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의 감격 노래한 '해방된 역마차'·삶의 애환 다룬 '백마야 울지마라'
"삶의 동반자로 묘사…꿈과 희망 '마차'에 싣고 달리는 노래도 많아"
(서울=연합뉴스) 이태수 기자 = '새벽달 바라보며 백마야 가자 / 청대콩 무르익은 고향 찾아서 / 불빛이 반짝이는 저 언덕 넘어'(고운봉 '백마야 가자')
2026년 병오년(丙午年), 붉은 말의 해를 맞아 말(馬)이 등장하는 우리 대중가요에도 관심이 쏠린다.
국민 남녀노소가 즐겨 부르는 크라잉넛의 '말 달리자'(이상혁 작사·작곡)가 가장 유명하지만, 말을 소재로 한 노래는 8·15 광복 이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16일 박성서 대중음악평론가에 따르면 1941년 나온 고운봉의 '백마야 가자'(고명기 작사·박시춘 작곡) 등 말은 우리 노랫가락에서 삶의 동반자로 등장하는 경우가 많았다.
고운봉은 이 노래에서 '물방아 돌아가는 고향 찾아서 / 새벽별 반짝이는 저 언덕 넘어 / 해장술 건들 취해 백마야 가자'라며 삶의 애환을 말에 빗대 노래했다.
박성서 평론가는 "대중가요 속의 말은 무거운 짐을 대신 들어주고, 생사고락을 함께 나누는 삶의 동반자로 묘사됐다"며 "노래의 선율을 따라가다 보면 인간의 희로애락을 등에 업고 묵묵히 달리는 말이 떠오른다. 기쁘고 경사스러운 일이 있을 때나, 고달프고 힘든 일이 있을 때나 이를 함께 나누는 동반자이자 푸념이나 넋두리를 들어주는 대상이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정서는 명국환이 부른 '백마야 울지마라'(강영숙 작사·전오승 작곡)에서도 잘 묻어난다.
명국환은 이 곡에서 '백마는 가자 울고 날은 저문데 / 거칠은 타관 길에 주막은 멀다 / 옥수수 익어가는 가을 벌판에 / 또다시 고향 생각 엉키는구나 / 백마야 백마야 울지를 마라'라고 노래했다.
말은 이청의 '돈키호테'(이청 작사·작곡)나 크라잉넛의 '말 달리자' 등에서는 호쾌하게 달려 나가는 멋진 청춘의 상징으로 묘사됐다.
개인용 승용차가 보급되기 전 우리네 '발'의 역할을 했던 마차와 관련된 노래도 많다.
마차를 끄는 빠르고 강인한 체력의 말은 건강·활기·강인함을 상징했고, 목표를 향해 끊임없이 달리는 존재로 종종 그려졌다.
박성서 평론가는 "마차와 관련된 노래는 꿈과 희망, 혹은 사랑의 설렘 등을 싣고 달리는 내용의 희망찬 노래가 많다"고 소개했다.
광복의 감격이 묘사된 장세정의 1948년작 '해방된 역마차'(조명암 작사·김해송 작곡)가 대표적이다.
장세정은 '울어라 은방울'이라는 제목으로도 알려진 이 곡에서 '은마차 금마차에 태극기를 날리며 / 사랑을 싣고 가는 서울 거리냐 / 울어라 은방울아 세종로가 여기다 / 인왕산 바라보니 달빛도 곱네'라고 희망을 읊었다.
또한 송민도는 '하늘의 황금마차'(반야월 작사·나화랑 작곡)에서 '님 찾아 가자 가자 황홀한 꿈나라로 / 하늘의 황금 마차'라고 희망차게 노래하기도 했다.
이 외에도 명국환의 '내 고향으로 마차는 간다'(유노완 작사·전오승 작곡), 장세정의 '역마차'(조명암 작사·김해송 작곡), 진방남의 '꽃마차'(반야월 작사·이재호 작곡), 박재홍의 '북진마차'(박두환 작사·김성근 작곡) 등에서 마차가 등장했다.
이금희의 '7번 경마'(김문응 작사·김성준 작곡), 박재홍의 '인생 경마'(호심 작사·전오승 작곡) 같은 경마를 소재로 한 노래나 동명 라디오 드라마 주제가인 조애희의 '말띠 신부'(유호 작사)도 있었다.
박성서 평론가는 "이렇듯 노래 속에 투영된 말은 그 어떤 존재보다 짙은 삶의 애수를 머금고 있었다"며 "인생길을 묵묵히 함께 걸어주는 삶의 충실한 동반자였던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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