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한화 이글스의 호주 멜버른 평가전 시리즈 최종전에 올해 50살인 허민 전 키움 히어로즈 의장이 상대팀 투수로 마운드에 등판하는 일이 벌어졌다.
한화는 15일(한국시간) 호주 멜버른의 멜버른 볼파크에서 멜버른 에이시스와 3연전 마지막 경기를 치렀다.
양팀이 4-4 동점이던 6회초 2아웃 상황에서 허 전 의장이 총총히 마운드로 걸음을 재촉한 것이다. 한화 새내기 타자 오재원이 좌익수 뜬공을 치며 물러났고 이후 멜버른 코치가 공을 넘겨받아 투수교체를 암시했다.
등번호 40번을 단 허 전 의장이 올라오자 이글스TV 중계진도 "와 누구신가요? 퀴즈를 내 드리겠습니다. 누군지 아시나요?"라며 다소 놀라는 반응을 드러냈다.
사실 허 전 의장이 이날 경기 불펜에서 몸을 푸는 모습이 포착됐기 때문에 그의 등판은 시간 문제이긴 했다.
중계진도 "KBO 현역 타자들을 상대로 투구를 한다? 영광스러운 자리이긴 하다"고 촌평했다.
허 전 의장이 처음 상대한 한화 타자는 임종찬이었다. 자신의 주무기인 너클볼을 4개 연속 던졌으나 모두 볼 판정이 나왔다. 임종찬은 스트레이트 볼넷으로 걸어나갔다.
이어 타석에 유민이 등장했다. '허민과 유민'의 대결이 이뤄진 셈이다.
허 전 의장은 포수가 초구 볼을 빠트려 2사 2루가 되면서 실점 위기를 맞았다.
유민 상대로 2구를 던져 이날 첫 스트라이크를 뽑아낸 허 전 의장은 결국 유민에게도 볼넷을 내줬다.
허 전 의장은 세 번째 타자 한지윤을 상대로 초구 볼을 던질 때 포수가 공을 또 빠트려 2사 2, 3루 위기에 처했다.
그러나 1B 2S에서 던진 공이 4심 합의 뒤 스트라이크로 인정되면서 허 전 의장은 한지윤을 삼진 아웃으로 처리하고 ⅓이닝 무실점으로 한화전 등판을 마쳤다.
중계에는 1B 1S로 표시됐으나 스트라이크가 하나 더 있었고, 이어 4심 합의 스트라이크가 추가되면서 허 전 의장은 탈삼진을 뽑아낸 셈이 됐다. 이 장면에서 양승관 수석코치 등이 나와 잠시 항의하기도 했으나 아웃이 인정됐다.
이날 경기는 결국 4-4로 끝났다.
한편, 허 전 의장은 지난 2020년 12월 한국야구위원회(KBO)로부터 직무 정지 2개월 제재를 받은 적이 있다.
당시 KBO는 "이사회 의장의 신분에서 부적절하고 불필요한 처신을 함으로써 사회적 물의를 일으켜 리그의 가치를 훼손한 점이 품위손상행위에 해당된다"라며 야구규약 151조 '품위손상행위' 및 부칙 제1조 '총재의 권한에 관한 특례'에 따라 직무 정지 2개월 제재를 부과하고 재발 방지를 촉구했다.
허 전 의장은 키움 구단 의장을 맡고 있을 때 선수들을 개인 사무실로 불러 캐치볼을 하고 2군 훈련장에서 선수를 상대로 투구하면서 '구단 사유화' 논란을 빚었다.
허 전 의장은 이후 KBO와 소송전까지 불사하겠다는 입장이었으나 여론의 반발 등이 커지자 "팬과 야구계에 불편을 끼쳐 정중히 사과드린다"며 자신의 대한 징계를 받아들였다.
이후 알려지지 않았던 그의 행보는 최근 멜버른 트라이아웃에 지원해 합격하면서 다시 화제가 되더니 한화전 등판을 통해 확실히 드러났다.
한편, 경기를 보던 일부 팬들은 허 전 의장의 등판에 아쉬움을 감추지 않았다. 진지했던 평가전의 긴장감이 허 전 의장의 등판으로 다시 떨어졌다는 뜻이었다.
사진=이글스TV 화면 캡처
김현기 기자 spitfir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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