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한스경제 박정현 기자 | 이통3사와 정부가 불법 스팸·보이스피싱 대응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명절 등 특정 시기마다 관련 범죄가 급증하는 현상은 올해도 반복되고 있다.
최근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는 설 명절을 노린 ‘미끼문자’가 확산되고 있다며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다. 문자에 포함된 인터넷주소(URL)를 클릭해 불법 사이트에 접속할 경우 개인정보와 금융정보 탈취를 위한 악성 프로그램이 설치돼 무단 송금이나 휴대전화 원격 제어 등 2차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도 보이스피싱 범죄 건수가 전년 대비 12.1% 증가했다며 이통3사가 제공하는 통화 애플리케이션을 활용할 것을 권고했다. 경찰청에 따르면 명절이 포함된 월의 범죄 건수는 평균 대비 32.5% 증가해 상승 폭이 더 컸다. 선물 배송, 교통 예매, 가족 사칭 등 명절 특수성을 악용한 수법이 집중된 영향으로 분석된다.
◆ 통신망 악용 범죄 급증…제도 공백·AI 범죄 고도화 영향
지난 2023년 이후 급증한 불법 스팸과 보이스피싱에 대응해 정부는 범부처 차원의 대응 체계를 가동해왔다. 2024년 과기정통부와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는 ‘불법스팸 방지 종합대책’을 본격 운영하기 시작했다. 보이스피싱 역시 캄보디아 감금 사태를 계기로 작년 과기정통부·경찰·금융위원회 등 15개 기관이 참여하는 통합대응단이 출범했다.
스팸의 급증에는 관리 부실이 큰 몫을 했다. 방미통위가 지난 2023년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당시 보이스피싱은 감소하고 문자 스팸은 증가하는 흐름이었으나 문자 재판매사에 대한 관리·감독이 미흡해 1200여개 영세 사업자가 난립하면서 상황이 역전됐다. 한국인터넷진흥원의 ‘휴대폰 스팸 신고 및 탐지 건수 현황’에 따르면 2024년 1월부터 8월 말까지 불법 스팸 건수는 전년 대비 68% 증가했다.
최근에는 딥페이크·딥보이스 기술을 악용한 범죄 고도화도 두드러진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공개된 사진과 음성 일부만으로도 감별이 어려운 피싱용 영상과 음성을 제작할 수 있어 피해 예방이 더욱 까다로워졌다. 정부는 문자 전송 단계부터 발신 자격을 검증하는 ‘문자 전송자격 인증제’ 도입도 검토하고 있다.
◆ 스팸 차단에도 한계…이통3사, AI 고도화 추진
이통3사는 정부의 대책 마련 촉구에 AI을 앞세워 대응하고 있다. SKT 에이닷, KT 후후, LG유플러스 익시오 등 각 사는 AI 앱을 통해 스팸 및 보이스피싱 탐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최근 3사는 각 사의 탐지 앱이 통신망을 이용한 범죄 방지에 크게 효과가 있다고 전했다. SKT는 작년 동안 음성 스팸·보이스피싱 통화와 문자 등 통신 사기 시도를 11억건 선제 차단했다고 밝혔다. 이는 전년 대비 35% 증가한 수치다. 자체 개발한 금융사기 탐지 기술 ‘스캠뱅가드’도 패스 스팸 필터링과 에이닷 전화에 적용해 통화 중 실시간 경고 기능을 지원하고 있다.
KT는 ‘AI 보이스피싱 탐지서비스 2.0’을 통해 통화 내용의 문맥 분석, 화자 인식, 딥보이스 판별을 결합한 3중 탐지 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KT에 따르면 탐지서비스의 정확도는 90%를 웃돌며 실제 검찰·경찰 사칭 등 고위험 사례에 대한 차단 효과도 입증됐다. KT는 서비스 상용화 두달 만에 막은 피해액이 180억원 규모라고 전했다.
LG유플러스는 화자의 성문 정보를 AI가 직접 분석해 범죄자 음성과의 일치도를 판단하는 방식으로 기능을 고도화했다. 경찰청과도 긴밀하게 공조하고 있다. 작년부터 보이스피싱·스미싱 범죄 조직이 운영하는 악성 앱 제어 서버를 추적해 2월부터 연말까지 악성 앱 제어 서버 800여개를 추적·분석했고 피해 가능성이 있는 고객 3만3000여명의 관련 정보를 경찰에 전달하기도 했다.
설 연휴에도 이통3사는 불법 통신 사기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며 고객 안심을 위해 노력한다. 일각에서는 이통사 차원의 선제 차단이 곧바로 범죄 근절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피싱 데이터를 유관 기관에 전달하더라도 모든 사례가 수사와 처벌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당국과의 데이터 공유 과정에서 민간과 기관 간 장벽이 완화돼 AI 학습 환경이 개선된 성과는 있지만 범죄 수법이 갈수록 교묘해지고 전체 발생 건수도 방대해 사후 대응에는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용자들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고 의심되면 이통사 앱이나 경찰청 신고 등을 통해 면밀히 확인해봐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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