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서울시의 ‘SH 사전예약 중단’ 해명은 ‘거짓’... LH 실패 사례로 SH 성공 모델 덮었다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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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서울시의 ‘SH 사전예약 중단’ 해명은 ‘거짓’... LH 실패 사례로 SH 성공 모델 덮었다①

뉴스로드 2026-02-16 19:05:16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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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시장이 지난 2023년 5월 고덕강일지구의 첫 백년주택 착공식에 참석한 모습 [사진=뉴스로드]
오세훈 시장이 지난 2023년 5월 고덕강일지구의 첫 백년주택 착공식에 참석한 모습 [사진=뉴스로드]

지난 12일, 서울시는 김헌동 전 서울주택도시공사(SH) 사장이 전날(15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임기 말 300호 분양을 서울시와 국토부가 방해했다”고 발언한 것에 대해 슬그머니 해명자료를 배포했다.

서울시 입장의 골자는 “LH(한국토지주택공사)의 사전청약 입주 지연 사태로 인한 시민 피해가 우려되어, SH에도 공정률 80~90% 시점에 분양해 줄 것을 요청했을 뿐”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뉴스로드>가 김 전 사장의 발언과 서울시의 해명, 그리고 실제 주택 공급 현황을 취재해 확인한 결과, 서울시의 이러한 해명은 제도의 본질적인 차이를 의도적으로 무시한 ‘거짓 해명’임이 드러났다.

▲LH '사전청약'은 先선분양, SH 후분양 위한 '사전예약'과는 전혀 달라

서울시는 지난 2024년 5월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공공 사전청약 신규 시행 중단’ 조치를 SH의 ‘사전예약’ 중단 근거로 제시했다. 당시 국토부와 LH는 문화재 발굴이나 기반 시설 설치 지연 등으로 본청약이 기약 없이 미뤄지며 ‘희망 고문’ 논란이 일자, 본청약 2~3년 전에 청약을 받는 사전청약 제도를 폐지했다. 서울시는 이를 SH공사에 그대로 대입했다.

[그래픽=SH]
[그래픽=SH]

하지만 이는 번지수를 잘못 짚어도 한참 잘못 짚은 비교다. LH의 ‘사전청약’과 SH의 ‘사전예약’은 용어만 비슷할 뿐, 사업의 진행 단계와 리스크 측면에서 완전히 다른 제도이기 때문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SH는 오세훈 시장이 처음 서울시장에 당선됐던 2006년 이후 단 한 번도 ‘사전청약’을 도입한 적이 없으며, 시행조차 불가능한 구조다.

문제가 된 LH의 사전청약은 대개 토지 보상(확보)조차 완료되지 않았거나 지구 계획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 이른바 ‘허허벌판’을 놓고 진행했던 ‘선선(先先)분양’ 제도다. 당연히 문화재가 나오거나 보상 문제가 불거지면 사업은 무기한 표류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LH 사전청약에 당첨되고도 사업 자체가 백지화된 사례는 허다하다.

반면, 김헌동 전 사장이 추진해 온 SH의 ‘백년주택(토지임대부 분양주택)’ 사전예약은 성격이 전혀 다른 ‘후분양’ 방식이다. SH의 사업지인 마곡지구와 고덕강일지구 등은 사전예약 당시 이미 택지 조성이 완벽하게 끝난 상태였다. 사전예약 이후 착실하게 공사가 진행되고 있으며, 고덕강일지구는 내년 본청약과 입주를 앞두고 있다. 즉, SH의 사전예약은 착공계를 내고 굴착기가 땅을 파고 건물을 짓고 있는 시점에 예약을 받는다. 

더구나 김 사장 재임 시절 SH가 사전예약을 받고 착공에 들어간 1,700여 세대의 평균 경쟁률은 약 40대 1을 기록했다. 당시 분양시장에 찬바람이 불던 상황에서도 선풍적인 인기를 끈 것이다.

서울시가 우려한다고 밝힌 ‘문화재 발굴’이나 ‘기반 시설 설치 지연’ 등의 리스크는 이미 해소된 현장들이다. 그런데도 서울시는 LH가 겪은 실패의 책임을 엉뚱하게도 건실하게 공사를 진행 중인 SH에 덧씌워, 시민들에게 돌아갈 ‘내 집 마련 예약 기회’를 박탈한 셈이다.

이미 ‘후분양’ 공사가 진행 중인데... 앞뒤 안 맞는 서울시의 ‘동문서답’

서울시 해명의 모순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시는 “정부 정책에 부합하고자 사전청약이 아닌 공정률 80~90% 시점에 분양해 줄 것을 SH에 요청했다”고 밝혔다. 얼핏 들으면 합리적인 지시처럼 보이지만, SH의 공급 시스템을 조금만 들여다보면 이것이 얼마나 황당한 ‘동문서답’인지 알 수 있다.

오세훈 시장과 김헌동 전 사장이 추진한 ‘백년주택’은 애초부터 ‘후분양제’를 채택하고 있다. 백년주택 이전에도 SH는 아파트를 90%가량 지어놓고 입주자를 선정하는 ‘골든타임 후분양’ 방식을 고수해 왔다.

여기서 ‘사전예약’은 건물이 다 지어질 때까지(약 2년) 입주 예정자가 자금을 마련하고 주거 계획을 세울 수 있도록, 짓고 있는 건물의 주인을 미리 정해주는 ‘서비스’ 개념이었다. 즉, SH는 이미 후분양제가 정착돼 있었고, 백년주택은 이를 강화해 ‘공정률 90% 시점 분양(본청약 및 입주)’으로 진행되어 왔다.

이는 이미 잘 달리고 있는 선수에게 “걷지 말고 뛰라”고 지시하며 다리를 건 것과 다름없다. 서울시의 논리대로라면, 현재 공사가 차질 없이 진행 중인 마곡10-2, 고덕강일3 단지 등에 대해 굳이 사전예약을 막을 명분이 없었다. 이는 결국 시민들이 2년이라는 시간 동안 자금을 모으고 입주를 준비할 수 있는 ‘주거 사다리’를 행정기관이 스스로 걷어차 버린 결과만 초래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울시는 해명자료에 “사업이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다”며 “올해 청약을 진행할 예정”이라는, 앞뒤가 맞지 않는 말을 덧붙였다.

오 시장 친필 [사진=뉴스로드]
오 시장 친필 [사진=뉴스로드]

▲ 오세훈 시장의 ‘백년주택’, 관료주의에 갇혀 좌초되나

이번 논란의 핵심은 단순한 행정 절차의 문제가 아니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핵심 주택 공약이 시장의 의지와 무관하게, 혹은 시장의 무관심이나 묵인하에 관료들에 의해 무력화되고 있다는 의구심이 드는 대목이다.

오 시장은 지난 2020년부터 “강남에 평당 1천만 원대 반값 아파트를 공급해야 한다”며 토지임대부 분양주택, 즉 ‘백년주택’을 강력하게 주장해 왔다. 김헌동 전 사장은 지난 3년간 이 철학을 충실히 이행하며 수십 대 일의 경쟁률로 정책의 성공 가능성을 입증했다.

그러나 김 전 사장의 퇴임 시점에 맞춰 서울시 주택 관련 국·과장들은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오 시장의 역점 사업인 백년주택의 공급 스케줄을 꼬아버리고 사전예약을 취소시켰다. 김 전 사장이 MBC와의 인터뷰를 통해 “관료들의 사보타주(태업)”라고 격앙된 반응을 보인 것도 무리가 아니다. 그는 “관료들은 집 없는 서민이 아니라 투기 세력을 위한 정책만 생산한다”며 서울시와 국토부의 카르텔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오 시장, ‘거짓 해명’ 뒤에 숨지 말고 직접 답해야

천만 서울시민들은 묻고 있다. 서울시가 내놓은 이 궁색한 해명자료가 과연 오 시장의 결재를 거친 것인가? 아니면 오 시장 역시 관료들의 보고만 믿고 LH의 실패와 SH의 성공을 구분하지 못하고 있는 것인가?

‘백년주택’은 오세훈표 주택 정책의 상징이다. 이 정책이 김헌동 사장의 퇴임과 동시에 동력을 잃고, 논리적 타당성이 결여된 이유로 중단된다면, 이는 오 시장의 리더십에 치명적인 오점이 될 수밖에 없다.

서울시는 더 이상 LH 핑계를 대며 시민을 호도해서는 안 된다. 왜 멀쩡하게 진행되던 SH의 사전예약을 막았는지, 이것이 과연 오 시장이 말하던 ‘약자와의 동행’인지에 대해 오 시장이 직접 나서서 진실되게 해명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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