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특례시청이 설날 모래판을 휩쓴 배경에는 단순한 기세가 아닌 준비 과정의 구조적 변화가 있었다는 평가다. 우승이라는 결과보다 주목할 대목은 ‘어떻게 만들었는가’에 있다.
먼저 태백급(80㎏ 이하)에서 통산 7번째 장사에 오른 허선행은 기술 완성도 이전에 심리 안정이 눈에 띄었다.
충남 태안종합체육관에서 열린 ‘위더스제약 2026 태안설날장사씨름대회’ 결승에서 이은수(영암군민속씨름단)를 3대0으로 완파하는 동안 서두르거나 무리한 승부를 택하는 장면이 없었다.
8강 홍승찬(문경시청), 4강 윤필재(의성군청) 등 상대 전적이 팽팽하거나 까다로운 유형의 선수들을 상대로도 경기 템포를 스스로 통제했다는 점이 달라진 부분이다.
이충엽 감독은 지난해 준우승이 반복되며 허선행의 흔들렸던 멘탈을 핵심 과제로 삼았다. 단순한 구호가 아니라 경기 전 루틴 고정과 상황별 이미지 트레이닝을 병행하며 ‘판을 내줘도 조급해하지 않는 경기 운영’을 주문했다.
허선행이 결정전에서 첫 판을 잡은 뒤에도 표정 변화 없이 동일한 리듬을 유지한 배경이다. 결과적으로 기술이 아닌 ‘판 읽기’에서 우위를 점했다.
금강급(90㎏ 이하) 김기수의 역전승은 벤치 리더십이 작동한 사례다. 정종진(울주군청)에게 0대2로 밀릴 때까지 김기수의 문제는 힘이 과도하게 실리며 타이밍이 어긋난 점이었다.
이 감독은 주심에게 정확한 자세 세팅을 요청해 호각 템포를 조정했고, 벤치에서는 “한 판만 잡으면 흐름이 온다”는 메시지를 반복했다.
세 번째 판 밀어치기로 반격의 물꼬를 튼 뒤 들배지기 되치기로 승부를 원점으로 돌린 장면은 준비된 대응이었다. 상대 주특기에 대한 사전 분석과 타이밍 교정이 맞물린 결과다.
두 선수의 공통 기반은 ‘부상 예방 중심의 컨디셔닝’이다. 이번 대회 준비 과정에서 수원시청은 강도보다 회복 주기를 우선했다.
훈련량을 세분화하고, 허리·무릎 부담을 줄이는 보강 운동과 아이싱·스트레칭 루틴을 고정했다. 실전 감각은 유지하되 과부하를 피하는 방식이었다.
이 감독이 “기량보다 우선은 부상 없이 준비하는 것”이라고 강조한 이유다. 실제로 체력 저하나 통증 관리 실패로 흐름이 끊기는 장면이 없었다는 점에서 효과가 입증됐다.
여기에 설 연휴 직전 임용이 확정된 임태혁 코치의 합류는 지도 체계 안정으로 이어졌다.
역할 분담이 명확해지면서 이 감독은 경기 운영과 심리 관리에, 임 코치는 기술 디테일과 훈련 세팅에 집중할 수 있었다. 선수단 내부의 의사결정 구조가 단순해지며 현장 대응 속도도 빨라졌다.
수원시청의 이번 호성적은 부상 리스크를 최소화한 준비, 반복 훈련을 통한 멘탈 안정 그리고 경기 흐름을 읽은 벤치의 개입이 맞물린 결과다.
설날 대회는 끝났지만, 수원시청이 보여준 것은 ‘초반 성적’이 아니라 ‘시즌을 끌고 갈 시스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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