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김진영 기자] 빗썸의 대규모 비트코인 오지급 사고를 계기로 국내 가상자산 감독 체계의 취약성과 거래소 운영 구조의 근본적 한계가 동시에 드러났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금융당국은 “인력 부족으로 사전 예방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고 인정, 거래소들은 설 명절 대형 이벤트를 전면 축소하며 내부 통제 강화에 들어갔다. 시장 안팎에서는 단순 사고 수습을 넘어 감독 역량 보강과 거래 구조 혁신이 병행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최근 이찬진 금융감독원 원장은 기자간담회에서 “인력이 부족해 사전 차단이 어려웠다”고 밝혔다. 실제로 금감원은 이번 사태 이후 빗썸 현장 검사에 8명을 투입했는데, 은행·보험 검사 인력이 80명 안팎인 것과 비교하면 디지털 금융 사고 대응 인력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평가다. 가상자산 사고는 코드·서버·보안 체계 전반을 점검해야 해 높은 전문성이 요구되지만, 현재 인력 구조로는 한계가 뚜렷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제는 감독 공백이 구조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국회 질의에서 권대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도 “외형 성장에 걸맞은 감독과 제도가 미흡했다”고 인정했다. 여기에 전문 인력 유출까지 겹쳤다. 금감원 퇴직자는 최근 수년간 증가 추세이고, 디지털·IT 담당 인력 일부는 가상자산 거래소로 이직한 것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빗썸에 대한 금감원의 수시 검사·점검은 제한적으로 이뤄졌다는 점에서, 핵심 감독 인력이 민간으로 빠져나가며 공적 감시 역량이 약화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사고의 직접 원인은 직원의 입력 실수였지만, 업계에서는 이번 사태가 거래소의 ‘내부 장부 구조’를 적나라하게 드러냈다고 보고 있다. 이용자가 비트코인을 매수해도 거래는 블록체인 위에서 실시간 처리되는 것이 아닌 거래소 서버의 데이터베이스에 잔고 숫자가 기록되는 방식이다.
실제 코인은 거래소 지갑에 모여 있고, 고객 간 매매는 내부 장부 수치만 바뀐다. 이번 사고 역시 장부 입력 단위 오류가 시스템 저항 없이 그대로 반영되면서 발생했다. 경쟁 거래소인 업비트가 “주기적으로 장부와 실제 지갑 잔액을 대조한다”고 밝힌 것도, 그만큼 괴리가 발생할 수 있는 구조임을 인정한 셈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 같은 구조는 거래 투명성 문제로도 이어진다. 주문 접수·매칭·체결이 모두 거래소 서버 안에서 이뤄지는 ‘블랙박스’ 방식이다 보니 이용자는 주문 순서가 공정하게 처리됐는지, 거래소가 자체 물량을 끼워 넣지 않았는지 검증하기 어렵다. 증권시장 역시 중앙 매칭 구조를 쓰지만, 오랜 기간 규제·외부 감사·실시간 감시 체계를 쌓아 위험을 통제해 왔다. 금융당국이 “금융사에 준하는 내부 통제”를 요구하는 배경이다.
여파는 명절 마케팅에도 직격탄이 되는 분위기다. 사고 이후 주요 가상자산 거래소들은 설 연휴 대형 이벤트를 대폭 축소하거나 아예 중단했다. 지난해 추석만 해도 업비트·빗썸·코인원 등이 비트코인 지급이나 추천 보상 등 공격적 프로모션을 벌였지만, 올해 설에는 시스템 안정과 내부 통제 점검이 우선순위가 됐다.
일각에서는 제도 보완과 함께 기술적 전환도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중앙 서버 장부 대신 주문·매칭·체결을 블록체인 위에 기록하는 ‘온체인 거래’ 방식이 대안으로 거론된다. 자동화된 스마트 컨트랙트가 실제 잔고 이상 지급을 원천 차단하고, 모든 거래 기록이 공개되면 빗썸 같은 사고 자체가 구조적으로 발생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최근에는 기존 자동마켓메이커(AMM)를 넘어, 초고속 처리와 온체인 투명성을 결합한 신규 분산형 거래 인프라도 등장하고 있다. 다만 완전 공개 구조에서는 선행매매 같은 새로운 리스크가 생길 수 있어, 영지식증명 등 추가 기술을 결합한 방식이 실험 단계에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지금처럼 내부 장부 중심 구조를 유지한 채 감독 장치만 덧붙이는 게 근본 해법인지 따져볼 시점”이라며 “전문 인력 확충과 처우 개선, 전담 양성 체계 구축과 함께 거래 구조 자체의 투명성을 높이는 기술적 진화가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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