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충우돌’ 트럼프 운명, 美중간선거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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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충우돌’ 트럼프 운명, 美중간선거에 달렸다

이데일리 2026-02-16 07:30:27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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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오는 11월 3일 중간선거 승리를 위해 시동을 걸고 있다. 지난해 주요 선거에 이어 올해 ‘텃밭’ 격 지역에서까지 잇단 패배를 겪으면서 위기의식을 느끼고 사실상 ‘올인’ 태세에 들어갔다는 분석이다. 현재 공화당이 다수당인 상·하원 중 한 곳이라도 민주당에 넘어가면 향후 국정운영 동력을 잃어 조기 레임덕에 빠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AFP)


◇의회 건너뛰고 ‘전국 유권자 신분증’ 카드 꺼낸 트럼프

트럼프 대통령은 13일(현지시간) 트루스소셜을 통해 “의회가 승인을 하든 안하든 중간선거에서 유권자 신분증 제도를 시행하겠다”고 예고했다. 그는 “나는 이 주제와 관련해 아직 제시 또는 검증되지 않은 법적 논거를 깊이 연구해왔으며, 매우 가까운 미래에 반박할 수 없는 근거를 제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부정선거 프레임을 다시 꺼내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020년 대선에서 패배한 뒤 선거 조작 의혹을 꾸준히 제기해 왔다. 그는 미국이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우편 투표를 허용하는 나라이자, 한 정당이 매 선거마다 부정행위를 저지르는 것을 용인하는 유일한 나라라고 반복 주장해 왔다.

같은 맥락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중간선거 전에 모든 주에서 유권자 신분 확인을 강화하는 ‘미국인투표권보호법’(SAVE·Safeguard American Voter Eligibility) 처리를 의회에 촉구해왔다. 이 법은 유권자가 투표 등록시 시민권 증명을 제시하고 투표할 때에도 신분증을 지참토록 하고 있다.

지난해 공화당 주도로 하원을 통과했으나 상원 통과 가능성은 희박한 상황이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행정명령을 통해 의회를 우회하려는 것으로 파악된다. 그만큼 올해 중간선거를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의회 입법 없이 단독으로 선거 규칙을 변경할 법적 권한이 없다고 지적한다. 연방정부 차원에서 일괄적으로 시민권 증명을 요구하는 것이 각 주의 행정 권한을 침범할 수 있어서다. 미국에선 원칙적으로 각 주 정부가 선거를 관리하며, 투표 현장 신분 확인 규정도 주마다 다르다.

◇주요 선거서 연이은 민주당 승리…패배 위기감 고조

중간선거를 대비한 트럼프 대통령의 움직임은 공화당이 지난해부터 주요 선거에서 잇따라 패배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지난달 31일 텍사스주에서는 주의회 상원 의원·연방 하원 의원 보궐 선거에서 모두 민주당 후보가 승리했다. 텍사스주는 전통적으로 공화당을 지지해온 소위 ‘레드 스테이트’다. 1980년 이후 모든 대선에서 공화당 후보를 지지했고, 1994년 이후 민주당 후보가 승리한 적이 없다.

앞서 지난해 11월 버지니아주·뉴저지주 주지사 선거, 뉴욕 시장 선거, 12월 켄터키주·아이오와주 연방 상원 보궐선거,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시장 선거도 민주당 후보가 싹쓸이했다. 버지니아주·뉴저지주, 뉴욕시는 민주당 강세 지역이지만, 켄터키주는 텍사스주와 마찬가지로 공화당 우세 지역이었다. 아이오와주는 과거 스윙 스테이트였으나 트럼프 집권 1기부턴 공화당 지지 성향이 강해졌다. 마이애미는 트럼프 대통령의 ‘안방’으로 여겨진다.

이러한 대이변은 중간선거 예고편이라는 말이 벌써부터 나온다. 이에 더해 최근엔 고물가, 의료보험, 강경 이민단속 논란까지 일며 공화당 내부에선 중간선거에서 패배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초당파 단체인 선거 혁신 및 연구 센터의 데이비드 베커 사무총장은 “중간선거 결과가 어떨지는 모르지만, 최소한 트럼프 대통령이 공하당이 잘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는 것은 알겠다”고 말했다.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시위대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이민세관단속국(ICE) 운영 중단을 촉구하며 행진하고 있다. (사진=AFP)


◇경제·이민 논란에 엡스타인까지…대법원 판결도 변수

올해 중간선거에선 상원에선 전체 100명 중 35명, 하원에선 435명 전체를 새로 뽑는다. 현재 구도는 상원이 공화당 53석·민주당 47석, 하원이 공화당 218석·민주당 214석·공석 3석으로 공화당이 근소한 차이로 우위를 점하고 있다. 상·하원 중 한 곳이라도 민주당이 다수당이 되면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해온 여러 정책에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크다.

과거와 마찬가지로 핵심 의제는 경제다. 퓨리서치센터가 최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미국 성인의 70% 이상이 경제 상황을 ‘보통’ 또는 ‘나쁨’으로 평가했다. 응답자의 약 52%는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 정책이 상황을 악화시켰다고 봤다. 지난달 로이터통신·입소스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59%가 물가 상승을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이에 민주당은 생활비 문제를 최대 화두로 삼아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의 주택, 의료, 식료품, 보육비 등 가계 지출과 직결된 정책들을 문제 삼아 집중 공략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은 신용카드 이자율 10% 상한제, 주택시장 개입, 관세 수입을 활용한 2000달러 지급 등 민심 달래기용 생활비 부담 완화로 대응하고 있다.

하지만 공화당에 불리해진 분위기를 뒤집기엔 어렵다는 진단이다. 아울러 이민세관단속국(ICE) 요원들이 미 시민권자인 민간인 2명을 살해하면서 공화당 내부에서도 균열·반발 조짐이 일고 있다. 최근엔 성범죄자 제프리 엡스타인 파일에 트럼프 대통령 사진이 공개돼 정치적 논란을 키우고 있다.

법적 리스크도 변수다. 트럼프 행정부의 각종 행정명령과 정책을 둘러싼 소송전이 연방 대법원의 손에 맡겨졌다. 선거 전에 관세부과 권한, 이민정책, 독립기관 인사권 등과 관련해 중대 판결이 줄줄이 나올 예정이다.

뉴욕타임스(NYT)는 “공화당의 패배 가능성에 직면하자 트럼프 대통령이 더욱 맹렬하게 공세를 펼치고 있다”고 평가했다. AP통신 등은 “올해 중간선거는 향후 국정 향방을 가르는 분수령이 될 것”이라며 “공화당이 의회 권력을 빼앗길 경우 입법과 예산에 차질이 빚어지고 재차 탄핵 정국과 사법 리스크에 휘말리며 레임덕이 가속화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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