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김진영 기자] 마약을 직접 투약하거나 불법 처방·유통한 혐의로 경찰에 붙잡힌 의사가 지난해 395명에 달하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의료용 마약류에 상시 접근할 수 있는 직업 특성이 오히려 중독과 불법 사용의 통로가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7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양부남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마약류 사범으로 검거된 의사는 395명으로 집계됐다. 경찰이 의료인 통계에서 의사를 별도로 분류하기 시작한 이후 가장 많은 수치다.
연도별로 보면 의사 마약사범은 2023년 323명, 2024년 337명에 이어 지난해 395명으로 20% 가까이 증가했다. 2022년까지는 의사·간호사 등을 묶은 ‘의료인’ 기준으로만 집계돼 연 200명 안팎에 머물렀던 점을 고려하면 증가세가 뚜렷하다.
이들은 마약, 향정신성의약품, 대마 등을 직접 투약했거나 법에 어긋나게 처방·사용한 사례들이다. 의사는 프로포폴, 에토미데이트 같은 수면마취제 계열 약물과 팬터민 성분 다이어트약 등을 합법적으로 취급할 수 있다. 때문에 일반 직군보다 마약류관리법 위반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의료 현장에서 마약류를 ‘치료용 약물 중 하나’로 인식하는 문화도 위험 요인으로 지목한다. 중독성과 위험성을 알고도 무분별하게 투약하거나, 일부 사례에서는 성범죄 등 중범죄에 악용되기도 한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해 2월에는 전직 프로야구 선수 등 105명에게 프로포폴 등 의료용 마약류를 불법 투약하고 수십억원을 챙긴 의사가 검거됐다. 2022년에는 서울 강남의 한 병원 의사가 마취 유도제를 투약한 뒤 성범죄를 저질러 구속됐고, 지난해에도 유명 병원장이 환자들에게 상습 투약을 한 사건과, 개인 병원에서 지인과 함께 프로포폴을 투약한 의사가 긴급체포되는 사례가 잇따랐다.
전체 마약류 사범 규모도 확대되고 있다. 지난해 검거된 마약류 사범은 1만3353명이다. 직업별로는 무직이 6262명으로 절반 가까이 차지했고, 단순노무·기능직 1582명, 숙박·기타 서비스 1454명, 기타 전문·관리직 552명, 사무직 469명, 학생 468명 순이었다. 전업주부(122명), 문화·예술·체육인(59명), 공무원(33명), 교수·교사(사립·6명) 등도 포함됐다.
전문가들은 의사 마약사범 증가를 개인 일탈로만 볼 수 없다고 지적한다. 의료용 마약류 관리 체계의 허점과 처방·투약 과정에 대한 상시 감시 부족이 구조적 문제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의료계 안팎에서는 처방 이력 실시간 모니터링, 병의원 단위 관리 강화, 의료인 대상 중독 예방 교육 확대 등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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