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가능국가' 개헌추진 탄력받나…3대 안보문서 개정·'비핵 3원칙' 재검토 전망
'적극 재정' 통한 과감한 투자·돈풀기 속도 전망…금융시장은 불안한 시선
(도쿄=연합뉴스) 경수현 특파원 = 지난달 8일 중의원 선거(총선)에서 기록적 대승을 이끈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가 18일 국회에서 총리로 재선출되며 강화된 정권 기반을 배경으로 자신의 정책을 거침없이 펼 준비를 마쳤다.
이번 총선에서 자민당은 전체 465석 중 개헌안 발의선이자 전체 의석의 3분의 2인 310석을 상회하는 316석을 차지한 상태다.
이에 따라 '여자 아베'로 불릴 정도로 우익 성향으로 평가받는 다카이치는 총리 재선출 후 우클릭 정책을 더 본격화할 전망이다.
아울러 '책임 있는 적극 재정'을 기조로 한 '사나에노믹스'를 앞세워 과감한 투자와 돈 풀기에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 '강한 일본' 최종 목적지는 개헌…핵심은 헌법에 자위대 명기
'강한 일본'을 주창하는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해 10월 취임 후 첫 국회 연설에서 방위력 강화 방침을 분명히 밝혔고 실제로 방위비 증액 목표 달성을 앞당겨 이뤘다.
원래 일본 정부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방위비 2% 달성 시점을 2027회계연도(2027년 4월∼2028년 3월)로 잡고 있었지만 다카이치 총리 취임 후 추경 예산 편성을 통해 2년 앞당긴 2025회계연도에 이를 달성했다.
기시다 후미오 내각 때인 2022년 12월 적 기지 공격 능력(반격능력)을 허용하는 내용으로 개정한 3대 안보 문서의 조기 개정 작업에도 나섰다.
다카이치 내각의 3대 안보 문서 개정 때에는 일본의 국시(國是)로도 통하는 '비핵 3원칙' 재검토도 진행될 것이라는 관측이 현지 언론을 통해 흘러나온다.
비핵 3원칙은 '핵무기를 보유하지도, 제조하지도, 반입하지도 않는다'는 것으로 다카이치 총리는 '반입 금지' 규정을 바꾸려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카이치 총리는 총선 공약과 연정 합의문 등으로 자위대 명기를 비롯한 헌법 개정, 무기 수출 규제 완화, 정보기관 기능 강화, 스파이방지법 제정, 일본 국장(國章) 훼손죄 창설 등을 내세웠다.
이 가운데 무기 수출 규제 완화는 자민당과 연립 일본유신회가 작년 10월 연정 수립에 합의하면서 올해 상반기 중 철폐하기로 약속까지 한 상태다.
원래 일본은 헌법 9조의 '평화주의'에 근거해 무기 수출을 사실상 금지하다가 제2차 아베 신조 정권 때인 2014년 방위 장비 이전 3원칙을 마련해 구난, 수송 등 5가지 상황에는 수출을 허용하기 시작했다.
그 뒤 예외 규정을 늘리면서 수출 제한을 완화해왔으나 살상 무기의 대량 수출은 여전히 제한이 많은 상태다.
다카이치 총리가 의도하는 최종 목적지는 개헌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총선 공약에도 자위대 명기, 긴급사태 대응 등 4가지 개헌 내용이 담겼다.
핵심은 헌법에 자위대를 명기하는 것이다.
자민당은 전투기, 잠수함, 미사일 등을 보유한 실질적 군대인 자위대를 헌법에 기재해야 한다고 강조해 왔고, 다카이치 총리도 지난 2일 유세 현장에서 "헌법에 왜 자위대를 적으면 안 되는가"라며 "그들의 긍지를 지키고 (자위대를) 확실한 실력 조직으로 만들기 위해서라도 당연히 헌법 개정을 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다만 개헌까지는 여소야대인 참의원(상원)의 찬성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이에 따라 다카이치 정권의 개헌 발의는 2028년 참의원 선거 이후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하다.
만약 다카이치 총리가 개헌까지 나아간다면 일본은 우익 세력들이 꿈꿔온 대로 전쟁할 수 있는 '보통 국가'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 대담한 투자 추진 의욕 속 재정 안정성 확보는 과제
다카이치 총리는 총선 유세 과정에서 '책임 있는 적극 재정'을 강조했다. 이른바 '사나에노믹스'로 불리는 핵심 경제 정책 기조다.
그는 지난 9일 기자회견에서도 "국가가 한 걸음 앞서 대담하게 투자를 추진하는 것은 세계적 흐름이며 손을 놓고 있을 여유가 없다"고 말했다.
'잃어버린 30년'으로 대표되는 일본의 장기 침체를 벗어나기 위해 재정의 적극적인 역할을 강조하는 발언이다.
문제는 재정 안정성 확보다.
일본은 정부 전체 예산 중 약 26%를 '빚 돌려막기'에 사용하는 등 다른 선진국과 비교해도 국가 부채가 매우 많은 나라이기 때문이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재무성은 금리 상승에 따라 2029년도에는 정부 예산안 중 국채비 비율이 30%로 높아질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다카이치 총리 측은 빚이 늘더라도 경제 규모가 더 빠르게 커지면 문제가 될 것이 없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금융시장은 불안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
다카이치 총리가 지난해 10월 취임한 이후 주가는 강세를 보였지만 엔화와 국채 가격은 약세를 나타내기도 했다.
다카이치 정부의 적극 재정 정책이 정부 지출 확대에 의한 국채 발행과 통화 공급을 통해 국채 가격 하락(금리 상승)과 엔화 약세를 유도하는 요인이 될 것이라는 관측에 따른 것이다.
다만 총선 압승 후 엔화는 의외로 강세 흐름을 보이고 있고 국채 가격도 크게 변하지 않고 있다.
시장에서는 이를 둘러싸고 정책 기조가 수정될 것이라거나 적극 재정에 의한 인플레이션 유발로 일본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이 앞당겨질 것이라는 등 여러 관측이 나오고 있다.
ev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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