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서 환전해주다 피싱 연루 피해…수사 협조 후 경찰·은행은 나 몰라라
(서울=연합뉴스) 박수현 기자 = 베트남에서 환전 사기범 검거에 결정적 기여를 해 경찰 포상금까지 받았지만 정작 자신의 통장이 보이스피싱 연루 의심 계좌로 묶여 넉 달째 피해를 봤다는 주장이 나왔다.
17일 연합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베트남에서 마사지 가게를 운영하는 A씨는 지난해 9월 관광객 행세를 한 한국인 B씨의 부탁을 받고 3차례에 걸쳐 원화 1천286만원을 계좌로 받아 베트남 동으로 환전해줬다.
그런데 마지막 환전 다음 달 A씨의 모든 금융권 계좌가 사기에 연루됐다는 이유로 동결됐다. 알고 보니 B씨는 해외 피싱 조직원이었다. 환전을 빙자해 범죄 수익금을 세탁했고, 이 과정에서 A씨를 포함한 다수의 교민 계좌가 줄줄이 지급정지된 것이다. 지급정지가 되면 입금만 가능할 뿐 출금은 불가능해진다.
억울함을 풀기 위해 A씨는 직접 나섰다. 한 달여 뒤 지인으로부터 "교민들이 B씨를 발견해 잡아두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현장으로 달려가 B씨를 붙잡아 현지 공안(경찰)에 넘겼다.
조사 결과 B씨는 국내 '장집'(대포통장 모집책)으로부터 소개받은 10여 명의 명의자를 베트남으로 불러들여 범행에 가담시킨 혐의도 받는 요주의 인물이었다.
B씨는 지난해 12월 국내로 송환돼 구속됐고,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공로를 인정해 A씨에게 '검거 보상금' 약 900만원까지 지급했다. 이는 이례적으로 큰 액수다.
문제는 범인이 잡히고 수사기관에서 공로를 인정해 보상금까지 받았음에도 '금융 족쇄'가 풀리지 않았다는 점이다. 알고 보니 A씨가 받은 3번의 입금 중 1건만 B씨 수사 결과를 통해 소명됐고, 다른 2건은 별개 사건으로 아직 수사가 진행 중이라는 이유에서였다.
A씨는 은행으로부터 '무혐의를 증명하는 문건'을 받아오라며 담당 경찰서를 전달받았지만, 경찰에게선 "피의자도 참고인도 아니니 아무런 서류도 발급해줄 수 없다"고 면박을 들었다고 했다. 그러는 사이 넉 달간 돈이 묶이며 사업이 기울고 추가 대출도 막히는 황당한 상황에 처했다.
A씨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다른 수사 건도 동일한 사기 조직이 벌인 환전 범죄의 일환 아니냐"며 "나라에서 포상까지 받았는데 지급정지를 풀어주지 못한다는 게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은행 측은 연합뉴스 취재가 시작되자, 당일 A씨에게 지급정지 해제를 통보했다. 은행 관계자는 "고객이 경찰서에서 서류 발급이 어렵다는 말씀을 해주셨고, 여러 요소를 종합적으로 검토해 이의 신청을 수용했다"라고 말했다.
sur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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