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주요 기업들 사이에서 최고경영자(CEO) 교체가 사상 최대 수준으로 늘어나며 경영진 세대교체가 본격화되고 있다. 새로 선임되는 CEO들은 이전보다 젊고, 전통적인 최고경영자 경력을 갖추지 않은 사례도 증가하는 추세다. 급변하는 경영 환경 속에서 기업들이 과감한 리더십 실험에 나서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시가총액 상위 1500개 상장기업 가운데 약 9곳 중 1곳이 CEO를 교체했다. 이는 금융위기 이후 회복기였던 2010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올해 초에도 월마트, 프록터앤갬블, 룰루레몬, 디즈니, 페이팔, HP 등 주요 기업들이 잇따라 CEO 교체에 나섰다.
글로벌 헤드헌팅사 스펜서 스튜어트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새로 취임한 CEO의 평균 연령은 54세로, 전년도 평균(56세)보다 낮아졌다. 지난해 선임된 168명의 신임 CEO 가운데 80%는 상장기업이나 독립 기업을 이끈 경험이 없었고, 약 66%는 기업 이사회 경험도 없었다. 다만 WSJ은 “기업을 이끈 경험이 없다고 해서 반드시 검증되지 않았다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전했다.
내달 디즈니 CEO에 오를 예정인 조시 다마로는 독립 기업 CEO 경험은 없지만, 연 매출 360억 달러 규모의 테마파크·크루즈 사업을 총괄하며 글로벌 조직을 운영해왔다. 급변하는 산업 환경 속에서 사업 부문 책임자 출신이 전면에 나서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변화의 배경에는 인공지능(AI)의 급격한 발전과 글로벌 무역 질서 변화, 불안정한 경제 상황, 지정학적 긴장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WSJ은 기업들이 전통적 경영 과제뿐 아니라 사회·정치적 이슈에까지 대응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면서 대규모 리더십 실험이 벌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턴어라운드 전문가로 여러 기업 이사회에 참여하고 있는 신디 제이미슨은 “세상이 빠르게 변하는 상황에서는 젊은 인재가 더 적합할 수 있다”며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 현장에서 직접 경험을 쌓은 리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일부 기업은 오랜 기간 승계를 준비해왔다. 워런 버핏은 2021년 마련한 계획에 따라 올해 1월 1일 버크셔 해서웨이 경영권을 그렉 아벨에게 넘겼다. 반면 실적 부진 등으로 갑작스럽게 교체가 이뤄진 사례도 있다.
한편 여성 CEO 비율은 오히려 감소했다. 지난해 신규 CEO 가운데 여성 비율은 9%로 전년도 15%에서 낮아졌다. 스펜서 스튜어트에 따르면 S&P1500 기업 CEO 중 여성 비율은 약 9% 수준이며, S&P500 기업으로 한정하면 여성 CEO는 46명에 그쳤다.
이창우 기자 cwlee@nv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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