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을 향한 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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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을 향한 서사

노블레스 2026-02-18 09:00: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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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을 향한 인류의 시선이 다시 정렬되고 있다. 나사(NASA)의 발표에 따르면, 2026년 4월 이전으로 예정된 유인 달 탐사선 아르테미스 2호의 발사는 ‘도달’의 역사를 넘어 ‘지속’의 시간을 향한 선언에 가깝다. 기술은 눈에 띄게 진보했지만, 질문은 여전히 같다. ‘우리는 왜 달로 향하는가, 그리고 그 여정은 인간에게 무엇을 남기는가?’ 뮤지컬 〈비하인드 더 문〉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가장 조용하고 다정한 방식으로 건넨다. 인류 최초의 달 착륙이라는 위대한 순간, 스포트라이트 밖에 머물러야 했던 한 인간의 시간을 통해 작품은 달 탐사의 또 다른 얼굴을 드러낸다. 승리와 기록으로 서술되어온 역사 뒤편에서 존재와 고독을 응시하는 시선은 우주를 향한 서사를 인간의 내부로 끌어당긴다. 그렇게 달 궤도를 도는 또 하나의 여정을 앞둔 지금, 극작가 김한솔의 시선은 더욱 또렷해진다.

시인이던 외할아버지를 따라 어린 시절부터 자연스럽게 글을 쓰며 작가를 꿈꿔온 그는 신문방송학과 재학 시절 떠난 영국 유학길에서 연극과 뮤지컬의 매력에 이끌렸다. 한 페스티벌 무대에서 자신이 쓴 모노드라마를 직접 연기하며 관객과 호흡하던 순간, 그는 자신의 글이 영상보다 무대와 더 가까이 있다는 것을 느꼈다. “극장에서는 무대를 달 뒤편이라고 설정하면, 관객들이 그대로 믿어주잖아요. 그 믿음을 전제로 극을 내보일 수 있다는 점이, 왜 공연이 좋은가에 대한 충분한 답이 되는 것 같아요. 극장은 그런 판타지로 이루어진 공간이죠.”

김한솔 작가는 주로 실존 인물, 그중에서도 잘 알려지지 않은 인물의 이야기를 마주할 때 ‘무대 위에서 살아 움직이게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한다. 타자기의 시초를 만든 발명가 펠레그리노 투리의 실화를 모티브로 한 데뷔작 <너를 위한 글자>를 시작으로, 이상과 김환기 두 천재의 뮤즈로 알려져 있지만 수필가이자 화가, 미술평론가로서 독자적 예술 세계를 구축한 김향안을 재조명한 <라흐 헤스트>, 그리고 아폴로 11호에 탑승했지만 달에 그 어떤 흔적도 남기지도, 주목을 받지도 못한 ‘잊힌 우주비행사’의 이야기를 다룬 <비하인드 더 문>까지. 그의 작업은 늘 기록의 이면을 향해 있다.

앞서 말했듯이 뮤지컬 <비하인드 더 문>은 닐 암스트롱과 버즈 올드린의 이름 뒤에 머물러야 했던 마이클 콜린스의 우주 탐험을 그린다. 김한솔 작가는 ‘달 탐사 50주년’ 기사를 통해 처음 그의 이름을 알게 됐다. “마이클 콜린스만 유일하게 달 탐사 50주년 행사에 참석했다는 내용의 기사였어요. 닐은 이미 고인이었고, 한때 알코올 의존증에 빠진 버즈는 건강 상태가 좋지 못했죠. 그런데 마이클 콜린스의 모습이 굉장히 꼿꼿하게 느껴졌어요. 누가 봐도 가장 억울한 입장일 수 있는 사람이 오히려 대단한 자부심으로 가득 차 있었고, 그 대비가 선명하게 다가왔죠.” 실제로 마이클 콜린스는 사령선 조종을 위해 홀로 달 궤도를 도는 동안 고립에 대한 두려움보다는 ‘충분히 뜨거운 커피를 즐기며 편안한 시간을 보냈다’고 회상하거나 ‘달 뒤편은 오직 신과 나만 아는 곳이다’ 같은 기록을 남겼다. 그 단단한 태도에 대한 존경과 부러움은 김한솔 작가로 하여금 그의 삶을 더 깊이 들여다보게 만들었다. “마이클이 쓴 책을 읽어보니 우주에 대한 열정과 자신에 대한 자부심이 뿌리 깊게 자리해 있더라고요. 그 안에는 가족에 대한 사랑도 있었고요. ‘내가 나를 알아주면 되니까 다른 사람들이 나를 잊어도 괜찮다’는 식으로 삶을 바라본 인물인 것 같았어요.”

사실 김한솔 작가가 마이클 콜린스의 고독을 더욱 절실하게 헤아리게 된 계기는 투병 생활이었다. 지난 2024년 봄, 갑작스러운 희귀암 판정을 받아 병원에서 시간을 보내며 미래가 보이지 않던 나날 속에서 그는 유난히 마이클 콜린스를 자주 떠올렸다. “마이클 콜린스가 달 뒤편을 도는 동안 지구와 교신이 45분간 완전히 끊기기도 했어요. 그래서 ‘아담 이래 가장 고독한 남자’라고 불리기도 했죠. 닐과 버즈가 달에 발자국을 남기는 역사적 순간을 전 세계가 지켜보는 한편, 누구도 제대로 알아봐주지 않는 일을 묵묵히 수행한 사람의 마음은 어땠을까요. 그럼에도 스스로를 잃지 않을 수 있었던 건 주어진 임무에 대한 긍지와 지구에서 자신을 기다리는 이들이 있다는 믿음, 희망 덕분일 거예요. 그런 생각을 하다 보니 저 역시 얼마나 많은 사람이 저를 응원하고 있는지 떠올리게 되더군요.”

이번 작품에서 가장 애착이 가는 넘버로 김한솔 작가는 주저 없이 ‘나에겐 지구인 너’를 꼽았다. ‘그 사랑이 중력처럼 나를 잡아줬다’라는 의미의 가사는 그가 요즘 가장 아끼는 문장이다. 중환자실에서 삶의 끝을 마주하는 순간 그의 머릿속을 스쳐 지나간 것은 오로지 사랑했던 기억이었다. 그래서인지 그의 글 속에서 사랑은 언제나 추상적인 감정이 아니라 삶을 붙들어주는 힘으로 존재한다. 중력처럼 보이지 않지만, 분명하게 우리를 이곳에 머물게 하는 것. 달 궤도 한가운데서 지구를 떠올린 누군가처럼 그는 그렇게 다시 삶과 무대로 돌아올 수 있었다.

작가로서 마지막 꿈을 묻자, 그의 대답은 놀랄 만큼 단순하고 담담했다. “글 쓰는 할머니가 되고 싶어요.” 생의 마지막까지 ‘쓰는’ 사람으로 남는 것. 그것이 지금의 김한솔 작가가 품고 있는 가장 확실한 꿈이자 자부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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