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늦은 밤 대전·충남, 광주·전남, 대구·경북 세 지역의 행정통합특별법안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를 통과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작년 12월부터 지역 국회의원들과의 간담회에서 행정통합을 조속히 마무리하자는 뜻을 전한 지 두 달여 만이다. 6.3 지방선거와 7월 통합특별시 출범에 맞춰 2월 말 국회 가결을 위한 전격적인 일정이다.
특별법안 제안 이유에서 밝혔듯이, 산업과 인구가 집중된 수도권과 인구 유출 및 고령화로 축소되고 있는 비수도권 간의 구조적 불균형은 매우 심각하다. 미래세대의 기회까지 위협받고 있는 상황에서(☞관련기사 바로가기), 우리는 지역균형발전을 위한 정책적 노력 자체를 반대하지 않는다. 다만 이 행정통합특별법이 진정한 해법이 되려면, 지역불평등을 공고화시킨 역사의 교훈을 되짚으며 바람직한 행정통합의 조건을 신중히 검토해야 함을 강조한다.
지역불평등 발전의 역사적 경과
'통합은 성장의 지렛대' 라는 대통령의 언급대로 행정통합의 목적은 경제적 번영에 있다. 그런데 바로 이 국가주도의 '경제성장 최우선' 정책이 현재 한국사회의 지역불평등을 만들어낸 근본 원인이라는 게 학계의 축적된 평가이다. 1960년대부터 시작된 발전국가의 핵심 전략은 국가가 자원을 의도적으로 특정 지역과 산업에 집중∙배분하는 불균형발전 방식에 기반하였고,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이 본격화되면서 소득불평등과 지역불평등이 확대·고착되었다(☞관련논문1 바로가기, 관련논문2 바로가기).
현재 비수도권 지역의 필수∙공공의료 의사나 의료기관 부족 같은 문제들도 발전국가 '경제'전략의 제도적 산물이다. 국가는 한정된 자원을 산업화에 총동원하면서 보건의료부문에 대한 국가책임을 축소했고, 민간에 의료서비스 공급을 맡기면서 분야와 지역 간 수급불균형을 방치했다. 의료의 상품화·산업화는 단순한 부수적 결과가 아니라 국가 정책의 핵심방향이었다는 점에서 보건의료도 명백히 자본주의 경제체제의 한 축이었다.
또한 권위주의적 발전국가는 노동과 시민사회를 억압하고 민주주의를 제약하는 방식으로 유지되었다. 이때 지역차별적 엘리트 충원과 지역주의적 동원 전략을 활용한 공간정책은 단순한 경제성장의 도구가 아니라 축적전략 그 자체였다(☞관련논문3 바로가기). 중앙집권적 행정체계에서 지역은 수평적 파트너가 아닌 수직적 전달의 위계를 따르는 일사분란한 동원과 자원 추출의 대상이었다. 이 과정은 경제적 격차를 넘어 정치·사회·문화적 배제와 차별을 드러내는 외부에 대하여 지역주민 스스로가 그것을 내면화하여 조응함으로써 완결되는 내부식민지화였다.
지역을 위험과 경쟁으로 내모는 행정통합특별법
행정통합특별법안에는 특별시장의 권한으로 글로벌미래특구, 규제자유특구, 소형원자로시스템 진흥특구, 글로벌의료관광특구 등의 지정과 광범위한 규제완화 특례를 포함시키고 있다. 대전충남 통합특별법안에는 의료법인의 부대사업 확대 특례도 포함되어 있는데, 이것은 진료 외의 수익추구적 영업에 투자하도록 허용해달라던 의료자본의 오래된 민원사항이다. 결국 정책의 공공성을 강화하는 대신 규제 완화와 특례 남발로 지역주민을 위험에 빠트리는 자기착취적 성장으로 내몰겠다는 말이다. 이미 수도권과의 큰 격차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통합지방정부가 선택한 자본유치와 성장전략이 그동안 사회진보의 성과로 만들어낸 노동권, 건강권, 환경권 등에 대한 보호장치를 스스로 철회하는 것이어서 되겠는가?
이것은 또한 지방분권이라는 이름 하에 중앙으로부터 이양된 개발과 인허가 권한을 가지고 친자본∙반노동적 축적체제를 위해 비수도권 지역들끼리 비대칭을 심화시키는 경쟁국면으로의 전환이기도 하다. 이미 3특(강원, 전북, 제주)과 세종시가 광역행정통합에 비해 소외와 역차별을 받고 있다며 '3특·행정수도 특별법'을 2월 내 처리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우리는 전국이 주민들에 대한 사회적 보호 수준을 하향한 예외적 공간으로 재편되는 것에 동의할 수 없다.
더 심각한 문제는 절차적 정당성의 결여이다. 대통령이 약속했던 '주민 의견을 최대한 반영할 지역별 주민설명회'는 2월 9일 국회에서 열린 입법공청회 단 한 번뿐이었다. 6개월이라는 예정된 시간표에 맞추기 위해 주민들의 알 권리와 참여의 권리는 충분히 보장되지 못했고, 법적 절차인 주민투표는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지역의회에서 의결하는 편법으로 대체되었다. 이것이 바로 지역이 내부식민지로 취급되고 있다는 증거가 아니고 무엇인가.
게다가 정치인들이 지역주민의 권리와 이익을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행정통합에 대한 태도를 정한다는 사실을 누구나 알고 있다. 상당수 행정통합법안에 대하여 행정부처들이 '불수용'을 표명하는 것을 보면, 입법부와 행정부가 지역의 상황을 개선하기 위한 충분한 이해를 공유하고 있는지도 의문이다. 오로지 일사분란하게 중앙정치에 종속되면서 스스로 식민지 주민의 자격을 갱신하는 경쟁, 이것은 결코 평등하고 자유로운 삶을 보장하는 민주주의가 아니다.
지금 지역에서 진짜 해결해야 할 일
행정통합보다 더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일이 비수도권 지역에 산적해 있다. 필수의료와 공공의료 부족 문제, 신규 핵발전소 건설과 노후 원전 재가동 논란, 수도권 송전을 위한 송전탑 건설, 적자 운영 및 생태환경 파괴를 초래할 신공항 건설, 수도권 쓰레기 처리문제 등이 그것이다. 지역 공동체의 파탄과 갈등을 유발하고 막대한 재정적, 환경적 부담을 전가시키는 이 문제들은 지역에서 스스로 만들어낸 것이 아니다. 인구와 산업을 서울로 집중시켜 자본이 이윤을 극대화하는 과정에서 비수도권의 자원을 약탈한 결과이고, 중앙정부와 집권당이 정치적 이익을 유지하기 위해 지역을 희생시킨 결과이다. 통합특별시가 출범하기 전에 책임 주체가 나서서 선결해야할 일들이다.
주민들의 자기결정의 기회를 일방적으로 박탈하고, 기본권을 후퇴시키며, 지역을 착취적 경쟁으로 내모는 자본과 국가의 결탁,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불평등한 권력관계는 근본적으로 재구성되어야 한다. 성급한 입법과 위험하고 파괴적인 특례들로는 결코 균형적인 성장을 만들어낼 수 없다.
오히려 이번 행정통합 논의는 경제성장을 목표하는 데서 벗어나야 한다. 현재의 경제 및 생태환경의 불평등과 위기는 자본주의 성장 중심 체제의 한계 속에서 점차 심화될 뿐 결코 해소되지 못한다. 우리는 성장이 사회 전반을 조직하는 규범적 기준으로 작동해온 방식을 문제삼고, '경제가 목적이 되는 사회'에서 '사회가 목적이 되는 경제'로 전환하는 가치질서의 재구성을 두고 논쟁해야 한다. 사람들이 바라는 더 좋은 일자리, 모두의 인간다운 삶, 급변하는 미래를 선제적으로 대비하는 정책으로 새롭게 경쟁하며 지역주민과 충분히 숙의하고 만들어가는 행정통합특별법 논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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