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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수석들은 늘 피곤하다. 새벽별을 보고 출근해서 밤에 뜬 달을 보며 퇴근하는 게 그들의 일상이다. 수없이 쏟아지는 기자들의 전화 공세 속에 대통령에게 보고할 사안이 한둘이 아니다.
하준경 청와대 경제성장수석은 여기에 막중한 부담을 하나 더 얹고 있다. ‘불리한 싸움’으로밖에 표현할 수 없는 ‘잠재 성장률 높이기’다. 저출산·고령화에 시달리는 한국 경제의 상황을 생각했을 때 시지프스의 돌을 부여잡은 모습과 비슷하다. 기술 발달로 생산성을 높이는 방안이 거론되지만, 한국은 이미 고성장 시대를 지나왔다.
여기에 생산에 투입돼야 할 자본이 부동산에 상당 부분 묶여 있다. 하준경이 주장하는 ‘생산적 금융’과는 거리가 있는 상황이다. 자본이 부동산에 묶인 현실은 한국 기업 혁신이 더딘 요인 중 하나다. 이재명 정부가 부동산에 몰린 자금을 자본시장으로 흘러가게끔 만드려는 맥락도 여기에 있다.
생산적 금융은 이재명 대통령의 ‘캐치프레이즈’가 됐지만 하준경 등 여러 경제학자들이 강조해온 바이기도 하다. 이들은 수익의 원천이 ‘땅’이라는 희소자원에 고착되면 사회 전체에서 부가가치가 늘기 어렵다고 봤다. 금융의 흐름은 R&D·인프라·신산업·일자리로 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과서에서 배웠던 금융의 본래 역할이기도 하다.
하준경은 여러 칼럼을 통해 자신의 생각을 밝혀왔다. 국민 소득을 높이는 방식으로 수요를 창출하려 했던 ‘소주성(소득주도성장)’에 대해서도 비판적 목소리를 냈다. 20대선을 준비하던 이재명 당시 후보의 눈에 들었고 경제 정책 자문역을 맡게 됐다. 이재명 캠프에서 경제정책 기획자로 활동했고 경제성장 공약 설계에 핵심 역할을 했다.
생산적 금융의 맥락에서 보자면 재정의 역할도 기존과 다르다. 재정이 국민들의 주머니를 단순하게 채워주는 역할에 머무르는 게 아니다. ‘사회적 투자 자금’의 원천 중 하나로 보자는 의미가 강하다. 국가가 앞서서 기술투자, 기업과 인프라에 투자하자는 취지가 여기에서 나온다. 정부가 앞장서 GPU 26만장을 들여온 것도, 이재명 대통령이 ‘에너지고속도로’를 강조한 것도 이 취지에 담겨 있다.
하준경의 학문적 베이스는 (굳이 분류하자면) 케인스학파에 가깝다. 잘 알려져 있듯이 시장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 재정을 요구하는 학자들이다. 이와 반대되는 흐름이 고전학파 혹은 자유주의학파로 불리는 이들이다. 1980년대 이후로는 신자유주의 학파로 불리는 이들이 많다. 정부의 개입을 최소화하고 시장의 흐름을 존중하자는 취지다. 전임 정부에 있었던 경제 관료들의 분위기는 대체로 시장 중심 접근이 강했다.
이재명 정부의 경제 정책 철학은 케인스학파를 기본 토대로 하되 신자유주의 사관을 일부 접목한 것 같다. 이 대통령이나 하준경 역시 기업 혁신, 기업가 정신이 중요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혹자는 ‘창조적 파괴’를 주창했던 조지프 슘페터와 일견 닮았다고 본다. 정리하면 ‘시장의 기업가 정신을 살리기 위한 투자금으로 국가 재정을 쓴다’가 가능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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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준경은 교수 시절 ‘보유세’에 대한 언급을 했다. 코로나19 쇼크가 엄습하기 직전이던 2019년 12월이었다. 그때 이미 하준경은 SNS를 통해 서울 집값이 소득 대비 지나치게 높다는 점을 우려했다.
당시 그는 부동산 가격이 지나치게 비싸면 금수저 아닌 젊은이들은 투기꾼이 되거나 집에 묶인 농노가 된다고 봤다. 이 괴리를 줄이고 돌파구를 찾으려면 임차료 부담을 줄이고 보유세를 선진화해야 한다고 봤다.
선진국들의 보유세가 한국의 수준보다 높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그가 보유세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가늠해 볼 수 있다. 공시가격 현실화 등을 통해 사회적 비용에 비례해 세금을 걷어야 한다고 봤다. 주택 대출도 차입자의 미래 소득과 연계해 상황이 변해도 견딜 수 있게 해줘야 한다고 봤다.
SNS에 그가 남긴 글과 인터뷰 등을 보면 얼추 이 대통령의 경제 정책관과 비슷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이 대통령과 함께 일하기 전부터 가졌던 생각이 계속 이어졌고 상당 부분 그에게 반영됐다는 것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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