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 아침, 가족이 한자리에 모이면 가장 먼저 오가는 건 새해 인사다. 정월 초하루에 올리는 ‘세배’는 단순한 절이 아니라 한 해의 시작을 알리는 의례로 자리 잡아 왔다.
세배가 끝나면 이어지는 장면이 있다. 아이들은 어른들 앞에 줄을 서고, 어른들은 덕담과 함께 봉투를 건넨다. 오늘날에는 ‘세뱃돈’이라는 이름이 익숙하지만, 이 풍습은 처음부터 ‘현금 봉투’로 고정돼 있던 문화가 아니었다. 이처럼 익숙한 새뱃돈이 어떤 의미에서 시작됐고 언제부터 현금으로 자리잡았는지 살펴보자.
설에 새뱃돈을 주고 받는 모습. AI가 생성한 자료사진.
세배는 새해에 윗사람에게 올리는 큰절로, 새해 인사와 존경의 표현을 담은 의례다. 세배를 받은 어른들은 덕담을 전하며 아랫사람을 맞이했고, 이 과정에서 ‘답례’가 함께 자리 잡았다. 민속 기록에 따르면 세배 뒤에는 대접이 따랐고, 어른에게는 떡국이나 술 같은 음식이, 아이들에게는 술 대신 떡과 과실 또는 약간의 돈을 주는 관습이 전해진다. 세배가 인사로만 끝나지 않고 ‘나눔’으로 이어졌다는 점이 세뱃돈 문화의 핵심을 보여준다.
세뱃돈은 단순한 용돈과는 다른 상징을 갖고 전해져 왔다. 한국민속대백과사전에 따르면 세뱃돈을 ‘복돈’이라 부르기도 한다. ‘복돈’이라는 표현은 돈의 크기보다 새해의 복을 나누는 의미를 강조한다. 같은 자료는 세뱃돈이 상징적 의미를 지니기 때문에 많이 주지 않더라도 ‘많이 받는 것으로 알아야 한다’는 인식이 전해진다고 설명한다. 세뱃돈은 ‘얼마를 받았나’보다 ‘새해 복을 받는다’는 의미가 먼저였던 셈이다.
복주머니를 줬던 예전 설의 모습. AI가 생성한 자료사진.
세뱃돈 문화가 지금처럼 현금 중심으로 자리 잡기 전, 설날의 선물은 다양한 형태로 오갔다. 세배 뒤 아이들에게 떡과 과실을 주는 관습이 전해지는 것도 그 흔적이다. 또 정초에는 복을 기원하는 선물로 복주머니를 나눠 주는 풍습이 널리 전했다고 한다. 복주머니는 실용품이라기보다 길상과 벽사의 의미를 담은 상징적 선물로, 친척이나 자손에게 나눠 주는 사례가 소개돼 있다.
즉 설날의 나눔은 ‘현금’만으로 고정된 풍습이 아니라 집집마다 준비한 음식과 실물 선물, 상징물 등 여러 방식으로 이어져 왔다. 그 흐름이 시간이 지나면서 현금이 가장 간편하고 보편적인 형태로 자리 잡아 오늘날의 세뱃돈 문화로 굳어진 것이다.
설에 새배를 하는 아이들과 새배를 받는 어른. AI가 생성한 자료사진.
2026년 설날에도 가족들은 새해 인사를 나누고, 아이들은 세뱃돈 봉투를 받는다. 하지만 세뱃돈은 단순히 ‘돈을 주는 날’로만 설명되기 어렵다. 세배가 아랫사람이 올리는 새해 인사였다면, 세뱃돈은 그 인사를 받은 어른이 덕담과 함께 건네던 답례였다. 민속 기록이 전하는 떡과 과실, 약간의 돈, 복주머니 같은 선물의 흔적은 세뱃돈이 ‘현금 문화’로만 시작된 것이 아니라 ‘나눔의 방식’이 변해 온 결과라는 점을 보여준다.
결국 세뱃돈의 뿌리는 새해 첫날 인사를 주고받으며 복을 나누는 풍습에 있다. 형태는 달라졌어도, 세배와 덕담, 그리고 작은 나눔이 함께 이어져 왔다는 점이 세뱃돈 문화가 설날에 남아 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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