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이나 제사 때 차리는 상차림은 지역마다 조금씩 다르다. 같은 제사 음식이라도 어떤 땅에서 살아왔는지, 어떤 재료를 쉽게 구할 수 있었는지에 따라 모습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경상북도 지역의 제사상은 다른 지역과 비교해도 눈에 띄는 음식 구성이 많기로 알려져 있다.
경북은 바다와 거리가 있는 내륙 지역이지만, 제사상에는 뜻밖에도 상어 고기와 문어 같은 바다 생물이 빠지지 않는다. 처음 접하는 사람에게는 낯설게 느껴질 수 있지만, 이 음식들에는 오랜 세월 이어져 온 생활 방식과 조상에 대한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경북 제사상이 지금의 형태로 자리 잡게 된 배경을 음식 하나하나로 살펴본다.
1. '지혜로운 선택'이 만든 저장 음식, 돔배기
경상북도 제사상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음식은 상어 고기인 ‘돔배기’다. 돔배기는 상어를 토막 내 소금에 절여 숙성시킨 음식으로, 영천과 대구를 중심으로 한 경북 내륙 지역에서 오래전부터 제사상에 올려왔다.
이러한 풍습은 과거 바다에서 잡은 생선을 내륙까지 옮기는 일이 쉽지 않았던 환경에서 비롯되었다. 얼음이나 냉장 시설이 없던 시절, 생선을 오래 두고 먹기 위해 소금에 절이는 방식이 쓰인 것이다. 상어는 살이 단단해 소금에 절여도 형태가 잘 유지됐고, 숙성 과정을 거치면서 비린내도 줄어들었다. 이렇게 만들어진 돔배기는 찌거나 구워도 맛이 변하지 않아 제사 음식으로 굳건히 자리 잡았다.
익힌 돔배기는 담백하면서도 씹는 맛이 잘 살아 있다. 기름지지 않아 여러 음식과 함께 올려도 부담이 적고, 조상에게 올리는 음식으로 모자람이 없다고 여겨졌다.
2. 글을 숭상하던 고장에서 빠질 수 없는 문어
돔배기와 함께 경북 제사상을 대표하는 또 하나의 음식은 문어다. 특히 안동과 영주처럼 유교 문화가 깊게 뿌리내린 지역에서는 문어가 없는 제사상을 생각하기 어렵다.
문어는 한자로 ‘문어(文魚)’라고 쓰는데, 여기서 ‘문’은 글을 뜻한다. 학문을 소중히 여기던 선비들은 이 글자를 의미 있게 받아들여 문어를 학문과 연결 지어 생각했다. 글을 아끼고 배우는 삶을 기리기 위해 문어를 제사상에 올리는 것을 당연하게 여긴 셈이다.
또한 문어가 위협을 느끼면 먹물을 뿜는 모습이 붓과 먹을 떠올리게 한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이런 모습이 선비의 삶과 닮았다고 여겨져, 조상에게 올리는 음식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문어는 크기가 클수록 귀하게 여겨졌고, 다리를 가지런히 펼쳐 상에 올리는 것 또한 조상을 모시는 중요한 예법으로 전해 내려온다.
3. 배추전부터 고래고기까지, 한 상에 담긴 지역의 삶
경북 제사상에는 이 밖에도 다른 지역에서는 쉽게 보기 어려운 음식들이 함께 오른다. 그중 하나가 배추전이다. 배추 잎을 통째로 반죽에 묻혀 지져내는 배추전은 산간 지역이 많은 경북의 생활 환경에서 시작됐다.
나물이 귀하던 시절, 쉽게 구할 수 있던 배추를 정성껏 손질해 전으로 부쳐 올린 것이 정착된 결과다. 배추전은 소박하지만 손이 많이 가는 음식으로, 조상에게 올리는 마음을 담기에 충분하다고 여겨졌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부드러워 제사가 끝난 뒤에도 가족들이 즐겁게 나눠 먹기 좋았다.
이와 더불어 포항이나 울산과 가까운 경주 지역 등에서는 고래고기가 제사상에 오르기도 한다. 바다에서 나는 가장 크고 귀한 고기를 올려 조상에게 예를 다한다는 의미다. 이처럼 채소전부터 커다란 바다 생물까지 한 상에 어우러지는 모습은, 경북 지역 사람들이 살아온 환경과 가치관을 투명하게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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