 전기차 업체 다수가 니켈 사용량이 적은 철 기반 배터리 화학 조성으로 전환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니켈의 전략적 가치가 점차 약화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인도네시아의 강도 높은 단속과 통제 강화가 니켈 수요 구조가 변화하는 시점과 맞물려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또한 환경적 부담도 논란거리다. 전문가들은 에너지 전환을 명분으로 한 산림 개간과 광산 확장이 오히려 기후 리스크를 심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한다. 대규모 채굴과 제련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과 생태계 훼손 문제가 국제 사회의 비판 대상이 되고 있다.
결국 인도네시아의 니켈 전략은 자원 주권 강화와 산업 고도화라는 성과를 거두는 동시에, 수요 구조 변화와 환경 규제 강화라는 도전에 직면해 있다. 세계 최대 공급국으로서의 영향력을 어떻게 지속적으로 유지할지, 그리고 전기차 산업 육성 전략이 글로벌 기술 변화 속에서도 유효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창우 기자 cwlee@nv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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