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김이슬 기자】“수량 제한 없이 구매 가능합니다.”
서울 시내 한 디저트 가게. 매장 입구에는 이런 안내 문구가 붙어 있었다. 지난달까지 ‘두쫀쿠 재고 없음’ 안내문이 걸리던 자리다. 매장 내부에는 두쫀쿠 재료인 피스타치오와 카다이프 재고 박스가 쌓여 있었고, 1인 2개 구매 제한도 사라졌다.
해당 매장은 평소 하루 매출이 100만원 수준이었지만 ‘두바이 쫀득 쿠키(두쫀쿠)’ 판매 이후 상황이 급변했다. 오픈 직후 줄이 늘어서며 일 매출이 약 300만원까지 올라 3배 가까이 뛰었다. 그러나 상승세는 오래가지 않았다.
이 같은 변화는 최근 국내 디저트 시장에서 나타나는 ‘초단기 유행’ 흐름을 보여준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빠르게 확산된 메뉴가 몇 주 만에 관심에서 밀려나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특히 대형 유통업체까지 유사 제품을 잇따라 출시하면서 소비 분산 속도가 빨라지고, 부담이 자영업자에게 집중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18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네이버 데이터랩 검색어 트렌드를 바탕으로 주요 디저트 4종의 검색 빈도를 비교한 결과, 국내 디저트 유행 지속 기간이 빠르게 짧아지는 흐름이 확인됐다. 2020~2021년 유행했던 크로플은 검색량이 최고점에서 절반으로 줄어드는 데 163일이 걸렸지만, 2023년 탕후루는 54일로 단축됐다. 이어 2024년 두바이 초콜릿은 13일, 지난해 말 등장한 두쫀쿠는 17일에 불과해 몇 년 사이 유행 반감기가 10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매장별 재고 상황을 실시간으로 확인하던 ‘두쫀쿠 맵’ 역시 최근에는 대부분 구매 가능 상태로 표시되고 있. 자영업자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판매량이 눈에 띄게 줄었다”, “재고 처리 중”이라는 글이 이어지며 유행 종료 신호를 체감했다는 반응이 늘고 있다.
업계에서는 유행이 더 빨리 식는 배경으로 대형 유통사의 조기 진입을 지목한다. 개인 매장에서 시작된 메뉴가 편의점·마트·프랜차이즈로 동시에 확산되면서 희소성이 빠르게 사라지고 가격 경쟁까지 발생한다는 분석이다. 실제 현장에서도 대형 유통업체가 두쫀쿠 제품 출시한 이후 소비가 분산되며 매출 하락이 가속됐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해당 매장 업주는 “원래도 2월 말쯤이면 유행이 꺾일 것으로 봤지만, 대기업 제품 출시 이후 훨씬 빨리 식었다”며 “프랜차이즈 카페와 베이커리 업체가 출시한 2월 둘째 주부터 매출이 급감해 전성기의 3분의 2 수준까지 떨어졌다”고 말했다. 이어 “원작자가 소상공인을 위해 레시피까지 공개했는데 대기업이 들어오면서 타격이 컸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SNS 중심 소비 문화 역시 영향을 미친다고 본다. 맛을 반복 소비하기보다 인증을 위한 경험 소비가 중심이 되면서 한 번 체험 후 관심이 다른 메뉴로 이동하고, 낮은 진입 장벽으로 유사 제품이 빠르게 늘어나 유행 수명이 짧아진다는 설명이다. 이 과정에서 재고와 원가 부담은 대부분 자영업자에게 남는다.
업계 관계자는 “이제 디저트는 몇 달이 아니라 몇 주 단위로 유행이 끝나는 시장이 됐다”며 “대형 유통까지 동시에 뛰어드는 구조에서는 반감기가 더 짧아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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