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 당시 대통령실 근무 이력이 있는 민간인이 설립한 업체에서 북한에 무인기를 네 차례 보낸 것으로 나타났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안보관계장관 간담회를 통해 정부 차원에서 북한에 공식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18일 정부서울청사 본관에서 브리핑을 가진 정 장관은 "정부는 설 명절 연휴 초 안보관계장관 간담회를 통해서 이재명정부의 공식 입장을 표명하기로 결정했다"며 "윤석열정부 때의 무인기 침투와 별도로 이런 일이 발생한 것에 대해 정부는 매우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으며, 북측에 대해 공식적인 유감을 표하는 바"라고 밝혔다.
정 장관은 "지난 1월 12일부터 출범한 군경 TF 합동조사 결과에 따르면 민간인 3명은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두 차례가 아니라 네 차례에 걸쳐 무인기를 침투시켰다"며 강화도 불은면 삼성리에서 2025년 9월 27일 오전 10시 50분경, 2025년 11월 16일, 2025년 11월 22일 오전 7시 반경, 올해 1월 4일 오전 0시 50분경 등 총 네 차례에 걸쳐서 북한에 무인기를 침투시킨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정 장관은 "이 가운데 2025년 9월, 올해 1월 4일 두 번의 무인기는 북측 지역에 추락했다. 2025년 11월 16일과 22일 두 차례 보낸 무인기는 개성 상공을 거쳐서 파주 적성면으로 되돌왔다"며 "총 네 차례의 무인기 침투 중에 북측 지역에 추락한 2건은 북측이 밝힌 내용과 동일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전했다.
앞서 지난달 10일 북한의 조선인민군 총참모부 대변인은 1월 4일과 지난해 9월 남한의 무인기가 북한에 침투됐다고 주장한 바 있다.
정 장관은 "무인기를 날린 혐의를 받고 있는 오모 씨, 무인기 제작업체인 장모 씨, 해당 업체 대북전담이사 김모 씨 등 민간인 3명에 대해서 항공안전법 위반과 형법상 일반이적죄 혐의를 적용해 조사 중이며, 정보사 현역 군인들과 국정원 직원에 대해서도 압수수색 후에 일반이적죄 혐의로 조사 중"이라며 "이들 행위는 이재명정부의 평화 공존 정책에 찬물을 끼얹고 적대와 갈등을 부추기려는 의도가 명백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정 장관은 "이번에 일어난 민간의 대북 무인기 침투는 정전협정과 남북기본합의서를 위반했을 뿐만 아니라 항공안전법 이외에 형법상 일반이적죄 위반 혐의로 조사받고 있는 위험천만한 행위"라며 "민간인이더라도 일반이적죄가 적용되어 무기 또는 3년 이상 징역형의 무거운 처벌을 받게 될 경우에 이것은 강력한 재발 조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 장관은 재발방지를 위해 항공안전법상의 처벌 규정을 강화하고, 남북관계발전법에 무인기 침투를 금지를 규정하는 법 개정을 추진하겠다면서, "항공안전법 제161조 비행제한공역에서의 미승인 무인기 비행에 대해 현행 500만 원 이하 벌금을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을 강화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무인기를 북한에 날리는 행위와 같이 남북 간의 군사적 긴장 고조 행위를 금지하는 조항을 남북관계발전법에 추가하도록 하겠다"며 "이미 정부는 지난해 말 대북전단 살포와 관련해 항공안전법과 경찰관직무집행법 개정을 통해 이를 사전에 제지할 수 있는 재발 방지 장치를 마련한 바 있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정 장관은 "통일부는 접경지역 시장군수협의회와 관계기관이 함께하는 접경지역 평화 안전 연석회의를 설치·운영해 접경지역 주민들의 평화와 안전을 지켜나가겠다"라며 "접경지역의 평화 안전망을 촘촘하게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정 장관은 "군 당국과 협력해 우발적 충돌 방지와 군사적 신뢰 구축을 위해 비행금지구역 설정 등을 포함해 기존 9.19 남북군사합의 복원을 선제적으로 검토·추진해 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9.19 합의의 선제적 복원은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광복절 경축사에서 이미 공언한 바 있다. 하지만 반 년이 지나도록 아직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어떤 걸림돌이 있어서 빠르게 추진되지 못하고 있냐는 질문에 정 장관은 "방침은 정해졌다"며 "적절한 시점"에 결과를 발표하게 될 것이라고 답했다.
일부에서 북한이 남한에 보낸 무인기에 대해서는 사과가 없는데 우리만 사과하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한 의문이 있다는 지적에 정 장관은 "지금까지 북이 남으로 무인기를 보낸 게 10번, 남이 북으로 군에서 보낸 게 11번, 민간인 이번에 4번이다. 그런데 이번 민간 무인기를 제외하면 나머지는 모두 남북이 적대 대결 상태에서 이루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남이 북을, 북이 남을 서로 죽고 죽이려고 한 상태에서 날려 보낸 것과 이재명정부 들어서서 민간인들이 일부 군인들과 연계된, 지금 조사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는데 무인기를 날려 보낸 것은 성격 자체가 판이하게 다르다. 이 두 가지는 분명히 구분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 장관의 이날 입장 발표가 북한의 9차 당대회 직전에 이뤄지면서, 일각에서는 남한에 대한 북한의 입장 변화를 촉구하기 위한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김여정 당 중앙위원회 부부장이 무인기 사건과 관련, 남한 국방부와 정 장관 입장에 대해 각각 "유의한다", "다행이다. 상식적 행동"이라고 평가하는 등 비교적 긍정적 태도를 보이면서 '재발방지'를 요구하고 있는데, 정 장관이 이에 대한 구체적인 답을 내놓음으로써 남북 간 간접 대화 모멘텀을 이어가려는 의지를 보였다는 분석이다.
정 장관은 이와 관련 "1991년 남북기본합의서에서 남북 간 신뢰 회복을 위한 기본합의를 35년 동안 역대 정부가 지켜왔다. 그런데 예외적으로 윤석열 정권이 2년 반 동안 이를 완전히 절벽 상태로 만들었다"라며 "이것을 지워버리고 다시 남북기본합의서의 정신을 잇고 확대·발전시키는 상태로 복원이 시급하다고 생각한다. 그런 차원에서 이번에 입장 발표도 이해해 주시면 감사하겠다"라고 말해 북한이 9차 당 대회에서 남북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 관계로 규정하지 않기를 바란다는 속내를 우회적으로 내비치기도 했다.
그는 "내일은 마침 평양의 대동강 물도 풀린다는 '우수'(雨水)다. 서로가 진정성을 갖고 마주 앉는다면 남북 간의 신뢰도 봄 계절에 얼음장이 녹아내리듯 회복될 것"이라며 북한의 태도 변화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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