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노태하 기자] 주민 반대와 병목에 막힌 국가 송전망 확충의 방안으로 KTX 건설과 결합한 에너지 고속도로 구상이 부상하고 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철도–전력망 동시 구축’ 방안은 철도 인프라를 새로 건설하는 단계에서부터 HVDC(초고압직류송전) 전력망을 함께 지중 매설하는 것을 설계해 향후 전력 수요 증가에 대비한 송전 공간을 미리 확보하자는 것이 핵심이다.
철도와 전력망을 함께 구축하는 융합 방식은 그간 전력망 확충의 최대 걸림돌이었던 주민 수용성 문제 역시 완화시켜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기존 전력망 확충 과정에서 고압 송전탑 건설은 산림·경관 훼손, 전자파에 대한 불안 등으로 지역 주민 반발이 반복돼 왔고 이 때문에 보상 협의 지연과 행정 소송 등 사회적 갈등 비용이 크게 발생해 왔다.
실제로 정부의 전력망 확충 사업은 주민 수용성 문제에 가로막혀 잇따라 지연되고 있는 상황이다.
앞서 정부는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통해 2038년까지 72조8000억원을 투입해 송전·변전 설비를 확충하겠다고 밝혔고 현재 수립 중인 12차 계획은 100조원을 웃돌 가능성도 거론된다. 그러나 육상 송전망은 주민 반대와 각종 갈등으로 11차 전기본에 따른 54개 송·변전 건설사업 가운데 18곳이 이미 일정이 늦어졌고 추가로 최소 12곳도 지연 가능성이 거론된다.
이런 상황에서 철도–전력망 융합 방식은 고속철도 건설과 동시에 선로 하부나 인접 구간에 전력망을 지중화해 설치함으로써 지상 송전탑 신설을 최소화하는 구상이다. 이를 통해 경관 훼손과 환경 부담을 줄이고 별도 부지 확보에 따른 갈등을 완화해 주민 수용성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순형 에너지융합기술연구소장은 “지금 육상 송전선로는 주민 반대가 전국적으로 확산되면서 절반 이상이 멈춘 상황이고 이대로는 2038년 계획도 쉽지 않다”며 “철도 건설 단계에서 송전망을 함께 설계·구축하면 별도의 신규 부지 갈등을 줄이면서 국가적으로 반드시 필요한 전력 통로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전력망과 융합 가능성이 거론되는 주요 철도망은 ‘한반도 KTX’망이다. 한반도 KTX는 경부선 중심의 기존 고속철도 체계를 보완해 서울 남부에서 충청과 호남, 남해안까지를 직선 축으로 연결하는 새로운 국가 종축 고속철도망 구상으로 단순한 노선 신설을 넘어 수도권 일극 구조를 완화하고 중부 내륙과 호남을 하나의 생활·경제권으로 재편해 국가균형발전을 견인하겠다는 전략적 인프라로 제시되고 있다.
구상안에 따르면 노선은 남서울을 기점으로 용인·안성·청주·세종(북대전)을 거쳐 전주(동전주)·남원·구례·동순천(광양)·여수로 이어지는 구조다. 이를 통해 세종 행정수도 접근성을 높이고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와 충청·호남 산업 거점을 직결하는 동시에 전라선의 익산 분기 및 저속 구간 한계를 보완해 서울~여수 2시간대 연결하겠다는 취지다.
한편 송변전건설사업자인 한국전력은 현재 도로·철도 등 SOC 사업과 전력망을 함께 구축하는 ‘공동건설’ 방안을 관계 부처와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전 관계자는 “현재 신규 노선 가운데 선형이 겹치거나 사업 시기가 유사한 구간을 중심으로 제도적 기반 마련을 검토하고 있으나 아직 구체적으로 확정된 계획은 없는 단계”라며 “철도시설공단과 관련 협의를 진행하고 있으며 기술적 타당성과 노선·공사 일정의 정합성 확보가 선행 조건”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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