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간 규제에도 집값 치솟았다…캐나다와 베를린의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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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간 규제에도 집값 치솟았다…캐나다와 베를린의 교훈

이데일리 2026-02-17 07:00: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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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성주원 기자] 캐나다 토론토에 사는 소프트웨어 개발자 마크(34)는 10년 전 이 도시로 이주했다. 당시만 해도 집을 살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2026년 현재, 그의 꿈은 더 멀어졌다.

“정부가 외국인 구매를 금지하고, 대출 규제도 강화했어요. 그런데 집값은 오히려 더 올랐죠. 공급이 없으니까요. 규제만 하고 집을 안 지으면 어떻게 됩니까?”

지난 2021년 12월 13일(현지시간) 캐나다 온타리오주 토론토에서 한 주택 앞에 매물 판매 안내 표지판이 설치돼 있다. (사진=로이터)


캐나다는 지난 20년간 주택 수요를 억제하는 데 집중했다. 외국인 구매 금지, 투기 목적 구매 제한, 모기지 대출 규제 강화. 하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주거비 부담 악화폭이 가장 심한 나라 가운데 하나가 됐다.

독일 베를린도 비슷한 실수를 했다. 2020년 강력한 임대료 동결 정책을 도입했지만, 신규 공급이 급감하고 암시장이 형성되는 부작용을 낳았다. 결국 2021년 헌법재판소가 위헌 판결을 내리면서 정책은 폐기됐다.

두 도시 모두 ‘공급 없는 규제는 실패한다’는 교훈을 보여줬다.

◇캐나다, 규제 일변도의 20년

캐나다의 주택 정책은 2000년대 초반부터 줄곧 ‘수요 억제’에 초점을 맞췄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집값이 급등하자, 캐나다 정부는 모기지 대출 규제를 강화했다. 최소 계약금 비율을 높이고, 스트레스 테스트를 도입해 대출 한도를 제한했다. 집을 사려는 사람들의 구매력을 줄이겠다는 전략이었다.

2010년대 들어서는 외국인 구매자를 겨냥한 규제가 쏟아졌다. 밴쿠버는 2016년 외국인 구매세 15%를 도입했고, 토론토도 2017년 같은 조치를 따랐다. 2022년에는 연방 정부 차원에서 2년간 외국인의 주택 구매를 전면 금지했다.

다주택자에 대한 세금도 강화됐다. 빈집세(vacancy tax), 투기세 등 각종 규제가 추가됐다.

캐나다 온타리오주 토론토 북쪽에 위치한 본(Vaughan) 교외 지역의 주택 모습. (사진=로이터)


하지만 집값은 계속 올랐다. 토론토의 주택가격소득비율(PIR)은 2004년 약 3배에서 2024년 10배 이상으로 치솟았다. 밴쿠버는 더 심각해서 12배를 넘어섰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집을 짓지 않았다.

캐나다의 주택 공급은 수요를 따라가지 못했다. 캐나다 중앙은행 산하 보고서·민간 분석에 따르면 캐나다는 인구 1000명당 주택 재고가 424호로, 주요 7개국(G7) 중 가장 낮다. 이민자 유입으로 인구는 빠르게 늘었지만, 주택 건설은 정체됐다.

왜 집을 짓지 못했을까. 지방 정부의 규제와 주민 반대 때문이었다. 단독주택 중심의 낮은 용적률 규제, 복잡한 인허가 절차가 개발을 가로막았고, 여기에 님비(NIMBY·Not In My Backyard) 현상까지 더해졌다. 수요는 억제되지 않고, 공급만 막힌 최악의 조합이었다.

◇2024년, 뒤늦은 방향 전환

캐나다 정부는 뒤늦게 문제를 인식했다. 지난 2024년 4월 발표된 ‘캐나다 하우징 플랜(Canada’s Housing Plan)‘은 과거와 완전히 다른 해법을 보여줬다.

핵심은 공급 확대다. 연방 정부는 연간 50만 호 수준까지 주택 공급을 늘리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를 위해 조단위 규모의 주택 인프라 기금을 조성했다.

특히 지방 정부의 님비 규제를 깨기 위한 강력한 조치들이 포함됐다. 연방 정부가 인프라 기금을 지원하는 조건으로, 지방 정부가 용적률 규제를 완화하고 인허가 절차를 간소화할 것을 요구했다.

구체적으로는 역세권 개발 활성화, 4세대 주택(fourplex) 개발 허용, 중층 아파트 건설 규제 완화 등이 포함됐다. 단독주택 중심의 저밀도 개발에서 벗어나 중고층 중심의 고밀도 개발로 전환하겠다는 의지다.

또한 목적기반 임대주택(purpose-built rental) 건설에 대한 세제 혜택도 확대했다. 민간이 장기 임대용 주택을 지으면 세금을 감면해주는 방식이다.

캐나다 연방정부가 주택 위기 해법으로 2024년 4월 발표한 ‘캐나다 하우징 플랜’ 소개 자료 (캐나다 연방정부 홈페이지 갈무리)


◇베를린, 강력한 임대료 동결…결국 실패

독일 베를린은 2020년 2월, 야심찬 정책을 도입했다. ‘미텐데켈’(Mietendeckel·임대료 상한제)이라 불리는 강력한 임대료 동결 정책이었다.

베를린의 모든 임대주택 임대료를 2019년 6월 18일 수준으로 동결하는 한편, 향후 5년간 임대료 인상을 금지하고, 일부 과도하게 높은 임대료는 인하 조치까지 가능하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했다. 당시 베를린시는 이 정책이 급등하는 임대료를 잡고 세입자를 보호할 것이라 기대했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신규 임대 공급이 급감했다. 독일 민간 주택시장 연구기관 엠피리카(Empirica)에 따르면, 미텐데켈 도입 후 베를린의 신규 임대 매물이 약 60% 감소했다. 집주인들이 임대를 꺼리거나, 아예 매물을 시장에 내놓지 않은 것이다.

기존 세입자들도 이사를 꺼렸다. 새 집을 구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주거 이동성이 크게 떨어졌다.

암시장도 형성됐다. 공식 임대료는 동결됐지만, 세입자에게 ‘가구 비용’, ‘관리비’ 등 명목으로 추가 비용을 요구하는 사례가 늘어났다.

가장 큰 문제는 신규 건설 급감이었다. 임대 수익이 제한되자 민간 개발업자들이 베를린 시장을 떠났다. 2020~2021년 베를린의 주택 건설 허가 건수는 전년 대비 큰 폭으로 감소했다.

결국 2021년 4월, 독일 연방헌법재판소는 미텐데켈이 위헌이라고 판결했다. 임대료 규제는 연방 정부의 권한이지 주 정부(베를린)의 권한이 아니라는 이유였다. 베를린의 야심찬 정책은 15개월 만에 폐기됐다.

싱가포르는 80% 공공 공급으로 시장을 통제했고, 비엔나는 60% 사회주택으로 임대료를 안정시켰다. 캐나다와 베를린은 공급 없이 규제만 했다가 실패의 쓴맛을 봤다.

독일 베를린 주택 모습 (사진=베를린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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