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함 알고도 과장 광고"…제조사 책임 묻는 선례 될지 주목
배터리 화재 4년 새 3배…가급적 실외에서, 현관문 피해 충전해야
(서울=연합뉴스) 김준태 정지수 기자 = 지난해 여름 18명의 사상자를 낸 마포구 창전동 아파트 화재 사망자 유족 측이 화재 원인으로 지목된 전기스쿠터 배터리 제조사를 상대로 형사 고소에 나섰다.
단순 배터리 화재 사고를 넘어 제조사의 '과장 광고'와 '안전 관리 소홀'에 대한 형사 책임을 묻겠다는 보기 드문 사례라 수사 결과가 주목된다.
16일 조국혁신당 정춘생 의원실이 서울경찰청으로부터 받은 자료와 유족 측 설명을 종합하면, 마포경찰서는 지난해 12월 유족 측으로부터 전기스쿠터 제조사 대표와 법인을 상대로 한 고소장을 접수했다.
혐의는 업무상과실치사 및 표시광고법 위반이다. 경찰은 지난달 고소인을 불러 조사했으며, 조만간 업체 측에 대한 조사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8월 17일 창전동 한 아파트에서 발생한 화재로 모자(母子) 2명이 숨지고 16명이 다쳤다. 당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현장에서 발견된 전동 스쿠터 배터리팩 내부에서 발화가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는 감정 소견을 냈다.
유족 측은 제조사가 배터리 결함을 인지하고도 방치했다고 주장한다. 해당 제조사 제품 이용자 커뮤니티 등에 '배터리 문제'를 지적하는 글이 올라왔음에도, 사측이 "제품이 안전하다", "사고가 난 적이 없다"며 안전성을 허위·과장 광고했다는 취지다.
한 온라인 쇼핑몰에 올라온 과거 이 회사의 전기스쿠터 판매 글에 따르면 배터리에는 '과충전·과방전 방지 BMS'(배터리 관리 시스템)가 적용됐다고 설명됐다. '안전한 리튬 이온 배터리'를 사용했다거나 '220V 콘센트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나 충전 가능하다'는 홍보문구도 있었다.
이번 수사는 배터리 화재 사망사고에 대해 제조사의 형사상 책임을 어디까지 물을 수 있을지 가늠할 선례가 될 수도 있다. 배터리 화재는 빈번하지만, 인명 피해와의 인과관계를 입증해 제조사 대표를 형사 처벌하기는 법리적으로는 쉽지 않다는 게 법조계 중론이다.
유족 A씨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가정집에서 안전하게 충전할 수 있다고 광고를 하지 말고, 애초에 실내 충전을 하도록 만들면 안 되도록 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A씨는 "이 사건이 하나의 선례가 되고 사회가 덜 위험해지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스마트폰과 전동 킥보드 등 배터리 내장 기기 사용이 늘면서 관련 화재는 급증세다. 소방청에 따르면 배터리 화재는 2021년 127건에서 지난해 350건으로 4년 새 3배 가까이로 늘었다.
전문가들은 전기스쿠터 등에 쓰이는 대용량 리튬이온배터리는 화재 시 일반 소화기로 진화가 어려운 만큼, 현관문이나 비상구 근처를 피하거나 가급적 실외에서 충전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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