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산업 현장에서 '자원 무기화'의 공포가 엄습하고 있다. 과거 '산업의 쌀'로 불리며 자유무역의 혜택을 누리던 핵심 광물들이 이제는 국가 간 패권 경쟁의 '탄환'이자 상대방의 숨통을 조이는 '목줄'로 변모했기 때문이다. 미·중 갈등의 최전선에 서 있는 대한민국에게 과도한 중국 의존도는 더 이상 경제성의 문제가 아닌 생존의 문제로 직결되고 있다. 희토류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상황과 위기에 대해 진단하고 극복방안을 모색해본다.[편집자주]
"중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수입처를 다변화하는 것은 1차적인 지혈책일 뿐입니다. 진정한 공급망 독립은 쓰고 난 자원을 다시 쓰는 '순환 경제' 시스템과 희토류 없이도 모터를 돌리는 '대체 기술'에서 완성될 것입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의 자원 전쟁 승부처가 해외의 광산이 아닌 국내의 '연구소'와 '재활용 공장'에 있다고 입을 모은다. 지정학적 리스크가 상수가 된 '뉴노멀'(New Normal) 시대, 물리적인 자원 확보를 넘어선 기술적 해법, 즉 '테크(Tech) 주권'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폐배터리와 폐가전은 '지상에 있는 광산'이다. 한국은 자원 빈국이지만, 세계 최고 수준의 배터리·전자산업 인프라 덕분에 폐자원 배출량만큼은 자원 부국 못지않다. 성일하이텍, 에코프로 등 국내 기업들이 폐배터리 리사이클링 시장에서 글로벌 두각을 나타내는 이유다.
사용 후 배터리에서 리튬, 니켈, 코발트 등을 90% 이상 회수하는 기술은 이미 상용화 단계에 진입했다. 유럽연합(EU)이 배터리법을 통해 재활용 원료 사용을 의무화함에 따라, 도시광산 산업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었다. 업계는 2030년경에는 국내 배터리 원료 수요의 상당 부분을 재활용을 통해 충당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이는 중국의 광물 수출 통제를 무력화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히든카드다.
더 근본적인 해결책은 희토류 사용 자체를 줄이거나 없애는 것이다. 국내 연구진과 기업들은 희토류 저감형, 혹은 '비(非)희토류' 모터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현대모비스와 LG전자는 중희토류 사용량을 획기적으로 줄인 모터를 개발 중이며, 페라이트(Ferrite) 등 구하기 쉬운 소재를 활용한 고성능 모터 연구도 활발하다. 비록 아직은 네오디뮴 자석의 강력한 자력을 100% 대체하기엔 물리적 한계가 있지만, 기술 격차는 빠르게 좁혀지고 있다. 삼성전자 역시 반도체 공정에서 희귀 가스 사용량을 줄이는 신공법을 도입하며 공급망 리스크를 '초격차 기술력'으로 헤쳐나가고 있다.
자원 공급망 문제는 단순한 원자재 수급 이슈가 아니라, 외교·안보·기술이 복합적으로 얽힌 고차방정식이라는 점이다. 정부의 적극적인 자원 외교와 비축 정책, 기업의 과감한 공급망 다변화 투자, 그리고 학계의 혁신적인 기술 개발이 삼박자를 이뤄야 한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업계 관계자는 "자원을 가진 나라가 힘을 쓰는 시대지만, 그 자원을 가공하고 대체할 기술을 가진 나라 역시 힘을 가진다"며 "중국발 공급망 쇼크는 한국 산업계에 뼈아픈 각성을 주었지만, 동시에 체질 개선을 위한 강력한 동력이 되었고, 이제 대한민국은 '자원 의존국'에서 '공급망 솔루션 강국'으로 도약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성대 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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