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샤인머스켓 가격이 설 명절을 앞두고 급락하면서 지역 농가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한때 ‘없어서 못 판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인기를 끌며 명절 선물세트의 대표 과일로 자리 잡았던 샤인머스켓이 이제는 경매장에서 헐값에 거래되는 처지로 전락했다.
안동시 농수산물도매시장 경락가격시세에 따르면 샤인머스켓 특등급 2㎏ 한 박스의 경매가격은 지난 11일 기준 최고 5000원, 최저 3300원, 평균 4200원에 그쳤다. 일주일 전인 3일 평균 가격 4500원보다 떨어졌고, 지난달 10일 평균 5628원과 비교하면 하락 폭은 더욱 뚜렷하다. 통상 설을 앞두고 과일 가격이 오르는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흐름이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 뉴스1
과거와 비교하면 상황은 더 심각하다. 2022년 2월 10일 기준 특등급 2㎏ 한 박스의 평균 경매가격은 2만9100원, 2021년 2월 8일에는 2만3300원에 달했다. 불과 3~4년 사이 경매가격이 80% 이상 폭락한 셈이다. ‘고급 과일’의 상징이던 샤인머스켓의 위상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가격 급락의 가장 큰 원인으로는 재배 면적 급증에 따른 공급 과잉이 꼽힌다. 샤인머스켓은 껍질째 먹을 수 있고 씨가 없어 식감이 뛰어난 데다 당도가 높아 소비자 선호가 높았다. 일반 포도 품종인 켐벨얼리보다 가격이 월등히 높아 ‘고소득 작물’로 각광받았고, 이에 따라 재배에 뛰어드는 농가가 급증했다.
현재 경북 지역에서 샤인머스켓은 전체 포도 재배 면적의 약 60%를 차지할 정도로 편중 현상이 심화됐다. 문제는 단기간에 생산량이 폭증하면서 시장이 이를 소화하지 못하게 됐다는 점이다. 특히 일부 농가가 높은 가격을 기대하며 출하 시기를 앞당겨 미숙과를 시장에 내놓으면서 품질 저하 논란까지 겹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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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천에서 샤인머스켓을 재배하는 농민들은 “당도가 충분히 오르지 않았는데도 서둘러 출하한 물량이 반복되면서 소비자 신뢰가 떨어졌다”고 입을 모은다. 샤인머스켓은 특유의 진한 단맛과 향이 강점인데, 기대에 못 미치는 상품이 유통되면서 ‘비싸기만 한 포도’라는 인식이 확산됐다는 것이다. 한 번 실망한 소비자가 재구매로 돌아오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이에 따라 경북농업기술원은 지난해부터 당도 18브릭스 이상 등 품질 기준을 철저히 지켜 충분히 익은 포도만 출하해달라고 권고하고 있다. 착과량과 숙기를 준수하지 않은 조기 출하가 가격 하락과 소비 감소로 이어진다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이미 공급 과잉 구조가 고착화된 상황에서 단기간에 가격을 회복하기는 쉽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책적 대응 필요성도 제기된다. 경북도의회에서는 지자체 차원의 품질 인증제 도입을 통해 신뢰 회복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당도 기준 미달이나 과중량 제품 출하를 엄격히 제한하고, 기준을 통과한 고품질 상품에만 도지사 인증 마크를 부여해 브랜드 가치를 회복하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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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수출 시장 다변화와 가공 산업 육성도 과제로 꼽힌다. 현재 샤인머스켓 수출은 동남아 시장에 편중돼 있어 외부 변수에 취약하다. 과잉 물량을 흡수하기 위해서는 주스, 건포도, 와인 등 가공제품 개발과 시설 지원이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품종 다변화 역시 대안으로 제시된다. 경북도가 개발한 레드클라렛, 글로리스타 등 신품종으로 전환할 경우 시설비와 묘목 비용을 지원해 특정 품종 쏠림 현상을 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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