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원서 육가공업체 운영 김앤디 씨…"지리산 흑돼지로 만든 남아공 소시지 맛보세요"
원어민 교사로 시작해 가족 꾸리고 한국에 귀화…"남원 로컬푸드 널리 알릴 것"
(서울=연합뉴스) 임경빈 인턴기자 =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온 영어 교사는 고향에서 1만km 넘게 떨어진 전북 남원시에 부임했다.
낯선 곳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며 가정을 꾸린 그는 교사 일을 접은 뒤 고향의 맛을 알리고자 사업을 시작했다. 마침내 한국에 뿌리를 내렸다.
남원에서 육가공업체 '앤디스'와 카페 '카페 앤디스'를 운영 중인 김앤디(38) 씨는 지난 12일 자신의 카페에서 한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남원의 식재료로, 남아공의 맛을 담은 육가공품을 만들 수 있어 뿌듯하다"고 말했다.
앤디스의 주요 상품은 남아공 전통 방식으로 만든 소시지와 수제 육포인 빌통(Biltong)이다.
일반적인 육포와 달리 열처리를 거치지 않고 소금을 뿌려 염지 후 건조하는 방식으로 만든다. 고수 등 향신료로 맛을 낸다.
김 씨는 "빌통은 주로 소고기로 만들지만, 한국인의 취향을 고려해 지리산 흑돼지를 사용한 제품도 출시했다"며 "육포와 육회의 중간 정도 식감이라 한국인 입맛에 잘 맞는다"고 설명했다.
해썹(HACCP) 인증을 받은 시설에서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이탈리아식 소시지 살라미나 에스파냐식 소시지 초리조, 프랑스 햄인 잠봉 등 다른 다양한 육가공품도 생산한다.
2020년 문을 연 앤디스는 고향의 맛을 그리워하는 마음에서 시작했다.
그는 "한국에 남아공 음식을 파는 곳이 없어 집에서 직접 만들고는 했다"며 "주변 사람들에게 나눠주니 반응이 아주 좋았다. 사업성이 있겠다는 생각에 창업을 결심했다"고 소개했다.
호기롭게 시작한 사업이었지만 운영 과정은 쉽지 않았다.
김 씨는 "처음에는 직원이 없어 조리부터 생산과 판매 등 모든 업무를 혼자 담당했다"며 "코로나19 팬데믹이 한창일 시기라 걱정이 됐지만 외려 온라인 주문이 증가하는 이점도 있었다"고 돌아봤다.
사업이 궤도에 오르자 지역민에게도 남아공 음식을 알리자는 취지로 '카페 앤디스'도 열었다.
그는 "직접 카페에 방문해 우리 제품을 만드는 재료를 구경하고 시식도 해보면 좋겠다는 마음이었다"며 "지역민을 비롯해 많은 관광객이 찾아 주신다"고 전했다.
남아공의 행정수도 프리토리아에서 나고 자란 김 씨는 성인이 되고 대만에서 2년간 영어를 가르쳤다.
이후 남아공으로 돌아와 남아프리카대에서 교육학을 전공했다.
그는 "대만 시절 주변에 한국에서 생활했던 사람이 많았다"며 "그들로부터 한국이 좋은 나라라는 추천을 받았다"고 한국행에 오른 이유를 설명했다.
그렇게 2013년 남원영어체험센터 원어민 교사로 부임해 한국 생활을 시작했다.
김 씨는 "많은 아이가 이곳을 방문해 영어를 체험했다"며 "남원에서 내게 영어를 배우지 않은 아이가 거의 없을 정도"라고 웃으며 말했다.
그 뒤로 남원의 다양한 초등학교와 고등학교를 거치며 아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쳤다.
낯선 한국에서 삶에 어려운 점도 적지 않았다. 아이처럼 주변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순간도 있었다.
그는 "한국 사회에 적응하려면 언어를 빨리 익히고 문화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쉬는 시간마다 동료 선생님들에게 한국어를 배우며 적극 노력했다"고 밝혔다.
특유의 부지런함은 한국 사회에 녹아드는 데 큰 도움이 됐다.
김 씨는 "많은 한국인처럼 나 역시 부지런한 성격이다"며 "동네 어르신들도 그런 모습을 좋게 봐주셔서 같이 막걸리도 마시고는 했다"고 전했다.
한국과 사랑에 빠진 그는 가족도 남원에서 꾸렸다.
남원 시민을 대상으로 한 영어 프로그램에서 지금의 아내를 학생으로 만났다. 서로의 언어를 알려주며 자연스레 가까워졌다.
2018년 결혼 후 둘 사이에 딸 하나를 두고 있다.
삶의 모든 기반을 남원에 마련한 그는 귀화를 결심했다.
김 씨는 "한국 생활을 오래 했고 앞으로도 계속 거주할 예정이다"며 "당당히 한국 사회의 일원이 되어 자랑스럽게 살고 싶은 마음이었다"고 밝혔다.
첫 번째 귀화 시험에는 낙방했지만, 만반의 준비를 거쳐 2022년 두 번째 도전에서 한국 국적을 취득했다.
그는 "두 번째 귀화 시험을 준비하며 책 몇 권을 달달 외웠다"며 "현재는 민방위 훈련에도 참여하는 어엿한 한국 사람"이라고 말했다.
어느덧 6년 차 사업가가 된 김 씨는 자신의 브랜드를 확장하는 데 여념이 없다.
여러 박람회에 참가해 계약을 체결하는 한편 최근 남원에 '타닥'이라는 멕시코 음식점도 개점했다.
그는 "조만간 전남 광양시의 쇼핑몰에도 매장을 열 계획"이라며 "우리 밀이나 지리산 흑돼지 등 남원의 로컬푸드를 활용한 맛있는 음식으로 남원을 널리 알리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매출 규모도 커지고 여러 명의 직원도 생긴 만큼 책임감도 막중해졌다.
김 씨는 "사업가는 일어난 순간부터 잠자리에 들 때까지 불안의 연속인 것 같다"며 "내 이름을 내건 브랜드인 만큼 지금처럼 하루하루 열심히 살면서 사업을 단단하게 키워나가도록 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imkb042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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